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민주노총이 불법 ‘유감표명’해야 대화”

18일 노동부 장관 기자간담회서 대화 전제조건 제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노동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과 진정성 있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민주노총의 유감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이번 화물 불법시위 과정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모르나 민주노총이 정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원래 계획한 폭력 집회가 아니었다고 밝히는 유감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장관은 “민주노총이 위법한 행동을 불사하는데도 그들과 대화를 한다면 엄정한 법과 원칙의 입장에서 신중하지 못한 일”이라 밝혔다. 민주노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 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공개적인 유감표명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노총은 현 국면에서 유감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부가 진정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미 여러 차례 성명 등을 통해 정부가 민주노총을 폭력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고 밝혔는데도 당시 집회를 빌미로 삼는 것은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동부 장관, 협상여지 없는 입장만 구체화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대화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얼마나 풀릴지는 미지수다. 5월 중순에서 6월을 관통하는 핵심 노동사안은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와 비정규직법이다.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도 폭발력 있는 사안이지만 노동부는 9월 국회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이날 이영희 장관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비정규직법 또한 기존의 입장을 더욱 강하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장관은 “화물연대 집회에 민주노총이 함께 해 폭력이 발생한 것은 노동부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과 화물연대가 한 조직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투다. 건설노조나 운수노조에 속한 화물, 레미콘, 덤프 차량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장관은 “화물노조는 노조법 적용이 안 되는 독립사업주”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법을 두고도 이 장관은 “2년 전에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형식적인 사회적 합의만 했다”며 4년 연장안을 고수했다. 이 장관은 “굳이 7월 이후 100만 해고가 아니더라도 50만 명이나 30만 명은 적은 숫자냐”고 반문하고 “6월 국회에서 반드시 비정규직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에 대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다”며 “노동조합도 구조조정의 불가피함을 수용하고 해고자의 피해가 적게 하는 선에서 성숙한 대응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동부 장관이 핵심쟁점에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 대화의 진정성은 논란거리로 남았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잘못된 노동정책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비극을 불러왔는데 계속 그런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9일 오전 11시 대정부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대한통운 사태 해결 △공공부문 노동권 침해 중단 △올바른 쌍용자동차 문제 해법 등 주요 당면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노정 상호 노력을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노정교섭의 시기와 교섭대상자 등 구체적인 교섭방식을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