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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별, 쇠별꽃

[강우근의 들꽃이야기](58) - 쇠별꽃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면서 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커먼 공해가 하늘을 뒤덮어 별을 가려 버린 데다 높은 건물들이 하늘을 다 잘라먹어 버렸다. 한밤중에도 꺼질 줄 모르는 도시 불빛은 조각난 작은 하늘에서조차 별 보기를 힘들게 만든다. 게다 바쁜 도시 생활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 볼 짬을 주지 않는다. 별을 보며 한 해 농사를 점치던 농사꾼과 달리 도시 사람들한테 별 보기란 아무 의미 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하기는 요즘 별을 보면서 농사일을 점치는 농사꾼도 드물다.


그래도 서울에서 별을 볼 수 있다. 학교 운동장처럼 넓은 데 가서 보면 맨눈으로도 꽤 많은 별이 보인다. 특히 겨울에는 별 보기가 좋다. 건조한 겨울은 맑은 날이 많고, 겨울 밤하늘엔 밝은 별이 다른 계절보다 많기 때문이다. 겨울에 볼 수 있는 별 가운데 '좀생이별'이라는 게 있다. 작은 별이 촘촘히 모여 있는 별 무리가 좀스럽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쌍안경을 카메라 다리에 붙여서 보면 '플레이야데스 성단'이라는 이 별의 아름다운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푸른빛을 내는 이 별 무리는 정말 하늘에 뿌려진 꽃 같다.

땅에 뿌려진 별 같은 꽃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별꽃'이다. 별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풀 가운데 개별꽃은 산에 가야 볼 수 있는 야생화에 속한다. 쇠별꽃은 별꽃과 함께 길가나 밭에서 무더기로 자라는 흔해빠진 잡초다. 하늘 위 별이야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땅에 핀 별꽃이나 쇠별꽃은 도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쇠별꽃은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어서 사철 내내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풀이다.

겨울을 나는 풀들은 대부분 색깔이 검다. 냉이나 뽀리뱅이는 거무칙칙한 땅 색깔이랑 거의 같아서 눈을 크게 떠야 찾을 수 있다. 쇠별꽃은 한겨울에 더 선명한 초록색을 띤다. 눈 쌓인 한겨울에도 낙엽이나 마른 풀을 헤쳐 보면 싱싱한 초록빛 쇠별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처럼 가는 줄기에 긴 잎자루를 달고 있는 겨울 쇠별꽃 모습은 봄이 되면 많이 바뀐다. 줄기는 굵어져 붉은 색을 띠고 잎은 더 커지고 색도 짙어진다. 봄에 자라는 잎에는 잎자루가 없고 잎이 줄기를 감싸듯 바로 붙어 나온다.

쇠별꽃은 별꽃보다 잎도 더 크고 꽃도 더 크다. 동식물을 나타내는 명사 앞에 붙는 '쇠'자는 '작다'는 뜻으로 쓰인다는데 쇠별꽃의 경우는 오히려 그 반대다. 왜 그렇게 바뀌어 불리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잎이 더 큰 쇠별꽃은 잎이 작아 뜯기가 번거로운 별꽃보다 나물로 먹기에 좋다. 쇠별꽃은 사철 아무 때나 뜯어서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쓴맛이 없어서 날 것으로 그냥 먹어도 좋다.

봄이 되면 쇠별꽃은 서로 다투듯 꽃을 피워낸다. 하늘 위 별들이 간직한 신화처럼 쇠별꽃은 신비롭게 꽃을 피운다. 하지만 쇠별꽃이 가진 신비로움도 그걸 '별'로 볼 수 있는 사람들 눈에나 그렇게 보일 뿐이다. 대개는 밥풀떼기만한 꽃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흔한 잡초쯤으로 여겨 버린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TV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나오는 인기 연예인이나 '별'로 보이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나 동지들이 '별'로 보일 리 없다. 하지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웃이 없다면 세상살이는 얼마나 더 팍팍해질까? 함께 손잡고 싸우는 동지가 없다면 희망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흔한 잡초를 땅에 뿌려진 '별'로 보듯 동지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