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은 문화관광부가 아닌 외교통상부 앞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온전한 국회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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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연대, 서울연극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세계문화기구를위한 연대회의' 소속 문화예술인들은 20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온전한 국회 비준'을 촉구했다. |
'문화다양성 협약'은 당사국의 권리로 문화다양성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규제, 재정지원, 공공기관 설립 및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자국 영토 내의 문화적 표현이 소멸할 위험 등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의 존재를 결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 협약이다. 이 협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사국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마치 이산화 탄소 배출 조절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자는 국제적인 움직임 처럼 거대 자본아래 모든 문화적 재원들이 상품이 돼 통상협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방안이며, 국제협약이다.
1998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각국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여 제 1차 세계문화부장관회의(INCP)를 계기로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 채택, 시행의 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는 문화다양성 협약이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는 2005년 10월 20일, 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채택으로 결실을 맺었다.
헐리우드 등 대자본을 앞세우며 협약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미국의 다각적인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회원국 중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반대한 가운데 148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됐다.
2007년 3월 18일 문화다양성 협약은 국제법으로 공식 발효됐고, 2007년 11월 20일 현재, 협약 채택 2년 여 만에 75개국이 국내 비준을 마치고 협약에 가입해 국제협약의 위상을 갖추어 가고 있다.
문광부가 아니라 외통부 앞에서 왜?
문화예술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다양성 협약'을 훼손하는 공공의 적으로 '외교통상부'를 규정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관으로 주무부처는 문화관광부이다.
외교통상부가 도마에 오른 이유는 최근 외교통상부의 주도 아래 문광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6개 부처와 합의해 협약의 핵심인 20조와 25조를 유보한 채 국회비준 없이 대통령 승인만으로 협약을 비준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내용이 왜곡된 형식적인 '비준'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명분을 찾겠다는 밑그림과 분위기 주도를 '외교통상부'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관련 법안이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 확인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도 정부는 지금까지 협약과 관련해 공정회와 같은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밟지 않았다. 문화예술인들은 "협약 비준을 하기도 전 부터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는 협약 11조와 12조를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통령 선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여론 공백기를 활용해 협약의 핵심적인 20조, 25조를 유보한 채 처리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조, 25조 왜 유보시켰을까
한국 정부가 조문 조항 변경을 통해 결과적으로 유보시킨 20조, 25조는 '문화다양성 협약'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 근거 조항이다.
20조는 다른 협약과의 관계에 대한 조항으로 상호지원성, 보완성, 비종속성을 규정하고 있다. 25조는 '분쟁해결'에 대한 조항으로 분쟁당사국들이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사국들은 공동으로 제 3자의 주선을 모색하거나 중개를 요청할 수 있게 명문화 돼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WTO나 GATT 등 무역협정에서는 문화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 분야에서의 법적 공백을 메우고, 경제 협정에서 문화가 종속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국의 문화 지원 정책을 존중하고, 상호지원하고, WTO나 FTA와 같은 통상 협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다.
그렇기에 20조와 25조의 규정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WTO 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되고 있는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문화 재원들에 대한 보호 정책과 관련 조문이 달라지게 된다.
외교부는 20조의 '자국이 당사국인 다른 조약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혹은 다른 국제적 의무와 다를 때 이 협약의 관련 조항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문을 '대한민국은 동협약에 따라 취해진 조치가 대한민국이 당사자인 다른 조약의 권리 및 의무와 합치되게 이행되어야 함을 선언 한다'라고 수정해 놓았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조문 변경은 '실질적으로 협약을 WTO에 종속시키겠다는 취지'로 협약의 비종속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협약의 목적을 완전히 위배하는 유보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협약의 1장이 인정하는 문화적 활동, 상품, 서비스의 정체성과 가치관, 의미의 매개체로서의 고유한 특성을 부정한 것으로 협약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 중 하나인 20조의 정신과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EU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과의 FTA를 준비하는 '동시다발 FTA'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정비하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외교부가 조처의 근거로 들고 있는 '멕시코도 20조를 유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멕시코의 경우 비종속성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질적으로 다른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정부의 단순히 (멕시코가) 유보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안전인수격 해석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협약의 11조와 12조에 근거 해 제대로 된 의사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문화예술계 및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할 것과 협약의 정신과 목적을 훼손하지 말고 문화다양성 협약을 온전하게 비준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대표자들은 이날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부를 방문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오는 28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가)' 이란 주제로, 관련 토론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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