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만나는 곳은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고 그 꽃들을 쫓아 더 많은 벌레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국수나무, 산딸기, 붉나무, 진달래, 철쭉이 어울려 숲을 둘러싸고 있고 그 떨기나무 아래엔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이 피었다 지고 현호색도 피었다 지고 지금은 노란 양지꽃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양지꽃은 그 품이 빈대떡보다 큼직하다. '양지꽃'이란 이름은 정말 양지꽃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햇볕 따스한 봄날 산이나 들 양지바른 곳에서 꽃피고 있는 양지꽃을 보고 있자면 그 이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지꽃은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겨울에도 햇볕 잘 드는 곳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양지꽃을 볼 수 있다. 지난 해 자랐다가 시든 마른 풀잎 가운데서 푸릇푸릇 자라 올라온다. 어떤 것은 성급하게 꽃봉오리를 달고 있는 것도 있다. 지난겨울 나물을 뜯어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적이 있었는데, 며칠 지나고 꺼내어 보았더니 양지꽃이 노랗게 꽃 피어 있었다. 지금 꽃 피고 있는 양지꽃은 지난 겨울동안 부지런히 준비해온 것들을 하나둘 풀어 내놓고 있는 것일 게다.

양지꽃 옆에는 양지꽃과 꼭 빼닮은 뱀딸기가 자라고 있다. 수수한 양지꽃보다 뱀딸기는 조금 억색보이고 꽃 크기도 더 크다. 꽃보다는 꽃받침을 보면 구별하기가 쉬운데 양지꽃 무리는 꽃받침 조각 사이에 작은 부꽃받침 조각이 있다. 뱀딸기는 부꽃받침 조각이 꽃받침 조각보다 크기도 더 크고, 세 갈래로 갈라져 있어 양지꽃과 구별된다. 뱀딸기는 줄기를 뻗어 줄기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면서 넓게 퍼져 자라기 때문에 봄이 끝나갈 무렵에는 굳이 꽃을 보지 않아도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 색깔 가운데는 노란색이 가장 흔하다. 봄철엔 특히 더 노란색 꽃이 눈에 띄는 것 같다. 가장 먼저 꽃 피는 복수초나 생강나무, 산수유가 노란색이고 개나리, 민들레, 씀바귀도 노란색 꽃이 핀다.

노란색 다음으로는 흰색 꽃이 흔한데 이 두 가지 색을 합하면 전체 꽃 피는 식물 가운데 60%가 넘는다. 꽃 색깔은 꽃가루받이를 돕는 곤충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곤충들이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이나 흰색인가 보다.

양지꽃에는 벌이나 나비보다 파리 무리에 속하는 빌로도재니등에가 가장 많이 날아든다. 빌로도재니등에는 진달래와 양지꽃이 꽃 필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곤충이다. 빌로도재니등에가 자취를 감추면 봄도 절반쯤은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