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흑인사회 "요구한 게 없으니, 얻을 것도 없다"

[오바마의 '변화', 과제는](4) 흑인 불평등

미국 건국 232년만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와 이 땅을 처음 밟았던 1619년부터 셈을 해 본다면 389년이나 되는 긴 세월이다.

미국 역사상 첫 대통령이 탄생한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북부 전통적 흑인 거주지역인 할렘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할렘 중심부 125번가의 애덤 클레이튼 파월 주정부 건물 광장에는 수천명의 군중들이 모여 오바마의 당선에 열광했다.

"오바마의 대선 승리는 미국이 불행한 인종주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임스 화이트 미국 노스 캐롤나이나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 의미를 부여했다.

화이트 교수는 오바마의 당선이 "흑백 갈등이 더 이상 미국사회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급진 흑인사회, "요구하지 않았으니, 얻을것도 없을 것"

그러나 급진적 흑인사회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급진적 흑인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블랙아젠다리포트>는 "2008년은 근대역사에서 흑인들이 민주당 후보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첫 대선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약속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급진적 흑인사회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오바마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흑인들이 침묵을 지켰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한 흑인은 3월 라이트 목사 발언 파문이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오바마는 백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150% 확신시켜야만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조용히 하고 그가 해야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말하기도 했다.

<블랙아젠다리포트>는 "오바마가 취임식을 하는 당일에도 110만명의 흑인들이 감옥에 있을 것이고, 이 수치는 백인들의 여덟배다. 모기지 시장이 무너지기 전 흑인들이 가진 부는 백인들의 11분의 1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교육, 임금, 병사망률, 사망률, 실업, 대규모 수감률등을 굳지 보지 않아도 미국내 백인과 흑인간의 차이는 크며, 여전히 크고 증가하고 있다"고 흑인들의 현실을 전했다.

<블랙아젠다리포트>는 "북미 노예자손과 연결된 부정적 문화적 인습에 때묻은 가족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인종차별주의적 정치 아이콘을 포용할 수 있는 열망만 있다면 백인들을 투표하라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2008년 미국 대선의 교훈"이라고 꼬집었다.

"오바마는 '인종중립적'"

미 흑인 역사를 연구한 매닝 매러블 콜롬비아대학 정치학 교수는 미국에서 인종문제가 이제 끝났다고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러블 콜롬비아대 교수는 "많은 미국인들, 많은 백인들이 인종문제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는 문제다라는 잘못된 결론으로 점프(jump)할 수 있다. 그러나 실업에서 의료보험까지 모든 측면에서 불평등이 있는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 <디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 가진 인터뷰에서 매러블 콜롬비아대 교수는 "이 한사람(오바마 당선자)이 정치적 구조와 기구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는 미 흑인들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정치적 구조와 기구가 흑인을 해방시키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빈민과 노동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과잉기대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선거기간 동안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을 적절히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오바마는 인종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선과정에서 자신의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시카고 트리니티 유나이티드 교회 목사와도 단절했다. 라이트 목사가 "빌어먹을 미국"이라고 욕을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20년간 다니던 교회에서도 탈퇴했다.

매러블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가 '인종중립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자가 다른 흑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인종중립적 흑인 지도력의 성숙을 대변한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이것이 곧 미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자랑스러운 인종적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과제는 진보진영에게 던져졌다"

그래서 매러블 교수는 오히려 앞으로 과제는 오바마 당선자 개인이 아니라 진보진영에게 던져졌다고 봤다.

매러블 교수는 "진짜 도전은 오바마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불편하고 보기드문 상황에 있다"며 "우린 백악관에 친구를 두게 됐다. 내 생애 동안 좌파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친구를 백악관에 둔 적이 없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내비췄다. 매러블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 실용주의적 자율주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떻게 정부와 관계를 가져야 할지, 이 행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관계해야 할지, 진보진영에게는 진정한 도전"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매러블 교수는 또 "미국이 급속도로 인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시스템 안에서 오바마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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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 진보진영 , 좌파 , 흑인 , 마틴 루터 킹 , 실용주의 , 오바마 , 노예 , 흑인대통령 , 오바마 , 말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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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계속 재미있게 잘읽고 있습니다.
    참세상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있으니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