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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빈곤대책,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빈곤관리"
UN이 정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이기도 한 이날 빈곤사회단체들은 정부의 빈곤대책에 대해 “빈민들을 빈곤으로 내모는 일자리 강요로 일관하고 있고,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빈곤관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단체들은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사회안전망 대책이 “기존의 대책을 되풀이 한 채 근본적인 사회보장체계의 확충방안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기존 패러다임의 새로운 포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달 26일 발표한 ‘희망한국21-함께하는 복지’ 대책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실화 △차상위계층에 대한 빈곤예방 및 탈빈곤 정책의 강화 △사회안전망 추진체계 개편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3개 분야 22개 정책과제를 담고 있다. 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희망한국21’ 대책의 추진을 위해 2009년까지 총 8조 6천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종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희망한국21’은 정부추산으로도 177만 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 중 단 11만 명에 대해서만 선별적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진정으로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서민들을 위해 써야한다”며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올 초 법인세를 2%포인트 내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단체들은 “함께하는 복지를 표방하는 정부의 빈곤대책은 기초법이나 자활사업처럼 빈민을 관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빈민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APEC을 앞두고 노점상과 노숙인에 대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회에는 빈민에 대한 폭력적 철거를 정당화하는 행정대집행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생계 위협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주요 요구로”
이에 따라 이날 빈곤사회단체들이 빈곤철폐와 관련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크게 5가지이다. 이들은 우선 ‘희망한국21’에 반대하며 근본적인 빈곤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기초법 전면 개정 △선택적 참여가능한 자활지원법 제정 △행정대집행법 전면 재검토 △‘독립적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설치와 실질적 ‘권리구제수단’이 명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장애인, 노점상, 자활노동자 등 빈민당사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의제들로 요구사안을 압축했다.
이날 단체들이 제출한 요구들은 이미 각 부문영역에서 빈민당사자들의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현장 빈민대중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제출된 요구들 중에는 빈곤 ‘해결’ 혹은 ‘해소’에 뒤따라 나오는 운동진영의 대표적 의제들인 ‘노동시장양극화’, ‘무상의료·교육’ 등의 내용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에 문헌준 대표는 “이번에 참가한 단체들이 실제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빈민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이라며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문제들을 주요 요구와 투쟁의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시장양극화 해소,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의제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큰 범주에 있는 담론들”이라며 “이미 노동운동을 비롯해 기존운동들이 그에 대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헌준 대표는 “그러나 장애인,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운동들의 관심영역도 아니고, 잘 모른다”며 “거대 담론 보다는 당장 현장의 구체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 빈민들의 요구 외면하고, 무슨 양극화해소인가”
이날 빈곤철폐 투쟁을 선포한 제 빈민사회단체들은 향후 활동을 정책의제 제출 혹은 법 개정 투쟁에 한정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오늘 모인 단체들은 현장에서 사회적 빈곤에 맞서 직접 투쟁하고 있는 주체들”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단순한 연대체로서 정책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문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그것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의선 사무국장은 최근 이해찬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잇달아 제안되고 있는 사회양극화해소를 위한 범사회적기구인 ‘국민통합연석회의’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장 빈민들이 투쟁하며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존재한다”며 “실제 빈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무시한 채 무슨 양극화 해소인가”라고 반문했다. 유의선 사무국장은 “정부가 정말 사회양극화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투쟁하고 있는 빈민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민통합연석회의는 또 다른 빈곤관리기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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