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군]의 토마토 던지기
청량리에서 태어나 계속 청량리에서 살았으며 아직도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개기기, 여기저기 간섭하기, 음정/박자/가사 다 무시하는 노래 신나게 부르기, 큰 소리로 떠들기, 사람들 갈구기 등 눈치 없이 신.나.게.그.렇.게.아.무.렇.게.나 살고자 한다.

문신을 하다

완군 ssamwan@jinbo.net / 2005년04월29일 16시21분

문신을 했다. 문신을 하고 바로 한국사회포럼으로 가서 사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게다. 그것을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까불었던 일이 조금 쑥스럽기까지 하다. 헬스장 샤워기의 뜨거운 김 사이로 따갑게 쏟아지던 ‘아저씨’들의 불신의 눈초리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걱정이 여전한 현실임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머리는 제 멋대로 파마한 어린 ‘놈’의, 그런데 배도 조금 나온 ‘놈’의, 그래도 키는 꽤 큰 ‘놈’의, 하여간 얼굴마저 우락부락한 ‘놈’의 등 뒤에 자리 잡은 문신에 수컷들은 본능적으로 코를 킁킁 거렸다. 그러나 그 ‘놈’의 샴푸가 자신들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샤워기 한 쪽에 곱게 걸어놓은 수건이 떨어지는 찰나 그 놈의 입에서 ‘어머’라는 나약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온 순간, 그 '놈'이 수건을 잡기위해 소심하고 나약한 몸짓을 보이는 순간. 수컷들의 경계는 자연스레 ‘경멸’로 바뀌었다.

만약, 등 뒤의 빛나는 문신에 어울리는 칼자국이 내 앞판에 있었다면, 나의 머리가 단정하게 밀어올린 스포츠형이었다면, 내가 배만 나온 것이 아니라 가슴도 나오고 팔도 두꺼웠다면 어땠을까? 다행스러운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문화연대 활동가 5명이 문신을 했다. 정책실장의 등에는 공산당 마크와 공산당 선언이 새겨졌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이 프롤레타리아의 정체성을 벗어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매체를 담당하는 활동가의 팔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태양과 피스마크가, <달리는놀이터>를 통해 자본이 외면하는 지역에 문화를 전하는 활동가의 등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토템 이미지와 ‘더 많은 평화를 위한 사랑’이란 불어가 새겨졌다. 내 등에는 古오윤 선생의 판화 ‘하늘을 우러러’와 ‘Funny!! Action'이 새겨졌다. 사무처장의 어깨에는 분노하는 제3세계 민중들의 삶과 흔적이 각인됐다.

모든 존재는 권력과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혹은 살아낸다) 거창하게 말해보자면 그것은 오랜 시간이 빚어낸 시간적 본능이며 이탈할 수 없는 공간적 숙명이다. 몸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이다. 또한 몸은 모든 권력과 관계가 관통하여 의미를 발생시키는 복합적 기호이다.

경박하게 여겨지는 ‘몸짱’은 그래서 결코 허술한 권력이 아니며, ‘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이젠 읽기도 어려운 한 마디에 걸려있는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다양한 변주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몸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권력을 이어가는 수단이다. 몸은 부모(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라는 간단한 규정이 자식(아들)에 대한 부모의 지배를 우주의 진리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양반이, 남자가, 늙은 놈이, 무엇보다 우월한’ 야만적인 체제를 몇 천년동안 유지해왔다.

몸의 질서는 과학적 합리성과 이성만이 진리을 증명할 수 있는 시대에도 여전하다. ‘작음 몸 보다는 큰 몸이, 지방질 보다는 단백질이, 뚱뚱함 보다는 날씬함’이 우위를 점하는 비논리적 섹슈얼리티는 계속되고 있다.

내 몸이 내것이 아니며 몸에 대한 기준은 획일화 되고 강요된다. 문신이 경박한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화된 비물질적 형태의 문신들이 경박한가? 솔직히 고백하건데, 문신은 정말 아프지 않다. 아예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견딜만하다. 그.러.면.서.아.프.다. 등 뒤에 꽃히는 따가운 시선이 아프다. 시술대에 눕기 직전까지도 뇌리를 맴돌았던 오락가락함이 아프다. 여전히 엄마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겁한 입이 아프다. 아, 아프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짜.아.픈.것은 말하지 않고, 아니 두렵지 않다고 말하면서 몸이 아플까를 걱정한다. 그런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이야기 할 바엔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

‘대대손손 몸으로 권력을 주고받고 해야 하는데 몸에 낙서하면 되겠어. 내 몸은 내 것이 아닌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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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p.s
문신을 주제로한 김준 작가의 개인전인 전이 4월 27일 개막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각예술로서 문신을 재해석하고,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담은 문신을 보여주며, 디지털 시대의 문신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타투를 주제로 한 사진, 영상 및 3D그래픽 출력물등을 선보이며, 전시는 4월 27일(수)부터 5월 29일(일)까지 계속된다.
5월 7일(토) 오후 4시부터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며 7시에는 문신파티도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사비나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savina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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