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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재원님과 이 쪽글을 통해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논쟁구도가 "금지주의 대 합법주의"로 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깨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것입니다. 예컨대 현재의 정치지형이 수구 대 개혁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개혁 편을 들자는 것과 님의 논리는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시민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노동자들의 시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한 국가가 이 일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를 이용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국가적 폭력을 아예 고려 대상으로 삼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성노동자들의 시민권을 주장하는 분들은 제가 알기로는 단지 시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의 문제들을 집단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투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리, 즉 정치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님은 그녀들이 "시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성노동자의 시민권을 주장하는 분들은 시민권은 "보장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쟁취되어야 하는 것으로 사고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노동자들은 이미 선언된 시민의 권리들을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할 권리들을 이미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분들은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이미 '시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자신을 조직하려고 할 때, 이 분들은 말그대로 능동적인 시민들이 되려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 법은 오직 이러한 시민권에 대해 부차적인 의미만을 갖습니다(이것이 법을 단순히 무시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는 따라서 바로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고 지원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국가를 통한 개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면 제 생각에 이는 세 가지로 복합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첫 째, 탈성매매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둘 째, 성노동자로 머물길 바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녀들이 노동조합 등을 조직하여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보조하는 지원들이 있어야 합니다. 폭력적인 클라이언트들이나 포주들에 대해서는 국가는 대항-폭력을 지원할 의무도 있습니다. 세 째, 성매매로의 여성유입의 결과들을 경찰에 의해 억압할 것이 아니라 국가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들에 대해 작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여성들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일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없이 성매매는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표면적인 억압은 성매매를 음성화시키면서 더욱 더 범죄적인 폭력들이 가능한 어두움 속으로 성노동자들을 몰아 넣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물론 국가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못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가가 바라는 것은 신자유주의/세계화 편입을 위한 한국 성산업의 일정한 합리화(말하자면 구조조정)일 뿐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를 강제하는 것이 대중운동으로서의 여성운동 및 민중운동이 해야할 일일 것입니다. 이 운동 속에서 성노동자와 여성운동의 연대의 생성이야말로 또한 가장 중요한 투쟁의 목표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 남의 생각들을 관념적이고 사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저도 충분히 님의 생각을 관념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님의 생각은 몇수 두고 나면 오히려 그 뒤에 수가 막히는 근시안적인, 따라서 매우 관념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거기다가 님의 생각은 '법'과 '정의'라는 관념에 매우 충실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더 관념적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눈앞의 당장의 이득에 따른 잘못된 투쟁전술과 방향을 설정하는 경우 그 초기의 투쟁이 이후 투쟁을 봉쇄하는 위기로 변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투쟁방향을 잡을 것인가를 철저히 고민하고자 논의하는 자리에서, 니네들의 얘기는 모두 관념적, 사변적이라고 말하면서 논의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관념적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과 논쟁을 할 때, 상대편의 말을 '근거'를 가지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적 사변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논쟁하지 않겠다는 말밖에 안된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상대편들의 말들을 제대로 읽어주고 그것들을 근거에 입각해서 비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님은 관념을 가지고 사고하지 주먹가지고 사고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자, 아무도 국가의 개입 자체가 필요 없다는 식의 천박한 사고를 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서 성매매 방지법을 '비범죄화' 및 '시민권' 입장에서 비판하는 논자들과 님 사이의 문제는 국가의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그 조건은 무엇인가? 국가는 어떤 조건 속에서 활용될 수 있는가? 비판의 표적을 정확히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떤 한 그룹의 사람들의 입장에다가 갑자기 전체 논자들을 싸그리 몰아 넣어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고 논쟁이 됩니까? 저기 가면 이런이런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이 이런 잘못된 말을 했으므로, 나와 입장이 대립되는 사람들은 모두 잘못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강변하시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