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돌고 돌았던 한-미FTA협상이 진통 끝에 김종훈 한-미FTA 협상단 수석대표의 공식 발표로 시작을 알렸다. 아니 이에 앞서 3일 새벽 방미 중이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롭 포트만 미 무역대표의 공식 선언이 미국에서 있었다. 정부의 협상 출범 발표에서 '회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경과 보고만으로 끝난 공청회, 도대체 무슨 얘길 들었나?
2일 한-미FTA 공청회가 있었다. 공청회 시작에 앞서 미리 배치된 보안요원들 때문에 언쟁이 일었다. 결국 보안요원을 전원 퇴장 시킨 후에야 공청회가 시작될 수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개회사가 있었고, 외교통상부 심의관의 경과 보고가 이어지던 가운데 청중 질문이 터져나왔다. "내일 발표한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사실이냐?"
결국 보고는 중단됐고, '발표를 정해 놓고 하는 공청회에 대한 의미'의 물음들이 줄을 이었다. '발제자는 보고자이고, 공청회 참가자들은 들러리였다. 듣겠다는 의견이 아니라 준비된 시나리오들의 발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결국 정회를 반복하던 끝에 심의관이 '이것으로 보고를 마친다'는 서두른 종언 선언 이후에 공청회 중단이 선언됐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외교통상부 북미통상과장은 공청회 이후 "실질적 절차를 밟았다"며 "공청회는 성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3일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한-미FTA 협상단 수석대표도 "공청회는 문제 없이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FTA체결절차규정(대통령훈령 제121호)의 제 12조를 보면 “(FTA추진)위원장은 ...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 또는 지역과의 협상 개시에 대한 심의,의결을 요청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공청회를 개최하여 그 결과를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공청회는 FTA의 절차 규정상 의무로 규정, 명시되어 있는 이상 거쳐야 할 관문이고, 개회를 했으니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준비해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인사와 협상을 물밑 추진했던 경과 보고만 진행된 공청회에서 나온 얘기란 고작 '내일 발표가 맞냐?', '이해 당사자들과 머리 맡대로 얘기해 보자', '머리에 무스 바른 보안요원들 내보내라'가 다 였다. 공청회가 공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형식'의 자리임에도 정부는 공청회라는 형식적인 절차만 밟았을 뿐이다. 공청회에서 외쳐진 외침만으로 '할말은 다 들었다'라는 식의 정부의 반응을 보며 한-미FTA 협상 내용 보다 '배재'를 당연시 하는 정부의 태도가 더 우려 스럽다.
기타 국민을 배제한, 일방적 통보
정부 발행 홍보지인 국정브리핑은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재개 등은 한·미 통상현안 분기별 점검회의 시 미국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양국 간 현안이이었지 한·미 FTA 개시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보건의료단체와 축산농가들이 반대한 쇠고기 수입재개와 스크린쿼터 카드를 '협상 개시' 직전에 밀어 붙이듯 처리했다. 또한 스크린쿼터 비율을 30% 혹은 25%로 절충하지 않고 미국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20%를 그대로 적용했다. 심지어 재경부 이시형 경제협력국장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스크린쿼터 문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73일로 줄이거나 FTA를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는 토로했다. 이런 정황에도 정부는 대국민 홍보물을 통해 억측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영화인들은 8·31 부동산 대책 이후에 한덕수 경제부총리를 직접 만났다. 그 자리에서 스크린쿼터제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제도가 있는지 외국사례를 연구·검토해보자고 양자 합의했다. 축소 발표 2일 전에도 외교통상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스크린쿼터축소 계획이 아직 없다’고 영화인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25일 밤 '축소'내용이 문광부 관계자들을 통해 영화인들에게 전해졌고, 26일 축소내용이 통보됐다. 그리고 27일 돈을 쏟아 붓겠다는 식의 문화관광부의 대책 발표가 이어졌다.
정부는 '어차피 반대할 단체들', '세력화 된 집단', '이기적인 집단'으로만 치부해 버리며 '자신들의 이해에만 목을 멘 것 처럼' 국가 전체의 경제를 운운한다. 그러나 쌀 시장개방에 농민들이 나섰을때, 제주특별자치도법 통과시 제주도민들이 나섰을때, 의료산업화 정책에 의료인들이 나섰을 때도 정부는 똑같은 논리로 집단 이기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정책에 가장 밀접한 이해 주체들이 나서는 것이 '이기주의'라면 도대체 누가 말을 할 수을까. 당사자들의 분통 터지는 심정은 너무 당연하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3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회와 공청회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겠다"했다. 어차피 진통은 불가피하다니 그 순간만 참고 버티겠다는 식의 접근은 버려야 한다. 정부가 지금 보이는 태도는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목소리는 기타 국민으로 치부해 외면하고 찬성의 목소리만 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 된다.
부디 김종훈 수석대표가 공언한 '토론회'와 '공청회'가 2일 공청회의 재판이 아니길 바란다. 준비되고, 맞춤형 시나리오의 보고와 통보가 아닌 공-정을 논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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