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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시작된 석유 공급 교란은 세계경제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석유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급등했고, 이는 다른 통화들, 특히 아시아 통화들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을 동반했다. 그 결과 주변부 경제에서는 중심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구매력을 약화하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경기 침체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 침체는 주변부 경제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석유 부족으로 비료 공급이 줄어들면서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이는 특히 글로벌 남반구의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 위기의 근저에 있는,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두 “불량 국가”가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국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전쟁이 언제 끝날지 역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 상승이 세계경제에 큰 혼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보면, 석유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는 사실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 세계 원유 생산의 총 가치는 세계 GDP의 3%에도 못 미치며, 2023년에는 2.3%에 불과했다. 물론 석유는 다른 원자재보다 훨씬 중요하지만, 다른 원자재의 세계 GDP 대비 비중은 이보다 훨씬 더 미미하다. 세계 생산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이처럼 낮은 비중 때문에, 일부 필자들은 원자재에 대한 통제를 제국주의 설명의 핵심으로 삼았던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 이론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해리 맥도프(Harry Magdoff)는 ⟪제국주의 시대⟫(The Age of Imperialism)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 원자재의 가치가 GDP에 비해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원자재 없이는 어떠한 제조업도, 그리고 제조업과 연관된 서비스 활동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세계경제에서 원자재의 중요성은 그 낮은 비중 때문에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원자재의 교환가치는 최종재에 비해 크게 낮아졌을 수 있지만(이 자체가 제국주의 현상을 반영한다), 원자재의 사용가치는 여전히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이러한 이해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원유뿐 아니라 석유 제품을 포함)의 약 20%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이는 대략 세계 GDP의 약 0.6%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0.6%에 해당하는 흐름이 차단되는 것만으로도 세계경제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는 사실은, 석유가 여전히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석유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편적 매개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역할이다. 사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보편적 매개물이라는 성격 때문에 원유 가치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 자체가 오히려 그 파괴적 효과를 강화하고 인플레이션 영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석유가 세계 GDP의 3% 미만을 차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최종 상품의 형태로 나타나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의 수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석유가 세계 GDP의 30%를 차지했다면, 이는 세계 GDP가 상당 부분 정유 활동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며, 즉 석유가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치는 “단계”의 수가 지금보다 적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각 “단계”마다 원가에 일정한 이윤이 덧붙는 가격 형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계가 많을수록 초기 석유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증폭되는 효과가 커지고, 그 결과 최종 물가 상승폭도 커진다.
다시 말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석유가 적은 “단계”를 거칠 때보다 많은 “단계”를 거칠 때 최종 상품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진다. 각 단계마다 원가에 이윤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수적인 보편적 매개물일수록,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수록 그것이 거치는 “단계”의 수는 많아지고, 초기 가격 상승이 가져올 인플레이션 효과는 더 커진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현대 경제에서 석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크게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통화 기준으로 석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자본주의 금융 체제의 안정성에 매우 중요해진다. 화폐는 부를 저장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화폐의 상품 대비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중요하다. 과거 오랫동안 화폐 가치를 금에 연동시켰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금 가격은 대체로 상품 가격과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금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은 일반 상품 기준에서도 그 가치를 안정시키는 수단이었다.
오늘날에는 어떤 통화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조차 금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모든 통화가 상품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었고, 그런 연결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축통화인 달러는 가장 중요한 상품인 석유와 연결되어 있다. 물론 두 요소가 명시적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는 달러 기준 석유 가격을 일정 수준에 고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의 가격 상승이 장기적인 상승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안정성은 다른 통화가 이를 대체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뿐 아니라, 상품 가격, 특히 가장 중요한 보편적 매개물인 석유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의존한다. 오늘날 금본위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실상 ‘석유-달러 체제’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의 유지, 즉 금융 체제의 안정에 필수적인 이 체제를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석유 가격의 안정이 필요하다. 이는 석유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늘날 이러한 필요성은 또 다른 이유 때문에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에는 수십 년간의 미국 국제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는 달러를 발행함으로써 충당됐다. 세계는 달러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이를 받아들여 왔다. 이러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달러 연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리고 제국주의는 석유 생산국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행사함으로써 이 연결을 유지하려 한다.
미국은 이미 대부분의 걸프 국가에 대해 이러한 통제를 행사하고 있으며, 그 목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까지 이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미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이란에서도 “정권 교체”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스라엘을 통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다른 고위 지도자들을 암살한 이후, 미국은 곧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 이란의 석유 자원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세계 석유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달러의 지위를 약화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심각한 오판을 했고, 그 결과 지금은 석유 가격 상승이 달러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세계경제를 흔들며, 전 세계 사람들을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넣어 체제에 대한 분노가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출처] Oil and the World Econom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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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