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정세전망과 노동운동의 진로'

16일 노동운동포럼(가칭) 열린 토론회 진행 예정

기존 노동운동은 주로 생존권이나 노동기본권을 둘러싼 투쟁이었다. 그것을 넘어서는 운동의 내용과 방식은 무엇일까. 간판은 많았지만 내용은 없었고, 실제 몸으로 부딪쳐 보지도 못했던 것 같다. 하루 아침에 답이 나오진 않을 거다. 지금 현실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만들어 가보자

포럼을 통해 제 세력의 영역을 넘고,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토론하고, 이 격정의 결과물들을 실천으로 만들어 내자는 취지의 '소통연대변혁' 노동운동포럼(가칭)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노동운동포럼(가)은 사회운동포럼 노동운동기획단의 후속 논의과정에서 제안됐다. 그간 3차례의 준비모임과 2차례의 기획단회의를 통해 사회운동포럼과 문제의식은 동일하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현 시기 변혁적 노동운동을 모색하고 실천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동운동포럼을 새롭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간 준비 논의를 진행 해 온 노동운동포럼(가)은 오는 16일 '대선이후 정세전망과 노동운동의 진로'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을 진행한다.

새로운 대통령과 인수위는 노동계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포럼 준비단위는 진보정당과 산별노조 이외에는 다루지 않는 현실 운동의 주류적 담론에서 벗어나 노동운동의 변혁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참가자들의 면면에 따라 모두에게 알려진 정파와 경향성은 있을 지언정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다. 변화된 정세에 따라, 열린 토론을 통해 노동 운동 주체들의 실천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인 사전 토론의 자리이다.

논의의 주체는 바로 현장에서 노동운동의 변혁성 회복과 대중의 계급성 구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포럼은 1월 - 4월까지 준비를 진행하고, 4월말 또는 5월 중순에 2일간 본행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오는 16일에 진행 될 여는 토론회에서는 준비위 결성회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의 전략과 실현방안'이라는 주제로 가닥을 잡고 △신자유주의와 노동자의 삶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운동에 대한 검토 △한국노동운동에 대한 성찰과 평가 △노동운동의 대안은 무엇인가 등 본행사의 주제 토론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준비위원회 결성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 주제들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선이후 정세전망과 노동운동의 진로' 여는 토론
- 일시 : 2008년 1월 16일(수), 18시 30분
- 장소 : 민주노총 서울본부 회의실

가칭)노동운동포럼을 제안합니다

1. 이제 누구나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놈의 위기라는 말이 식상해질 정도입니다. 위기라고 말하는 상황이 이토록 오래 지속하다니. 우리는 정말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모색을 하고 있기나 한 것입니까? 2007년 세밑을 맞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비단 몇몇 사람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는 위기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아닙니다.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도 이제는 극복해야 합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색이 구체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2. 위기에 대한 진단이 난무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 또한 난무했습니다. 노동조합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노동자 정당을 만들자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합법적 진보정당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의 진보정당으로 사회변혁을 꿈꾸지는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혁신하자는 이야기도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산별노조를 만들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 실현될 것이라고 해서 산별노조를 만들었고 지금도 산별노조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대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의 격차 앞에 산별노조 속속무책입니다. 노동자다운 연대와 계급적인 단결은 어느새 실종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분명해졌습니다. 진보정당으로, 산별노조로도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사상, 우리의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80년대에 배우고 익혔던 사상과 이론으로 21세기를 헤쳐나갈 수는 없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중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중을 바꾸겠다는 상상이 오도된 전위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이 대중에게 있다면,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과 마음을 갖지 않는 한 자본주의의 전복과 한국 사회의 변혁은 불가능합니다.

3. ‘벌 수 있을 때 벌어보자.’는 생각이 현장에 만연하다고 합니다. 노동조합 집행간부와 노조 대의원들은 잔업과 특근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한다고 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부에서는 정규직만의 이익을 지키는데 노조가 앞장서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그런 노동조합들이 징계를 받고 제명되기도 하니 다행이라고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둘러봅시다. 어느새 우리 모두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자가용 크기를 넓히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학원에 보내면서 노동자가 되기보다는 공부 잘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우리 반 아이를 찾았던 시대는 가고 내 아이가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 사회를 한탄하면서도 암 보험과 생명보험 등 각종 사보험을 들고 이런저런 펀드에 가입하면서 주식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이제 대중의 상태는 벌 수 있을 때 벌어보자를 넘어 섰습니다. 신자유주의 속에서 신자유주의 방법으로 남을 밟고 일어서서 내가 더 잘 사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남을 상하게 하지 않더라도 더 잘 살고 더 좋게 살려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상당수의 국민들, 대중들, 노동자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의 권력 경쟁에 내몰린 노조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은 입으로는 원칙을 말하면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실제로는 대중의 상태에 영합해들어가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기업의 틀 안에서 더 많은 임금, 더 안정된 고용을 확보해주면서 표를 얻고 노조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변혁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실리주의에 깊숙이 함몰되고 있습니다.

4. 변화의 시작은 활동가들입니다. 대중을 바꾸려면 활동가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대중의 삶과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경제적 실리주의와 자본주의적 생활들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대중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활동가들이 자본주의로부터 이탈하고 실리주의로부터 벗어나며 노동조합의 권력 경쟁을 초월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이런 선택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조합원들에게 표를 얻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속에 침잠되어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대중들로부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 이런 대중들을 위해 더 많은 실리를 챙겨주는 것이 활동가들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중의 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과감하게 소수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중을 변화시키기 위해, 실리적 경제주의에 갇힌 노동자 대중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계급의 새로운 길로 인도하기 위해 이제 활동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 시기입니다.

5.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 이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우리를 지배했던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검토에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 무엇일까에 이르는 문제들이 모두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기에 오히려 작은 고민과 생각조차도 드러내놓고 과감하게 토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세력들 안에 속해 있는 동지들, 그렇지 않은 동지들, 조합에서 활동하시는 동지들,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동지들,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동지들. 각자 처한 조건과 상황이 있기에 조직의 이름으로 소속된 집단의 이름으로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꺼내놓고 정말 한국 사회의 미래, 노동자 계급의 변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으면 합니다.

이제 ‘현장에서 현장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대중이 있는 공간, 자본과 노동의 적대와 대립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현장’이란 결코 작업장, 사업장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본의 지배가 전일화하고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 곳곳을 잠식한 지금 활동가들에게 현장은 공장으로만 한정될 수 없습니다. 활동가들은 여전히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망과 비전은 현장 안에 갇혀서는 안 될 일입니다. 기업의 협소한 울타리 안에서 기업의 존폐를 노동자의 존폐로 연결 짓는 현실의 인식과 오히려 맞서 싸워야 합니다.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줄이면서 자본에 의한 노동자 분할과 분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실리주의에만 함몰된 조합주의 운동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대중과 함께 하되 대중의 의식을 더욱 급진화하고 탈 자본화하는 그런 운동을 해야 합니다.

6. 노동운동포럼은 이런 의미입니다. 진보정당과 산별노조 이외에는 다루지 않는 현실 운동의 주류적 담론에서 벗어나 노동운동의 변혁을 다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바로 현장의 동지들이어야 합니다. 조합에 있던, 사업장에 있던, 단체에 있던 현장에서 노동운동의 변혁성 회복과 대중의 계급성 구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면서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지들과 함께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여는 격렬한 논쟁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미리 정해진 결론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대강의 경향들은 있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고려하면서 점잖게 하는 토론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이번의 포럼은 그런 세력의 영역을 넘어서고자 합니다. 노동운동의 제 세력을 무너뜨리길 원합니다.

몇몇 사람이 무엇인가를 도모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생각하고 있는 바를 감추거나 포장하지도 않았으면 합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있는 그것을 그대로 던져놓고 토론하기를 원합니다. 아이디어 차원이던 근본적인 성찰에 관한 것이던 활동가들이 다루어야 할 내용이면서 주제라고 생각한다면 모두 토론하고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그런 이야기와 토론, 격정의 결과물이 생기기를 기대하기는 합니다. 몇몇 사람이 깃발을 드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토론과 논쟁의 결과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세력과 정파에 찌들지 않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에서 다른 방식으로 운동하시는 그런 동지들의 만남과 ‘결의’가 영근다면 그보다 더 소중한 결과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주도하거나 예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토론과 논쟁의 결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7.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포럼은 세력과 집단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들이 모여서 개인의 연합으로 치루어지는 행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숫자가 많던 적던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첫술에 배 부르랴‘는 속담을 떠올립니다. 첫 술에 배가 불렀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첫술’을 뜨려는 현장의 동지들이 함께 모이는 일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시 시작합시다. 여기가 우리의 출발점입니다.

2007.11 노동운동포럼 제안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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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 대선 , 노동정세 , 소통연대변혁 , 노동운동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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