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무자 두번 울리는 인수위

오락가락 금융채무정책...연석회의 "진정한 신용 사면 절실" 주장

3일 인수위원회는 생계형 금융채무자 등 '금융피해자'들에 대한 신용사면을 하겠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신용회복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으로 금융소외자의 채무를 사들인 뒤 원금을 분할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공적자금 규모도 10조원 정도 제시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 포퓰리즘의 비판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500만 원 이하 생계형채무자들의 원금탕감은 없으며 배드뱅크 방식과 다름이 없는 장기 채무상환조치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금융채무연석회의)'는 7일 성명을 내고 생색내기 용 금융채무 정책을 비판하며, '생계형 금융채무자를 우롱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를 규탄했다. 그리고 "소액채무자들에게 원금탕감과 연체기록의 말소 등을 통한 진정한 신용사면"을 촉구했다.

인수위, 선심성 정책 남발... 여론 벽에 부딪히자 우왕좌왕

금융권과 정부는 금융피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원금탕감 불가(不可)'의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심지어 적법한 파산신청도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수위가 원금 탕감을 정책을 치밀한 사전검토나 여론에 대한 고려 없이 제시했다는 것은 올 총선을 을 의식한 '포퓰리즘 인수위'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인수위가 추진 중인 신용회복 지원 방안은 기업, 개인 모두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리를 차별화 하는 신 BIS협약(바젤Ⅱ) 시행과도 맞물린다. 사면 대상도 불분명하고, 신용사면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법도 불투명한 허점 투성이다. 결국 인수위의 금융피해자 신용 사면 정책 발표에 정작 당사자들만 웃고, 우는 어이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해 11월 21일 빈곤사회연대, 서민경제회복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빈민연합의 공동주최로 'IMF 10년 빈곤과 채무의 악순환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참세상 자료사진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금융채무연석회의)는 7일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의 원금탕감 없는 생색내기용 금융소외자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후보 공약은 '700만 금융소외자의 재기를 위한 신용회복 4대 특별정책'을 내놓았다. 연체금 재조정, 고리사채 재조정, 연체기록의 말소, 신용회복기금 설치를 골자로 한 이 공약은 금융피해자들에게 절실한 내용이다. 또한 신용회복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소액서민대출은행을 설립하여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금융채무연석회의는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애초 공약은 고사하고 변죽만 요란한 내용으로 생계형 금융채무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인수위원회가 최근 입장을 번복한 내용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내용이었고, 원금 분할 상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드뱅크,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이 은행권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무 상환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500만 원 이하의 채무자들을 생계형 채무자라고 인식하면서도 이들의 채무탕감이 곧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금융자본의 논리를 한치 앞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인수위의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또 다시 생계형 채무자의 최소한의 존엄성과 자존심마저 짓밟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금융채무연석회의는 "진정한 신용사면은 그 동안의 정부와 자본만을 위한 금융채무정책을 반성하고 금융피해자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배려정책이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금융채무자들의 새로운 출발점인 법원의 파산-면책 제도의 문을 더욱 넓히고, 빚의 늪에서 괴로워하는 소액채무자들에게 원금탕감과 연체기록의 말소 등을 통한 진정한 신용사면"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서]생계형 금융채무자를 우롱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를 규탄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의 원금탕감 없는 생색내기용 금융소외자 대책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생계형 금융채무자 등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신용사면을 하겠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신용회복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으로 금융소외자의 채무를 사들인 뒤 원금을 분할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입장은 하루 만에 바뀌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며 하루 전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면서 500만원 이하 생계형채무자들의 원금탕감은 없으며 배드뱅크 방식과 다름이 없는 장기 채무상환조치로 한발 물러서고 말았다.

애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700만 금융소외자의 재기를 위한 신용회복 4대 특별정책>이라는 금융채무자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4대 특별대책은 연체금 재조정, 고리사채 재조정, 연체기록의 말소, 신용회복기금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신용회복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소액서민대출은행을 설립하여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애초 공약은 고사하고 변죽만 요란한 내용으로 생계형 금융채무자를 우롱하고 있다. 게다가 인수위원회가 최근 입장을 번복한 내용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내용이었고, 원금 분할 상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드뱅크,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이 은행권에서 운영하고 있는 채무 상환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금융채무자는 도덕적 해이자 아닌 금융피해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수위원회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500만원 이하의 채무자들을 생계형 채무자라고 인식하면서도 이들의 채무탕감이 곧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금융자본의 논리를 한치 앞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인수위의 천박한 인식이 또 다시 생계형 채무자의 최소한의 존엄성과 자존심마저 짓밟고 말았다.

지난 해 2007년 11월 21일, 서울 은행연합회 앞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금융피해자들이 모여 “우리는 신용불량자가 아닌 금융피해자이다”라는 힘찬 함성을 질렀다. 그날은 IMF와 대한민국정부가 IMF의 구제금융을 체결한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IMF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채무의 성격은 180도 달라졌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되고, 이자제한법의 폐지로 대부업체의 금리가 하늘모르고 치솟았다. 수많은 이가 불법채권추심을 견디다 못해 장기매매, 가족동반자살을 선택했다.

내수경기를 살린다는 목적으로 지나가는 대학생들에게 까지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묻지마 카드’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카드는 당장의 생활비 없는 서민들에게 생계를 이어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2003년 카드버블은 정부와 카드사가 만든 합작품인 것이다. 그 후 서민들의 삶은 금융채무로 인하여 가계파산과 소액채무로 허덕이는 죽음과도 같은 생활고와 다름이 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무책임한 태도, 이제는 책임있게 해결하라!

생색내기용 금융채무정책으로 금융채무자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인수위원회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인수위원회는 금융채무정책을 생활고로 고통을 받고 있는 소액 금융채무자들의 눈높이에서 다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금융채무자들의 새로운 출발점인 법원의 파산·면책 제도의 문을 더욱 넓히고, 빚의 늪에서 괴로워하는 소액채무자들에게 원금탕감과 연체기록의 말소 등을 통한 진정한 신용사면을 요구하는 바이다.

지난 IMF 10년의 결과는 참담했다. 720만의 경제활동인구가 금융채무의 덫에 걸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진정한 신용사면은 그 동안의 정부와 자본만을 위한 금융채무정책을 반성하고 금융피해자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배려정책이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매듭을 묶은 자가 손을 내밀어 꼬인 매듭 하나하나를 풀 차례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는 이제라도 책임있는 자세로 금융채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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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 원금탕감 , 금융피해자 , 금융채무자 , 이명박 , 연체기록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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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정말 서민을 생각하는 좋은 정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서 패싸움이나 하지말고...

  • 진상규명

    외환위기 고금리로 무너진 가정 사업체는 수도 없다. 문제는 고대출금리가 실세금리(콜금리)가 외환위기 전으로 돌아갔어도 장기적으로 대출금리를 제대로 내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이들을 도덕적 헤이자로 몰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