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집행검 ‘국가보안법’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2023.3.9

국가정보원의 집행검 ‘국가보안법’

[이슈] 대공수사권 존치론의 빈약함을 대신하는 ‘기획’과 ‘공작’

리니지 게임을 전혀 모르지만, ‘집행검’은 게임 중에 얻기도 워낙 어려운 데다 압도적 성능을 지니고 있어 실거래가가 2억 원에 육박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필자의 눈에는 국가보안법이야말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집행검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책임자였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지휘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 직전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올해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풍경들은 이토록 무력하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를 지난 2월 21일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그의 일터에서 만났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은 이미 끝났다고들 생각하지만 그는 아직도 재판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간첩사건 조작이라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재판을 불사했다. 하지만 진작 결론이 나왔어야 할 재판은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가해자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공수사’에는 이상한 시스템이 작동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정보, 특히 북한 공작원에 대한 정보는 모조리 국정원이 독점한다. ‘누군가’가 해외에 나가 ‘누군가’를 우연이든 계획적으로든 만났을 때, 국정원에서 ‘이 사람이 북한의 공작원’이라고 하면 그것을 탄핵할 도리가 없다.

댓글 조작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민간인 사찰, 부당한 정치 개입 등이 드러나며 잔뜩 입지가 좁아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전직 국정원장들을 차례로 감옥에 보내고 그 역할을 대폭 축소해야 할 개혁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2020년 12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2024년까지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