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투쟁, 교육 시장화 정책 철회 투쟁으로

17~19일 교육대책위 “등록금 동결,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 단식농성

전국 64개 대학교 총학생회 및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다함께 학생모임 등으로 구성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지난 3월 4일 재결성된 이후 3월 한 달 ‘등록금 동결, 교육재정확보, 교육시장화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교육부 항의 방문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면담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사실상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총학생회장단을 주축으로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교육부총리 면담 및 대정부요구안 실현’을 위한 교육부 앞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스도대, 항공대, 덕성여자대, 경기대, 한양대, 광운대, 서울산업대 등 총 22개 대학 25명의 학생이 19일까지 단식농성을 진행한다.

“등록금 인상 문제 전 사회적 이슈로”

18일 오전 10시, 16일 오후 7시부터 집결해 농성에 들어간 지 이틀째 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숨겨진 피곤함이 언뜻언뜻 비쳤다. 그런 그들과 친근해지고자 건낸 물음이라는 것이 “식사는 했어요?”, “저희 단식 농성 중인데요”, “^^;”
돌 안 맞은 것이 다행, 호흡을 가다듬고 다소간 형성된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번 등록금 투쟁이 이전과 다르게 ‘불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있는 것 같은가?”

강정남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객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것도 있지만 등록금 인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사회양극화 등 최근의 이슈들이 이런 여론 형성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대학등록금 관련 공약, 여야당의 공약 패키지 중 하나로 볼 수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등록금 후불제’, ‘선무상교육 제도’와 같은 공약을 내놓고 있다. 새학기도 맞아 등록금 인상과 관련 등록금 투쟁의 계절이라할 만큼 이 시기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정치권의 행보는 이색적이다. 지난 3월 3일 민주노동당이 최순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가 하면,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선무상교육제도’를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공약도 파격적이다.

배태섭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정치권의 등록금 관련 정책들이 뚜렷한 전망 속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 5.31 선거를 앞두고 실체 없이 내놓는 것으로 선거철 되면 교육 관련 공약들이 남발되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어 배태섭 사무국장은 “이런 등록금 문제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라는 논리로 ‘명문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야당의 공약패키지중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등록금 동결 및 학생자치권 보장을 요구하는 글을 적어 교육부 철망에 달아놓았다.
이러한 정치권의 ‘속보이는’ 행보 속에서 등록금 투쟁을 보다 교육 전반의 투쟁으로 이끌기 위한 교육운동계 주체들의 움직임도 있다. 교수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 “대학등록금 문제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며 “정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확보 노력을 통해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교직원 인건비를 지원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배태섭 사무국장은 “주체들인 학생들의 투쟁은 예전과 다르게 학기 초 단기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있어왔다”며 “올해도 4월말까지 이 흐름을 가져가고 상징적으로나마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선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3월말 등록금 문제로 꾸준히 집회해왔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등록금 동결 투쟁’은 기본적으로 교육정책을 바꾸는 투쟁”이라며 “학교 발전을 위해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학교당국 논리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이러한 논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국가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교육재정 GDP 대비 6% 확보,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 △대학 구조조정 철회 △사립학교법 재개정 반대 △한미FTA, WTO 각료회의 등 교육개방 계획 전면 철회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 대책위 구성 등 5가지를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등록금 문제가 교육 공동 행동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한편 18일 오전 10시에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학생들의 교육 투쟁을 탄압하는 학교당국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세대, 이화여대, 항공대 등 총 5개 학교의 교육투쟁 탄압 사례를 통해 학생자치권 탄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발표되었다. 학교당국의 학생자치권 탄압은 학생들의 교섭권을 무시나 징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 12%라는 최고 수준의 등록금 인상률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총학생회의 대화요청에도 “입장 변화 없다”는 ‘전형적인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올 초 학생들과 협의하는 등록금 책정 협의회를 파기하고, 5.8%로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한 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고지했다. 이후 지난 1월 19일에는 ‘학생 징계 규정’을 학칙으로 제정, 실행하였는데, 이는 ‘각종 부정행위 외에 학내 게시물 부착, 불법행사 개최’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학생자치권 침해 소지가 제기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번 학칙 제정은 학생들이 대학본부의 정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공동행동도 취할수 없게 하는 이화보안법”이라며 1인 시위 및 서명운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항공대의 경우 지난 2005~2006 등록금 협의 과정 중 학생 대표자와의 등록금 협의가 중단된 이후 학교당국이 7.8%의 등록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고지했고, 이에 학생들은 총장실, 사무처를 점거하여 등록금에 관련한 자료 등을 습득했던 것. 이에 항공대는 지난 6일 ‘학생집회 시 불법으로 총장실과 행정처장실 및 행ㅈ어사무실에 난입, 학교기물 파괴, 행정서류 및 비품을 무단으로 반출한 사건’에 대해 강동기 총학생회장에게 ‘무기정학’, 박재웅 부총학생회장 및 2인에게 ‘근신’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학교당국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음해하고, 정상적인 학생회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학우들과 분열, 괴리시키고 있다”며 “이와 같은 행태는 등록금 투쟁을 무마히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교육부가 등록금 문제를 학교의 자율성에 맡기면서 ‘자율의 필수 조건’인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며 “등록금 문제가 대학생들의 교육 공동 행동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교육부의 압박도 의심되는 바”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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