학교급식 문제가 단순히 농산물 유통과 판매와 지역사회의 조례 규정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WTO라는 세계무역체제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에 착목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를 해소하고자 그간 학교급식과 관련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온 농협조사연구소의 김홍배 박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홍배 박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EU도 정부조달협정 양허표에서 학교급식 적용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을 국내에 소개하며, 학교급식 조례재정 운동의 근거를 마련하고 학교급식 운동을 해 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첫 질문에 김홍배 박사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그간 진행해온 학교 급식 운동이 여러 가지 문제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운 평가를 했다. 이하의 내용은 김홍배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협상 준비 미비로 인한 '직무유기'의 책임에서 부터
WTO 관련한 협정안은 매우 복잡하다. 문서만도 수 만장에 이르기 때문에 통상전문가라 해도 전체적으로 다 꿰고 있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 협정문이 글자, 문서상으로 존재하는 것과 실제 그 산업영역에서 적용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 않겠는가. 예상치 못한 경우의 수들이 있는 것인데.
사실 학교급식의 판결과 관련한 문제들을 살펴본다면 애초의 책임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당시 협상에 나선 한국 정부의 준비 부족을 들 수 있다. 당시 정부는 '학교급식' 문제를 염두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예외로 확보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당시의 한국 사회의 실력이 그 정도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당시 학교급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이 있거나, 시민사회 단체 내에서도 사회적인 관심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협상에 나서서 작전을 잘 짜거나, 다른 나라의 협상문을 컨닝이라도 해서 예외조항들을 끼워 넣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애초 문제 발단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관련한 내용을 풀려면 GATT(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GATT에는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원칙이라는 규정 내용이 있다. 내국민대우는 국산품과 수입품을 차별하지 말고 똑 같이 대우한다는 것이고, 최혜국대우라는 것은 만약 우리가 일본에게 특혜를 줬다면 중국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언급되지만 GATT의 3조가 내국민대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3조에는 단서 조항이 있는데,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서 판매, 조달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이나 군수물자, 군급식을 위한 농산물 조달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유럽국가들의 경우는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 많은데, 정부에서 조달하는 것을 예외로 규정하니까 소위 자유무역체제를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어긋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게 됐다. 그래서 그 국가들은 정부조달협정을 채결했다.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 체결하다보니 25개국이 채결하게 됐다. 여기서도 반문할 수 있지만 한국이 가입만 안 했어도 학교급식이 문제가 될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1979년 동경라운드에서 ‘정부조달협정’(Government Procurement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당시 25개국 중 미국의 경우는 농산물과 관련한 포괄적인 예외 규정을 인정받았고, 당시 유럽공동체의 국가들과 캐나다, 노르웨이, 스위스 등 19개국은 농업, 급식지원 프로그램 장려를 위한 농산물은 예외 인정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는 머리를 잘 써서 협동조합을 통한 조달은 예외로 인정을 받았고, 싱가폴과 홍콩, 이스라엘 3국은 '다른 나라에 준한다'고 한다는 예외 문구를 끼워 넣어 예외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예산회계법 및 동 시행령에 따른 중소기업 할당 분을 포함하는 수의계약 조달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축산법에 따른 농,수,축산물 조달을 예외로 인정받았다. 이런 특정 법에 준하지 않고서는 협정에 위배되는 것인 상황인 것이다. 당시 다른 나라에 준한다고 하거나, 우리 농산물이라는 예외 규정이라도 명시해 놨어도 학교급식 조례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급식 프로그램을 흡수해야 할 필요성이
그렇기 때문에 정부조달협정을 통해 예외규정을 인정받은 미국의 경우는 '미국 국내농산물의 소비촉진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급식프로그램에 지원되는 급식재료를 미국산 농산물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CFR7. 250.23조), 1998년부터는 학교에서 자체 조달하는 농산물 등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급식재료도 미국산 농산물 및 가공식품을 사용토록 제한함(NSLA 12조 n항)'의 내용을 국내법으로 적용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WTO는 양육강식의 논리라는 전제로 해야 한다. 미국이나 EU, 캐나다, 스위스 등의 경우는 농업 급식지원 프로그램 장려를 위한 농산물 조달은 예외로 해 놨고, 일본은 체육학교센터를 공사로 만들어 놓고 전물량을 협동조합을 통해 조달하니까 예외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법안의 구멍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GATT 조항 위반을 통상 무역 협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조달하는 경우나, 직접 사서 분배하는 경우나, 누구에게 대행 시켜 돈을 주면서 사서 공급하게 하는 경우들은 예외 규정 되 특정 법에 준하거나, 농안기금 적립을 통해 조달하거나 정부의 행위가 들어가 있는 경우는 문제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학부모 급식비로 조달할 경우도 통상마찰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학교급식의 원천적 해결 방식은 정부 프로그램으로 흡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래야 기술적으로 돌파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장화된 현재의 급식 시템의 개선 절실
사실 학교급식에 수입농산물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얘기가 안 된다. 자라다는, 다음세대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국적 불명의 원산지도 속여가는 농산물을 먹일 수 있겠는가. 여기서 학교급식이 도입된 역사를 볼 필요가 있는데, 급식이 도입되던 과정에서의 발생한 정치적인 속성도 현재의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급식에 대한 논의가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오다가 98년 김영삼 대통령이 초등학교까지 학교급식 전면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까지 중고등 완전 급식을 공약으로 세웠다. 대통령들이 공약은 내세웠는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니 사업은 정체되어 있었고, 96년 말 김문수 의원이 발의해 위탁급식을 만들어 내게 됐다. 사실 당시에 획기적이라며 사회적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지만 사실 이것이 학교급식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낸 계기였다. 정부 예산이 없으니 관련 업자들을 끌어들여 초기 시설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학교급식을 시작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간 업자들이야 당연히 본전은 뽑으려 하지 않았겠나. 이런 메커니즘은 저질 식품공급으로 이어졌고, 학교급식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그리고 이후 위탁계약으로 인한 검은 거래들이 횡횡했다. 학교 급식 교육이 그대로 시장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뇌물의 고리가 악질적으로 생성되게 됐다.
원죄는 정부에 있을 수밖에 없다. 협상도 잘못했고, 법도 만들어 놔서 시장판을 만들어 놨으니 이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인데, 문제제기를 한 시민사회단츠데르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다 보니 대법원까지 간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통상에 있어서는 상호주의가 기본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산 농산물을 학교급식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외국에서 시비를 걸 나라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25개 협정체결국 중 24개국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기할 나라들은 많이 있다. 농산물 수출국인 중국을 생각해 보라. 당연히 시비가 들어오지 않겠는가. 그러니 정부의 직접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이 요원한 것이 현재 학교 급식의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경우는 학교급식이 이미 시장에 맡겼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거나, 정부가 맡게 되는 것이 역사의 후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시장에 맡겼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전에 교육부가 직영급식 하겠다고 하니 직영급식 업체들이 난리가 나서 뇌물준거 폭로하겠다느니 한바탕 난리가 나지 않았는가.
학교급식 판결이후, 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 절감
이런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다. GATT의 예외규정에 근거해서 '우리 농산물'이란 용어 대신 '우수 농산물'이라고 일보 후퇴하는 대신, '우수 농산물'에 대한 규정을 국산 농산물일 수밖에 없게 규정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농산물을 언급하면 외국 유기농 농산물이 들어 올 수 있겠지만,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국토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는 농산물이라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산농산물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용어의 문제는 워낙 단체들간에 입장이 첨예해 민감하기 때문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어차피 이런 문제의 발단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컨닝만 잘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직무유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차기 '정부조달협정' 개정협상에서 예외들을 확보하겠다고 확약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급식지원센터를 통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가 체육학교 건강센터라는 공공기관이 주요 식자재를 조달해서 학교급식회에 물건을 직접 공급해 준다. 한국 정부는 그것을 않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급식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시장화에 따른 우려를 덜 수 있고, 통상마찰의 여지도 줄일 수 있다.
시장화 된 학교급식의 문제가 심각하긴 한데, 지금은 기존 학교 단위로 조달하고, 경매하고 업자들을 통해 공급하는 형태여서 원산지 표시 위반도 하고, 저질 농산물들이 마구 들어오는 것이다. 애초부터 농사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생산자를 조직해 계약 생산해 농산물의 안전성과 판매 시장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한 예로 몇 일 전 순천에서 친환경농업 농사를 짓고 있는 곳에 다녀왔는데 일정한 판로가 없어 포기했었던 농가들이 지역 학교에서 생산물량을 소화해 주니까 희망을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학교에서도 경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센터를 매개로 해 계약을 하면 업자들의 횡포를 막아낼 수 있고, 검은 매게 고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뇌물로 갈 돈들이 식재료에 투자되니 식재료의 질도 높아져 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상무역의 마찰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지역 농가들의 판로를 보장하고,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정부를 구심으로 하는 급식지원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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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배 박사님은 농협조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계십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