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방송통신융합기구법를 보면, 개편될 통합기구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하되 독임제 성격이 포함된다. 내용 심의기능은 통합기구에서 분리, 현 방송위원회 심의기능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합해 민간 심의기구로 분리 독립하는 심의위원회를 두게 된다.
애초 논의 방식과 공개된 방송통신융합기구법 내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시청자 주권을 위한 방송통신융합 공동대책위원회(방통융합공대위)'는 14일 성명을 내고 "방송통신융합 기구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방통융합공대위는 성명에서 "논의의 효율성과 각 부처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만 급급한 졸속 논의는 역사를 한참이나 뒤로 돌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기구개편안으로 귀결되었다"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하여 모든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위원 간에 계서제적(hierarchical) 성격을 도입한다면 이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포장한 독임제 기구’가 되는 것이 자명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융합공대위는 또 "공대위는 방송통신융합의 선행조건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보장과 저렴한 비용을 전제로 한 사용자의 미디어선택권이라고 누누의 강조해 왔다"고 재차 강조하고, 밀실논의 논란과 관련해 "모든 회의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당한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논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융합추진위는 방송통신융합 기구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
14일 '시청자 주권을 위한 방송통신융합 공동대책위원회' 성명
지난 11월 10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은 방송통신 기구개편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이는 지난 7월 28일 공식 출범한 융합추진위가 석 달 동안 31차례 회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물을 내놓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시청자 주권을 위한 방송통신융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방송통신융합이 왜 필요하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오간데 없고 오로지 부처 간의 이전투구의 산물인 “독임제 가미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정체조차 모호한 거대한 괴물을 토론자들 앞에 던져놓았다. “기구관련법은 올해 안에 꼭 국회에 제출하겠소.”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융합추진위 지원단의 책임 있는 자세인지 다시 한 번 되물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동안 공대위는 융합추진위의 논의를 깨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적극적인 대응을 삼가며 인내심을 갖고 논의를 지켜봐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제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할 인내심은 남아 있지 않다. 논의가 잘못 가고 있다면 깨고 다시 시작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공대위는 융합추진위에 원점으로부터의 재논의를 제안한다.
방송통신융합 논의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디어 시장을 길게는 수십 년간 좌지우지할 막중한 대사이며 특히 기구개편 논의는 향후 시장을 조정하고 이끌어갈 주체를 도출해 내는 한층 더 중요한 논의이다. 이러한 기구에 대한 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융합추진위가 방송통신융합의 목표와 비전부터 명확하게 규정하고 일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와 저렴한 비용을 전제로 한 사용자의 미디어 선택권 보장이어야 함을 공대위는 누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이러한 비전과 목표는 모두 사라져 버렸고, 설명회에서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이 밝힌 비전은 ‘효율적인 행정체계 구축’ 뿐이었다. 지난 2개월의 밀실논의 결과물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의 단기적 기억상실증을 심각하게 의심한다. 아니면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이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공대위는 기구개편에 선행하여 융합추진위 안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이미 국무조정실은 첫 회의도 열리기 전에 ‘IPTV 조기도입’이라는 목표를 보도 자료를 통해 내놓아 언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으며, 융합추진위는 가장 기본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는 사업자 분류 방식에 대해서 ‘2단계(Layer)’ 분류냐, ‘3단계’ 분류냐를 놓고 한 달 동안 논쟁하다 합의조차 보지 못하고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이 시점에서 융합추진위는 오로지 논의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하여 모든 철학과 목표를 뒤로하고 기구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이를 연내에 처리하기 위하여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현업과 시민사회 그리고 그 자신들을 흔들어 왔다.
융합추진위는 방송통신융합 논의가 그렇게 손쉬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가? 융합을 위한 틀을 다시 짜기 위해서는 시장획정, 사업자 분류 방식,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제체계 확립, 보편적 서비스의 보장, 유료매체가 경쟁하는 시장에서의 공익적 프로그램 확보방안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두고 인내심을 동반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정상이다.
만약 초기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면 이는 그동안 규제/정책의 목표와 철학이 달랐던 통신과 방송의 특성, 그리고 정통부와 방송위로 대변되는 규제/정책기관의 차이점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며 그럴수록 끈기 있는 논의를 통해서 방송과 통신 진영의 상호이해를 유인하고 범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런데 융합추진위는 그러한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엄연히 주객이 전도된 논의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과연 기구개편을 조기 매듭짓는 것이 만능인가? 그 기구가 어떠한 철학과 목표를 갖고 앞으로 논의를 이어나갈지 우리는 더 이상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융합추진위는 또 목표시한을 정하고 폭주기관차를 출발시킬 것인가?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향후 미디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게 된다면 이에 대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정해진 시간 안에 서둘러 결과물을 내는 것이 우선인지, 국민의 이익이 우선인지조차 혼동하고 있는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에 이러한 중대한 과제를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공대위의 판단이다.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은 방송통신융합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검토 하라.
논의의 효율성과 각 부처의 이견을 조율하는 데만 급급한 졸속 논의는 역사를 한참이나 뒤로 돌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기구개편안으로 귀결되었다. 도대체 ‘독임제 가미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무슨 얘기인가? 만약 ‘화학비료를 가미한 순수 유기농 야채’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러한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쯤 되면 말장난도 너무 심하지 않은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하여 모든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위원 간에 계서제적(hierarchical) 성격을 도입한다면 이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포장한 독임제 기구’가 되는 것이 자명하다.
이 기구는 방송과 통신을 통합하여 규제할 것이며, 이는 과거 공보처로부터 어렵사리 독립한 방송이 다시 정부의 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공대위가 융합추진위의 기구관련 결과물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융합추진위는 기구개편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방송통신융합의 목표와 철학, 그리고 방송통신 시장을 어떻게 통합하는 동시에 나누고 규율할 것인지 원칙부터 다시 세우길 촉구한다.
공대위가 생각하고 있는 원칙은 매우 간결하고 선명하다. 공대위는 방송통신융합의 선행조건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보장과 저렴한 비용을 전제로 한 사용자의 미디어선택권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장에서는 유료매체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향후 등장할 디지털화된 유료매체는 현재 아날로그 시장에서의 유료매체 이용요금의 3-4배 이상으로 인상될 것이며, 다양한 부가서비스 또한 사용자의 지갑을 노리게 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무료매체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경제적 격차로 인한 정보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의 논의 결과의 어디에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융합추진위는 방송통신융합 논의에 앞서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필수적으로 제공되는 방법론과 더불어, 디지털 환경에서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가 어떻게 고도화되어야 하는지 균형 잡힌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길 바란다.
또 다른 측면은 방송통신융합 과정에서 방송 콘텐츠의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하고 유지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방송시장은 유료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다행히도 내용적으로는 지상파방송의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하고 방송시장 전체를 견인하여 최소한의 건강성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유료매체가 경쟁하는 융합 환경 안에서도 과연 현재와 같이 공익적 콘텐츠가 원활하게 수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유료매체는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아야’하는 환경이 될 것이 자명하며,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만약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방송마저 이 같은 경쟁에 뛰어들어 ‘살아남아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앞으로 우리 국민이 향유할 ‘건강한’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은 공영방송, 또는 지상파 방송사로 대표되는 무료 보편적 매체에 대해 공공방송사(PSB; Public Service Broadcaster)의 역할을 강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하며, 이들이 공공콘텐츠를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질 높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만이 융합추진위와 지원단이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문제는 공대위가 이미 여러 차례 요구해 온 정보 공개의 문제이다. 설명회 이후 융합추진위의 결과 발표에 대해 방송위, 정통부, 문화부가 이해하고 있는 사항이 각자 달랐으며 지원단이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논의 결과에 대해 각 기관이 아전인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극심한 부처이기주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작 문제를 이렇게까지 불거지게 만든 것은 융합추진위의 ‘밀실논의’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자 융합추진위는 10월 27일의 회의록을 공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왜 진작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가? 공대위는 이미 융합추진위에게 밀실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전문위원회, 분과위원회, 전체위원회의 각 회의별 논의 과정을 실명을 통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향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해 왔다.
만약 단 한 번의 회의록 공개가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융합추진위가 믿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앞으로 모든 회의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당한 목소리가 다양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논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공대위는 융합추진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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