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낯선 주장이 아니다"

[인터뷰] 조희주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본 집행위원장

보수 2강의 유례 없는 대선 판도를 두고 '회고 투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BBK나 자녀 위장 취업과 같은 도덕성 문제로도 흔들리지 않는 보수세력에 대한 응집력은 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기적 비전이 사라지고 인물 중심의 선거가 짜여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위한 현재의 대안, 그 핵심에 '교육'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신정아부터 김포외고까지, 교육문제에 대한 국민의 열망 폭발했다"

2007년 하반기 들어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운동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23일 이수역에 위치한 전교조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조희주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신정아부터 김포외고까지 학벌구조에서 비롯된 사회 현상의 영향으로 교육문제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관심과 참여의 폭이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말이다.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얼마 후인 지난 22일 거리에 나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당사자인 자신들이 적극 나서야 제대로된 교육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노동자, 농민 등 시민사회도 교육문제 만큼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문제라며 힘을 보탰다.

  지난 22일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은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당시 기자회견에서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교육문제가 교육단체만의 문제로만 사고되고 있다"며 "교육문제는 사회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어야 하며 전국민적 사회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이 점을 강조했다.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범은 바로 교육양극화이며, 교육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운동은 전교조만의 운동이 아니라 범국민적 운동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더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다. 대학평준화까지는 나가지 못한 후보도 있지만, 대선 후보들 중 몇몇은 실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담론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면서 교육문제가 자기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그는 말했다.

이 운동이 구체적인 모습을 띠면서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있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교육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교육은 학교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대학서열체제 속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더이상 무관심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노동자,농민,학부모,학생들이 이문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문제는 바로 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동참한 사람들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학평준화, 획일적인 평준화가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난이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내용인즉, 너무 평준화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변별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늘 변별력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입시제도는 전국의 수험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이며 아이들이 서열 체제 속에 편입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조희주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에 대한 반감과 회의를 인식한 듯 한마디로 간추려 "상당수 나라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한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학문경쟁력 1위의 핀란드는 100% 국립대 평준화 체제이며 세계적인 석학을 배출하고 있는 프랑스도 대학평준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는 대선을 앞두고 크게 다섯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첫 번째 현행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입시는 폐지하고 대학 입학 자격 여부만 판별하는 시험을 치루자는 것이다. 입시폐지국본은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무한경쟁에 뛰어드는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입시폐지에 대한 공감대는 대략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대학평준화에 대한 대중의 낯설음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입시폐지국본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을 없애는 대학평준화에 대해 "모든 대학의 교육여건을 균등하게 발전시키는 것,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 공동으로 학점을 이수하고 동일한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대학을 계열별로 하나로 묶어서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평준화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획일적인 평준화가 아니"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개방입학제, 즉 입학을 평준화하자는 것이다. 학교자체를 획일적으로 평준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다양한 교과목, 댜양한 교육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대학별로 전문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의 평준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교육문제가 함께 논의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할 것"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에 대한 비판도 그 중 하나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고교평준화 해체 및 3단계 대학 자율화 조치로 압축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교육정책은 한 마디로 입시지옥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공약"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입시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대학평준화와 함께하지 않는 입시폐지는 빈 공약"이라고 일축했다.

24일 진행된 문화제도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에 대한 시민 참여를 호소하는 작업이었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전국 국민 행동의 날, 입시기계를 상징하는 로봇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이번 문화제는 운동의 의미를 전달하고 함께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전개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대회"라고 문화제 성격을 밝혔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공동행동을 마친 후 "지역의 공동실천단을 시군구단위로 꾸릴 것"이라며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교육문제가 함께 논의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10만 명,100만 명 회원 확대 조직 계획도 밝혔다. "자전거 대장정이라든지 문화제를 통해 지역 곳곳 일상에서 만나는 운동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대중을 향한 호소 및 당부도 있다. 조희주 집행위원장은 "이 운동은 단기간에 끝날 운동이 아니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고, 가야만 하는 운동"이라며 "사교육비 해소, 입시경쟁 타파를 위해 전 국민이 이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