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놀자

최인기 takebest@naver.com / 2005년04월23일 13시54분

며칠전 한 일간지를 보니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봤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각종 업무의 과중함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이 사회는 이윤의 재생산을 위해서 상상을 초월 할 수 없는 노동 강도의 세기로 우리를 숨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노동자의 60%를 육박하고 있는 비정규직들은 경제불황과 위기라는 언론의 보도만 나와도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임금으로 인하여 그리고 심각한 차별로 인해 정신적인 압박감은 정말 장난이 아닐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사회적인 이데올로기.. 이거 사람 죽이는 거다. 성공 신화에 포장되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노동자들은 골병들대로 골병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파괴되고 생계형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방송에서는 '아빠 힘내세요' 라는 광고가 흘러나올 법도 하다. 요즘 새로 나오는 한국 영화의 주요 트렌드는 따뜻한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제작이 붐이 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인가 날로 우리사회의 음주량이 늘어난다는 통계에서도 확인되듯이 고작 폭음으로 푼다거나, 동료들과 노래방에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거나, 심지어는 도박과 같은 일탈 적인 방법으로 달래고 있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서 일반인들의 스트레스에 대한 언급을 넘어 운동단체의 실무자들이 느끼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잠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단체의 경우만 하더라도 3월과 4월중 한두 차례 빼고는 거짐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회는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되어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문건을 쓰거나 급히 보고되는 연락과 속보에 긴장을 해야 한다. 이러니 감옥에나 가야 쉰다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정말로 고통스러운 것은 최저생계비를 웃도는 활동비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활동가들도 밥은 먹고 애들은 키워야 하지 않은가 일상적인 빈곤감이야 말로 우리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주범이다. 또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인한 정신적인 압박감은 스스로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불 규직 한 식사와 이에 더해지는 쉴새 없이 이어지는 회의는 민중의 아들과 딸로써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80년대의 품성론을 무색하게 한다.

더욱이 눈에 보이는 자본의 견고한 벽은 때로는 질식을 시킬 만큼 암담할 때도 있다. 게다가 현실은 동지적 관계보다도 사업 속에서의 사무적인 관계로 변질을 강요한다. 따뜻한 선후배 들 간의 관계에 이끌려 운동에 참여하게 된 운동 초기 시절을 되돌아보면 현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더욱이 운동진영의 분파는 어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경쟁관계는 장난이 아니게 변질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이미 우리들의 신체와 정신적인 상태는 위험의 수위를 넘어서 있지는 않은지 아마도 활동가들을 상대로 건강진단을 해보면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거나 심지어는 운동과 가정생활의 부조화 또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쯤 보니 운동단체의 현실에 대해서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내부를 살펴보고 우리를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위와 같은 문제를 단숨에 해결을 할 수는 없지만 뻔한 이야기 하나만 하고 마치도록 하자. 일단 우리들은 쉬어야 한다. 이 땅의 해방을 위해서라도 아니 가족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짬짬히 시간을 내어 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우리 단체 문화국장이었던 해칠이 형이 암으로 돌아가실 때 그랬다.‘우라질 놈의 인간들아 제발 식사 꼬박 꼬박 챙겨먹고 건강 좀 돌보라고...’

우리 모두 잘 놀고 잘 쉬기 위한 프로젝트를 단체에 적극적으로 제안하자. 앞으로도 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의 역할과 임무는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 될 것이기에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기에 긴 호흡 힘찬 걸음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곱씹으며 미래를 준비하자. 스트레스는 우리의 적이다. 날려버리자 이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말이다...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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