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재앙을 예고하는 한미FTA

한미FTA의 소위 ‘경제효과’ 비판[上] - 무역적자를 비롯한 금융 투기화 까지

  '한-미FTA'협상 중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영 교수 /권회승 기자
스크린쿼터의 반동강과 함께 2004년까지만 해도 ‘중장기과제’로 치부되던 한미FTA가 정세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법(TPA)’이 2007년 6월 만료되기 때문에 미국의 ‘시간표’에 따라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물론 한국의 통상협정은 반드시 미국내법에 따라야 한다는 우리 국내법상 관련 규정이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로부터 벌써 한미FTA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인해 두자. 사실 한칠레FTA 이래 통상문제가 우리 사회의 핵심의제로 부각되었음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거래를 통하다’는 뜻 정도로 번역될 통상이라는 개념은 19세기에서 유래되는 사실 매우 촌스럽고 전근대적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그것의 진정한 ‘현대적’, 현재적 의미를 놓치기 십상이다.

아마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평균담론은 ‘수출의존도가 70%가 넘는데 자유무역은 곧 수출이고 또 그것은 불가피하지 않냐’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FTA 곧 자유무역 자체는 어쩔 수 없으며,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개발독재시절 ‘수출입국’을 외치던 시절의 이런 담론이 또한 사안의 심각성을 놓치고 나아가 신모델 FTA에 내장된 고도의 위험성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데 단단히 일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용어가 갖는 모호성 역시 한몫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FTA,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 탄생

원래 FTA란 2차 대전 직후 세계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회원국 간의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MFN)를 규정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에서의 일종의 예외조항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개도국과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자본주의국 일부에서 미국주도 GATT체제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안되어, 이후 GATT 1947 즉 1947년 GATT 조약문 24조1)에 도입된 것이다.

이 GATT 1947 24조 제8항 (b)에서 규정된 ‘자유무역지대’란 그 회원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에 대해 회원국들 간에 관세 및 ‘기타 제한적인 통상규제’를 철폐하여 역내무역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다. FTA는 관세철폐의 결과 수입선이 기존 교역국에서 새로운 FTA가입국으로 전환되는 이른바 무역전환(trade diversion)효과를 낳기 때문에 역외국가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예컨대 유럽국가들로서는 미국의 주도하에 있는 자유무역에 대한 일종의 견제장치로서 FTA를 구상했다고 볼 수 있다.

유럽통합에 맞서 1994년 북미FTA를 창설한 것을 제외하고 미국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FTA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렇지만 자국이 주도해 만든 WTO에서의 다자협상이 자국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특히 2002년 칸쿤 WTO각료회의의 실패 이후 미국은 GATT/WTO 24조에 명시된 FTA를 적극 활용 기존 다자주의에서 양자주의로 통상전략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이 양자틀을 통해 자신의 일방주의적 통상전략을 관철시키고 있다.

양자 내지 지역 틀이야 말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해를 관철시키기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대목은 GATT 1947에 규정된 FTA의 경우 기본적으로 ‘관세’를 중심으로, 그 대상인 ‘상품무역’을 자유화했다는 점이다. 즉 ‘무역’ 혹은 ‘통상’ 둘 다로 번역되는 trade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상품인 것이다.

반면 1990년대 GATT/WTO체제에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미 WTO협정에서 이른바 ‘무역관련(trade-related)’이란 신종 개념을 통해 투자(TRIMs: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와 지재권(TRIPs:무역관련 지재권협정)이 여기에 포함되었고, 또 당연히 농산물도 이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WTO체제하 신세대 FTA는 고전적 FTA와 달리 그 규율대상이 상품에 대한 관세에 그치지 않고, 경제활동의 전 영역을 포괄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04년 7월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의 경우를 보면 신모델FTA의 포괄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다.

미-호주 신모델FTA의 포괄범위

(1)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2)농산물: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각 철폐, 호주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4~18년에 걸쳐 철폐
(3)제약
(4)초국경적 서비스: 광고, 회계, 시청각, 컴퓨터, 교육, 훈련, 에너지, 특급우편, 금융업, 전문직, 텔레콤, 관광 등 모든 분야에 대해 내국민 대우(NT) 및 최혜국 대우
(5)금융서비스: 미국계 은행, 보험, 증권 나아가 생보사에 대한 영업허가
(6)전자상거래(e-commerce): 소프트웨어, 음악, 비디오, 문서를 포함한 디지털 제품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
(7)투자: ‘모든’ 종류의 투자에 대한 보호
(8)지재권: 미국내법수준의 지재권 보호
(9)정부조달: 정부조달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
(10)경쟁정책: 반경쟁적 관행금지 및 법적 제재
(11)분쟁해결 절차 규정
(12)노동
(13)환경 등 그것이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국민경제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즉 GATT/FTA가 주로 위의 (1)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WTO/FTA는 여기에 최소 10여 가지 부문이 합쳐진 것이다. 특히 IMF이후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어 온 것이 한미투자협정(BIT)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관련 미국은 기존의 BIT모델 즉 BIT1994를 최근 대폭 개정해서 BIT 2004모델로 업그레이드했는데, 그 내용은 위 항목가운데 (7)투자와 (5)금융서비스를 합한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 즉 한미FTA는 BIT를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GATT/FTA 즉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측정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왜 한미FTA인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미FTA를 체결하고자 한다는 점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로서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미FTA를 원하는 것일까.
부시 정부의 대아시아 전략의 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이 아시아의 실질적 패권국가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은 군사안보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향유해온 국제정치적 기득권은 대중 견제의 교두보역할을 하기에 매우 적절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제환경에서 한국내의 반미정서 나아가 노무현정부하 한미동맹구조의 균열동향 등은 사실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흔히 한미 양국 공히 언급하듯 FTA는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안보적 협정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한편으로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을 대중 견제의 전초로 삼고, 경제적으로 한국을 대중 진출의 교두보로 인입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매우 소망스러운 결과라 하겠다. 지난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언급처럼 6자회담이후 한미FTA논의가 급격히 진전되고, 동시에 전략적 유연성, PSI관련 한국의 대미 양보(?)가 2개의 트랙을 따라 동시에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이는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 한미FTA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빅딜과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거시 정치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한미FTA 그 자체의 경제적 실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래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말하듯 미국의 가능한 국가별, 지역별 FTA 경제효과 시물레이션이 보여 주듯, 한미FTA는 APEC과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 전미주FTA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한, 양자간 FTA 가운데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장 높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FTA가 예상 가능한 각종 FTA가운데 가장 실익이 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표2>의 2004년 말 전경련 보고서에서 보듯이, 한국은 한일FTA가 체결되지 않은 조건에서, 한중FTA를 통해 가장 높은 사회후생효과와 산업생산효과를 거둘 것이라 전망된다. 반면 한미FTA의 경우 거대 경제권과의 가능한 FTA가운데 -27.37%로 가장 낮은 산업생산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즉 산업생산효과만을 기준으로 볼 때, FTA우선순위국가는 중국, EU, 미국, 일본이라는 것이다.


한미FTA는 분명 경제적 요인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것은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고도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가진 협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 볼 때, 한미관계가 기타의 국제관계와 구분되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미관계가 우리 현대사에서 그리고 한국 사회의 전 부문에 걸쳐 행사해온 압도적 규정력으로 볼 때, 최근 특히 1990년대 이후의 변화는 분명 새로운 것이었다.

한국사회의 ‘절대적 친미’로부터 ‘상대적 친미’로의 진화는 지배블록 내지 지배엘리트 내 전통적 친미파 혹은 ‘한미동맹파’의 지위변경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이는 나아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재편과 적응을 강제하는 조건이었다. 특히 김대중정권-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세전개는 한미동맹파의 게토화까지 요구되는 위기징후였음에 분명하다.

부시정부 내 네오콘의 시각으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공조의 균열은 한미동맹 구조 자체의 와해로 과대 선전될 만한 사안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내 정치경제적 조건에서 포괄적 정치경제적 협정으로서 한미FTA는 위축된 한미동맹파의 지위를 복원하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되고, 또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미국-재벌-관료 복합체의 재공고화를 기획함에 가장 바람직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는 한국사회내 지배블록내 한미동맹파의 총반격의 성격을 가질 수 있음에 주의해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FTA, 전략유연성, PSI등의 어젠다와 남북관계상의 모종의 프로젝트를 두고 한미간 빅딜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미국과 한국사회 신주류와의 대타협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한미동맹으로 인해 ‘새로운 앙시앙 레짐’이라는 역사적 기형아가 그것도 조산될지 여부는 아직 지켜 볼 일이다.

그러면 아래에 한미FTA로 예상되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대한 득실을 따져 보기로 한다.

한미FTA와 한국경제와 사회-(1) 대미 무역적자

한미FTA의 경제효과와 관련해서는 이미 10여개의 분석결과가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한국정부가 애용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최근 자료와 2001년 미 상원 재경위의 위촉으로 미국제무역위원회(USITC)에서 발표한 자료가 가장 공식성이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측의 이 분석은 이미 국내 언론이 FTA홍보를 위해 수차례 보도한 바 있고 또 최근까지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자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균형모델(CGE)라는 동일한 분석모형을 통해 제시된 두가지 분석은 한미FTA 동태효과에 대한 거시경제 추정치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KIEP의 자료가 한국경제에 상당히 희망찬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면, USITC의 추정은 그렇지가 않다. 두가지 자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제효과 분석은 한국의 무역수지상 흑자감소, 적자 증가에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미무역위에 따르면 2001년 다음 해 FTA가 체결되었다고 가정할 때, 협정체결 4년 뒤 미국의 대한 수출은 54% 즉 192억달러,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 즉 103억달러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물론 한미간 기술력격차(한국 71, 미국 95, 한국은 미국의 약 75%수준, 위 표2참조)를 반영할 수 없는 분석모형(CGE) 자체의 한계를 감안한다면, 이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아무튼 한국 정부의 말처럼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다. 그래서 이 수치를 2002년 한미 무역수지에 대입해 보면 이렇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98억 달러는 9억 달러로 감소하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대미 무역적자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측 주장처럼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FTA를 한다 하더라도, 대미 무역적자국이 되기 위해 FTA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출만 알고 수입을 모른다면 덧셈만 알고 뺄셈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울러 GDP와 관련해서도 미국제무역위는 한미 양국 모두 FTA가 GDP에 미칠 영향은 “매우 미미(very small)”하다고 예측하는 반면, KIEP의 그것은 한국이 최대 약2%의 GDP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 주장한다. 만일 미국제무역위 추정처럼 GDP증가가 0.7%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GDP 자연증감분과 원/달러 환율변동을 감안할 때 거의 상쇄될 크기에 불과하다.

2006년 1월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할 때 GDP는 -0.35%, 경상수지는 -29억달러 하락한다(<표5>). 다시 말해 1달러당 1,000원에서 환율이 10% 하락해 1달러당 900원이 되면 GDP는 -0.7% 감소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FTA보다 차라리 환율방어가 훨씬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업종별, 품목별로 보더라도, 한미FTA의 수출증대 효과는 산업별, 업종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아래 무역협회가 200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미FTA의 편익은 3대 업종 자동차, 전자, 섬유의류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나마 이 자료는 쌀을 제외하고 있는 반면 미국제무역위 조사는 미국산 쌀의 수출이 약200%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섬유의류 분야의 대미 수출이 약 18%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쌀, 한국의 섬유의류 이 양국의 최대 수혜업종으로만 보자면 한미FTA는 결국 “옷팔아서 쌀 사먹는” 모양이다. 그런데 무역협회 자료에 근거 3대 수혜업종의 업종별 무역수지를 분석해 볼 때 약6억불의 흑자를 보는 반면, 최대 피해업종인 농산물부문의 적자만 약 -9억9천불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미FTA로 인한 있을 수 있는 수출증가로 인한 ‘득’은 4대 재벌에 집중되고, ‘실’은 농업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2) 금융투기화

투자의 완전 자유화 역시 FTA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한 외국인투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2004년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국내주식보유는 40.1%로서 명실상부 세계최고수준이다. 또한 그 외국인투자의 구성을 보더라도 2004년 말 기준 직접투자가 21%에 불과한 데 반해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증권투자가 51%의 비중을 차지한다. 즉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시장은 직접투자는 과소한 반면, 투기적인 간접투자는 과다한 구조적 기형성을 띠고 있다.


아울러 외국인 직접투자라 하더라도 투자형태별로 볼 때 그나마 건전성 FDI라 할 공장설립형(Greenfield)보다는 M&A의 비중이 IMF 이후 급속히 증가 2005년 현재 45.6%에 달한다. 여기서 산자부의 M&A비율 산출은 구주취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 의한 자국기업의 자산이나 사업부문 취득까지를 포함하는 일반적 M&A기준을 적용할 때 실제 M&A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국가별로 볼 때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침이 있지만 2004년 37.0%를 차지(표9), 미국은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아울러 <표10>에 나타난 미국의 대한 증권투자 자금 유입을 볼 때, 2004년 기준 외국인투자 총 유입금액 93억 불 가운데 39억 불로 약 42%를 차지한다. 물론 그 대부분은 주식에 집중되어 있다. 즉 미국은 직간접투자 모두를 포함해 최대 투자국이라는 말이다.

반면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액수는 2004년 말 기준 825건, 약 13억 달러로 같은 시기 미국의 대한 직접투자 약 47억 달러의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대한 증권투자는 2001년 약 29억불인데 반해,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1년 기준 3억7천만 불로서 현저한 불균형을 보인다. 그나마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 투자의 약 88%는 주로 중장기 채권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IMF이후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권시장에서 거둬들인 평가차익이 2002년 말까지만 보아도 1,000억불이 훨씬 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한국의 국부유출이라는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해 왔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미 장기채권 투자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 미국경제의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2조5천억 불에 달하는 막대한 대미 외국인투자의 일부를 구성하는 즉 미국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로 이러한 순기능과 역기능의 차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5년 말 시가총액 기준 한미 각국의 자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을 볼 때 미국은 11% (2003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40%전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미FTA는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에서 오히려 미국계 금융자본에게 날개를 달아 줄 뿐이다.

더불어 흔히 FTA의 효과로 언급되는 선진경제의 첨단기술, 경영노하우 이전 등의 부수효과는 미국형 FTA에서 엄금하는 투자자에 대한 일체의 ‘이행의무 강제 금지조항’에 저촉되므로 실제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중남미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투자 유치국 정부의 규제 탓으로 돌려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길을 열어 놓은 FTA 분쟁조정절차 역시 FTA의 고비용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역 및 투자 분쟁의 해결 절차에 관련해 거의 모든 신자유주의적 협정들은 제3의 기관이나 심급, 예컨대 투자와 관련해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함으로써 체약국 쌍방 국가의 재판관할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이로써 투자자 내지 기업은 체약국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투자유치국 국가와 동급의 지위를 획득한다. 특히 여기서 주의해야할 대목이 투자자는 국가를 제소할 수 있어도, 그 역 국가가 투자자를 제소하기 위해서는 해당국 정부를 경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를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자본 내지 기업의 ‘전지구적 쿠데타’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ICSID 투자분쟁 사례들이다.

FTA의 ‘비용’과 관련 특히 이러한 방식의 분쟁해결절차에 내재한 고위험성은 아래에서 잘 드러난다. 60년대 창립된 이래 2004년 11월 까지 ICSID에 의해 처리된 투자분쟁건수는 총 86건이며, 현재 게류중인 사건은 2004년 11월 말 현재 총 85건이다.

그런데 게류중인 사건을 연도별로 보면, 1997년 2건, 98년 2건, 99년 1건, 2000년 2건, 2001년 8건, 2002년 14건, 2003년 30건, 2004년(11월말) 25건등 2000년까지 매년 1-2건에 불과했던 투자분쟁이, 매달 1-2건으로 폭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고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피소국 대부분이 제3세계의 개도국들이라는 점이다. 총 85건중 32건이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며, 멕시코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5건, 칠레 3건, 콩고 3건, 그 외 몽고, 이집트, 엘살바도르, 파키스탄, 가봉 등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3세계 국가와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과 동구권의 체제전환국들이 그 대상들이며, 청구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초국적 기업들이다.

이처럼 ICSID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FTA/BIT의 투자분쟁 해결절차는 대부분 초국적 기업의 경영상의 실패를 제3세계 투자유치국 정부 및 해당국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주-
1)FTA와 더불어 GATT1947은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스크린쿼터를 명문화하고 있다. GATT1947은 1994년 WTO 출범과 더불어 효력갱신되어 지금의 WTO의 몸통을 이루는 협약체계 가운데 하나이다. 흥미로운 것은 GATT/WTO내에 FTA의 근거 조항과 아울러 스크린쿼터의 근거조항이 나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GATT/WTO 제4조 영화필름에 관한 특별규정 “체약당사자가 노출영화필름에 관한 내국의 수량적 규정을 설정하거나 유지하는 경우 이러한 규정은 다음 요건에 합치되는 스크린쿼타의 형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 FTA도 스크린쿼터도 모두 GATT/WTO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현장에서 미래를' 117호(2006년 3월)에 실린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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