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인권활동가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또 생존권을 요구하는 민중들이 거리에서 경찰에 의해 맞아 죽는 참담한 현실에서 인권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 고민의 가닥을 풀기 위해 전국에서 인권활동가들이 모였다.
12일 충주호리조트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전국인권활동가대회 첫날 인권활동가들과 인권운동이 안고있는 다양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인권활동가대회 첫 날 저녁 ‘인권운동의 길 찾기’라는 주제로 마련된 프로그램에서 인권활동가들은 현재 인권운동이 처한 조건을 짚어보고 인권운동의 향후 역할과 방향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나눴다.
“인권운동은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운동”
발제 후 모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인권운동의 길찾기’에서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인권운동 혹은 인권단체들이 처한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찾아야 하는 인권운동의 길은 상이할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인권운동의 길은 인권운동이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운동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로 얽혀진 고민의 첫 가닥을 풀었다.
손상열 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현재 사회지형의 변화에 따라 인권영역들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지만, 인권운동은 폭주하는 사안들을 후차적으로 쫒아가면서 대응하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인권운동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짚었다.
이어 손상열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부문 인권행위자의 성장과 확대를 언급하며 “국가부문 인권행위자의 등장은 한국사회 인권개선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체제순응적인 인권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는 기관으로서 인권운동을 국가화 혹은 제도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나름대로 총체적인 인권구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국가부문 행위자에 비해 인권운동에서는 이런 노력이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국가부문 행위자들에 의해 인권이 제도화될수록 인권운동의 설 자리는 없어 질 것”이라며 ‘총체적 인권구상’을 위한 신속한 인권운동 진영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손상열 활동가는 의제별 연대운동,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활동가대회 등 연대운동을 위한 인권단체들의 시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제별 연대운동 및 개별 인권활동가들과 결합하면서 인권운동의 전략 마련의 공동행동을 촉진시키는 과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손상열 활동가는 ‘대중과 분리된 인권운동’, ‘인권활동가 재생산’, ‘지속가능한 운동’ 등의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인권이슈의 폭주와 총체적인 대응부재에 인식 같이해
손상열 활동가의 발제에 이어 진행된 모듬별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각자의 인권운동 영역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보인권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토리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정보인권 문제는 이미 폭주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나, 활동가 주체의 재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저작권, 주민등록번호 등의 문제들을 활동가 한 두명이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운 활동 상황들을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HIV/ADIS 감염인 인권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윤호제 ‘HIV/AIDS감염인인권모임 나누리+’ 활동가는 “다른 영역과 달리 감염인 운동의 경우 당사들을 기반으로 매우 밀착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운동의 주체로 세워내기란 쉽지 않다”며 “어떻게 당사자와 일반대중들을 아우르며 운동을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가가 현재 감염인 인권운동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인권이슈들 그리고 이에 대한 인권운동진영의 총체적인 대응 부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인권운동의 길찾기’에서는 명확한 인권운동의 전망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인권운동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인권단체들간 그리고 다른 사회운동과의 강고한 연대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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