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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성평등 인식과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며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민주노총 조합원의 기본시각에 토대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 발제를 맡은 엄혜진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0인위 운동의 전개와 성격을 통해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의 역사와 의의’를 살폈다. 엄혜진 연구원은 “99년 민주노총이 노동절 때 남성노동자를 가족 부양자이자 투쟁의 주체로 삼고, 여성을 의존자로 구성하는 가족임금제의 신화를 반영한 포스터 배포중단 게시판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 가운데 일부 여성활동가들이 ‘운동사회 내 가부장성과 권위주의 철폐를 위한 여성활동가모임(actwo)'을 만들었고 이 모임이 ‘운동사회 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100인위)’의 주축이 됐다”고 밝혔다.
100인위는 2000년 12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 공동체 게시판에 16건의 운동사회 성폭력 사건과 가해자 실명을 공개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엄혜진 연구원은 100인위의 사건공개가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유로 △가해자 실명 공개라는 특유의 방식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적극적 해석 △성폭력 개념의 확장에 있다고 밝혔다.
엄혜진 연구원은 “기존과 다른 성폭력 개념으로 같은 활동 공간 내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남성 중심적인 문화의 연장으로 드러난 성폭력, 운동의 대의와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더욱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2차 가해 등으로 성폭력을 분류해 운동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행위의 정치적 의미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엄혜진 연구원은 “100인위의 이러한 성폭력 개념은 단순한 항목을 추가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운동사회라는 공동체에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는 남성 중심적 운동구조와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언어적 자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도 당시 100인위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엄 연구원은 “100인위가 공개한 가해자 명단에 포함됐던 민주노총의 한 지도부급 인사가 물의를 빚은 데에 대한 사과를 발표한 직후 선출직 간부에 출마해 다시 당선됨으로써 민주노총 내외의 여성 활동가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100인위 활동이후 민주노총도 변화는 있었다. 엄혜진 연구원은 “2002년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민주노총이 올바른 해결을 요구받고 가해 활동가에게 활동정지 3년이라는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혜진 연구원은 10여 년 전 부터 있어온 활동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해석 투쟁은 답보상태라고 진단했다. 100인위의 담론에는 성폭력 사건들의 다양성과 피해 여성들의 경험차이가 공백으로 남아 있었기에 이 다양성과 차이들이 충분히 해석되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엄혜진 연구원은 “‘모든 것이 성폭력일 수 있다’라는 전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그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의미화 하는 정치의 장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건 해결 주체 성별화, 노동운동 떠나기도
이어 토론에 나선 김금숙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여성국장은 “민주노총 내부에는 100인위 이후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축적된 내용이 없다”면서 “성폭력이 반복·지속 되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가 필요하며, 사건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원인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금숙 국장은 “민주노총에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가 축적되지 않는 이유는 사건을 앞장서 맡았던 사람들이 안정적인 업무를 못하게 되고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며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 자체가 성별화 되어 있고, 비판의 주체와 비판에 대해 방어하는 주체간의 성별화 문제가 발생해, 비판의 주체가 노동운동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금숙 국장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파논리 및 음모론, 조직보위론, 피해자중심주의, 2차가해 등 쟁점들에 관한 깊은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유림 금속노조 여성부장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수많은 노력의 귀결점인 명문화된 규정이 현재 운동의 폭발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침묵이 올바른 방법으로 여겨지는 2차 가해 논란이나 사건발생을 통해 우리현실을 점검하는 방식을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성폭력운동 관련 사건에 대한 기본원칙과 처리과정을 세워야
2부 민주노총 반성폭력 운동의 쟁점과 진단에서는 박승희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이 민주노총의 과제를 발표했다. 박승희 수석부본부장은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의 딜레마를 3가지 문제의식으로 간추렸다.
먼저 박승희 수석부본부장은 △민주노총이 과거 사건을 통해 일정한 원칙과 매뉴얼을 쌓아오지 못하면서 기술적인 능력부족 △가해자 또는 가해자가 속한 조직의 진정한 해결노력 모습 부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처리를 위해 촘촘한 원칙과 과정에 대한 재설계 필요 등을 들었다.
박 수석부본부장은 “반성폭력운동 관련 사건에 대한 기본원칙과 처리과정을 세우고, 규약 정비를 넘어 성별화된 사회, 성적 차별로 생기는 이익을 얻고 침묵해 왔던 남성이 이제부터 왜 여성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공동으로 싸운다면 노조에서 여성운동은 여성해방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차별, 배제, 억압도 성적 폭력임을 인식해야
정지영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많은 남성조합원들도 가족과 직장, 일상생활 모두 성별분업과 여성차별적인 문화를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여성위원장은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억압, 차별, 배제를 지속하는 문화, 관행, 구조, 일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서 “이 문제는 피해자-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혁신과 개조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 져야 하는 문제라고 반성폭력 운동은 지적해 왔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위원장은 성폭력 사건 규정에 관한 쟁점을 소개하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투쟁과정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며 무시 배제한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공식 접수한 예를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가해자의 반응은 동지를 ‘아줌마’로 부르고 투쟁 주도권을 박탈했던 행위가 성폭력 사건으로 기소되자, 자신을 강간범과 같은 파렴치한으로 취급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면서 “이런 반응은 성폭력을 단지 성적 폭력과 관련된 사건으로만 국한해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여성위원장은 “‘아줌마’ 사건이 성폭력을 매개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에 대한 배제와 폭력을 가해자가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남성들이 성폭력 개념을 협소하게 받아들여 여성에 대한 폭력을 성폭력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사건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이런 문화를 중요하게 제지 하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성폭력 사건으로 처리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모든 것을 다 사건화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을 넓게 보자는 얘기”라며 “ 여성에 대한 폭력도 큰 문제라는 인식이 민주노총에 모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해현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교선실장은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수 있는, 그리고 조직구성원들이 피해사실에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어떤한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개인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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