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욜]의 Rainbow +action!
Rainbow는 동성애자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성소수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며 각 색마다 섹슈얼리티, 생활, 치유, 태양, 자연, 예술, 조화, 정신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여기에 action의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 현재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가족의 달 5월, 그리고 소외된 성소수자들

정욜  / 2005년05월02일 18시25분

봄이 되서 그런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책상 앞에 결혼을 앞둔 친구들의 청첩장이 쌓여간다.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나하는 생각은 잠시, 깊은 한숨에 잠긴다. 결혼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보내는 부모님과의 대화가 어색해진지는 꽤 오래되었고, “친구 자식들 축의금을 보내는 것은 나중에 니가 결혼할 때 돌아오는 것”이라며 몇 십 만원의 돈을 따로 챙겨놓으시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데’ 하며 혼잣말을 하게 된다. 친구라도 보려고 결혼식장에 갈 때면 내가 여기에 왜 왔지 하는 생각과 함께 소외감부터 든다. 친구, 선배들로부터 결혼 언제할 거냐? 애인은 있냐? 라는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월은 가족의 달이라고 말한다. 연일 언론에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달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고 가족의 화목함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더욱 소외되게 만들 것이다. 5일 어린이날에는 아빠 무등을 타고,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동산에서 뛰노는 모습이, 8일 어버이날에는 가슴에 카네이션을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시는 분들의 흐뭇한 모습이 카메라앵글에 잡힐게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사회가 짊어야 할 많은 책임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력 재생산, 육아와 교육, 의료비지원, 결혼, 노동 후 쉴 수 있는 공간, 노후의 삶 보장 등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 모든 비용은 가족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그만큼 지금의 가족제도는 이 사회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긍심을 느끼고 사는 성소수자라 할지라도 부모나 형제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용기는 쉽게 발현되지 않으며, 성소수자들이 구성하려는 가족의 모습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다.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경우라도 자신의 성정체성이 공개될 경우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 불효자로 인식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필자 역시 군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 강제적으로 가족에게 성정체성이 알려졌는데 그것을 극복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은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성소수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성정체성을 떳떳하게 밝힌 채 가족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평생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동성애 사이트만 들어가 보아도 개개인의 소소한 바램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그동안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고통과 눈물, 불안감, 소외 등을 해소하고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치유 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연구’에 의하면 자살예방에 가장 도움을 주는 집단은 의료인, 상담가들이 아니라 바로 가족의 지지였고, 그들을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 또한 가족이었다. 성소수자들에게 가족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소수자를 둔 가족의 경우도 고통받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사회에서 살면서 자신의 자녀나 형제자매가 성소수자라 한다면 맑은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때로 이들 사이에서는 폭력, 폭언이 오가기도 하며 정신과 진료를 강요하거나 일상생활의 감시까지 행해지기도 하며 이 사회가 가족에게 강제하는 책임과 의무 때문에 개인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탓한다.

개인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정도는 흔히 기호식품을 선택할 때의 고민처럼 가벼워야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가족제도 안에서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되고 있고, 때로 물리적·언어적 폭력이 오고가는 것, 치료를 강요하는 행위 역시 가족구성원의 당연한 몫으로 여겨진다. 성소수자 개개인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성소수자를 둔 가족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反동성애적인 사회 환경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회구조에서 파생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2005년 5월 가족의 달은 정상가족, 건강가족의 모습을 탈피해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존중할 수 있는 모습으로, 더 나아가 가족 안에서 자유롭게 개인의 성정체성을 말해도 지지받을 수 있는 진정한 가족의 달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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