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세계화에 의해 낙오된 사람들의 지지자' 래요

[기자의눈] 노무현 외신 지국장 간담회 발언, 노무현-차베스 닮은꼴?

노무현 대통령에게 좌파라는 딱지를 부치는 작자들이 있다. 집권 초기 전경련의 한 간부가 사회주의정권이라 불러 만인의 코웃음을 산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노무현=좌파' 라는 이러저러한 해프닝이 반복되었지만 알고도 넘어가고 모르고도 넘어가고 그런 분위기였다.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청산법 등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이 대립하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이따금씩 재벌 요구가 부분적으로라도 안 받아들여질 때도 어김없이 등장하곤 했다.

그저께 뉴라이트의 김머시기 목사가 좌편형정권이라고 했고, 5일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오해를 논평으로 내면서 "국민이 대통령을 '좌파'로 본다고 오해하고 자신이 국민에게 '우파'로 비춰졌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괴이한 논리를 펼쳤다. 이런 공세를 펴는 우익 부동층이 얼마 안 돼 보이긴 하지만,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오고 또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온다. 두더지 머리 내밀 듯.

8일날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 지국장 30여 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아펙 정상회담 기간 중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 정세로 볼 때 극히 우익적인 발언이다. 그런데 이날 발언 중에는 "APEC 국가 내 또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사회적 격차가 심해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제안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먹잇감 낚아채듯 워싱턴포스트가 9일 신문에 이 발언을 문제삼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우고 차베스 베네주엘라 대통령의 생각과 닮았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이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10일자 지면에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가 이번 달 들어서 세계화에 대한 두 번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고 썼다. 4-6일 있었던 전미자유무역지대 협정에서 차베스가 미 제국주의가 세계화로 부당 이득을 얻고 있다는 언급한 것이 첫 번째,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불평등을 언급한 것이 두 번째. 조선일보는 이걸 두고 노무현과 차베스가 '닮은꼴'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서울 주재 외신 지국장이 '노무현=좌파'라는 소스를 포착하자 미국의 우익신문이 요즘 심기 불편한 부시를 달래기라도 하듯 보도하고, 한국의 우익 부동층의 이해를 잘 대변하는 조선일보가 짜고 치는 고돌이마냥 다시 퍼뜨린 거다.

차베스 대통령은 메르코수르 정회원 국가들과 함께 미국이 원하는 대로 가면 개발도상국들이 더 가난해 질 것이라며, FTAA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부시의 심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을 터이다. 이런 와중에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은 수출강국으로 자유무역의 선봉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나라에서도 세계화에 의해 낙오된 사람들의 지지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이 기사가 나간 바로 그날 제주특별자치도 공청회가 무산될 거란 걸 예상치 못했나 보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대통령의 언급은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보완책으로서 여러 국가가 겪고 있는 사회적 격차해소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절반의 진실을 알려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노무현=좌파, 노무현='세계화에 의해 낙오된 사람들의 지지자'라는 공식 유포, 소수 '부동세력'의 생존전략 치고는 너무 짠하지 않은가.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