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시청 앞에서 천막 치고 살기 싫다”

김포시청,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 또 다시 '철거'


이 겨울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이들이 갈만한 곳은 어디일까? 쪽방, 고시원, 거리? 어디가 되었든 기존 주거공간에서 내몰린 빈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살만한 곳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최근 김포시 신곡리에 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쫒겨난 철거민들이 관할 시청 앞에 천막을 쳤다.

철거민들은 지난 해 11월 3일 천막집을 세우고, 생존을 위한 농성을 시작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시 ‘철거’. 이들의 요구사항은 차지하더라도, 시청이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의 사정을 봐주기란 만무했던 것.

철거민들의 시청 앞 천막 생활이 시작된 지 78일 동안 시청은 6번의 기습적인 강제철거를 단행했고, 그때마다 철거민들은 ‘결사투쟁’으로 맞서며 지루한 싸움을 반복했다. 급기야 지난 17일 김포시청은 불도저 등을 동원해 철거민들의 천막을 완전히 철거하고, 그 자리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했다.


이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은 18일 김포에 위치한 김포공설운동장 앞에서 ‘신곡리 철거민 주거권 쟁취를 위한 투쟁대회’를 열고 김포시청 측의 대책마련과 천막 강제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신곡리 지역에 철거민들의 투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현대건설은 신곡리에 2605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땅과 건물주인들은 보상을 받았지만, 세입자들 중 일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다.

현재 신곡리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복만 씨는 15년 동안 신곡리에서 살았다. 그는 “2001년 5월 경부터 강제철거를 시작해 현재는 모두 철거된 상태”라며 “신곡리에는 20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었고, 40여가구가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5년여 동안 계속된 싸움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신복만 위원장 외 한 가구가 남아 김포시청 앞에서 거주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신복만 위원장은 “05년 8월 내가 살던 집이 철거되었는데, 그 이전에 제대로된 계고장 한 장 받아본적이 없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철거인데도, 시청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그는 이어 “우리도 시청 앞에서 천막 치고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정말 갈 데가 없다. 집은 고사하고, 천막이라도 치고 살만한 곳을 구하기도 어디 쉬운가”라고 반문하며 “그런데도 시청은 천막을 철거하고, 가재도구까지 압수해갔다”고 토로했다.

신곡리 철대위는 현재 김포시청과의 몇 차례 면담을 통해 가수용단지 마련과 임대아파트 알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김포시청은 명확한 입장을 제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전철연 관계자는 “보통 철거민 문제에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관할관청은 협상을 통해 입장차를 좁히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김포시청은 아예 협상 자체를 해태하고 있다”며 “이는 이후 김포시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을 때를 대비해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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