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식]의 내 맘대로
자본과 권력이 꿈꾸는 유비쿼터스 사회. 모든 사물에 전자칩이 깃들고 온라인을 통해서 무엇이건 제공받을 수 있는 이 사회는 희망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극단화된 감시사회의 전형이다. 필자는 지문날인 폐지를 필두로 전자감시 반대활동의 선두에서 일해 온 사람이다. 모든 감시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필자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들어보자.

미치지 않고서야

감시, 폭력, 손배가압류

지문반대  / 2005년05월18일 11시45분

87년 여름 대투쟁 이전에는 노조활동이라는 것은 빨갱이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었다. "노동조합 = 국가전복세력, 노조원 = 용공좌경 빨갱이들"이라는 도식이 있었던 거다. 노동운동을 말살하고자 했던 정권이 만들어낸 이 도식을 뚫고 민주노조건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야 했던가.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빨갱이"가 아니라 "정신병자"가 되어야 한다. 즉, 미친 것들이나 하는 것이 노조활동이 되어가는 거다. 그런데 누가 누굴 미치게 했는가? 노조활동을 한다고 해서 미치기 직전까지 사람들을 괴롭히고, 결국 미쳐버리자 거 보란 듯이 내쳐버리는 현상이 오늘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해고자를 포함한 노조원 8명에게 각각 2억 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기업이 있다. "하이텍알시디코리아"라는 이름도 거창한 기업이다. 이 잘나가는 기업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원들을 밀착감시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노조원들만 감시하는 CCTV, 노조원들 곁에서 상주하면서 시시콜콜히 간섭을 하는 관리자, 필요한 장면만을 편집해 증거물로 제출하면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고소고발.

결국 2004년 8월 노조원 13명 전원이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라는 정신질환판정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다. 조합원들은 어딜 가던 CCTV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항상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되며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만 있어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또한 관리직 직원들만 보면 폭력충동을 느끼게 되고, 관리직 직원들은 이를 이용해 폭력을 유도하고 그 장면은 여지없이 CCTV에 찍히고, 찍힌 화면은 또다시 증거물로 제출된다. 이 무한 연속의 악순환을 알고 있는 그들은 미치지 않고서 세상을 살기 어려워진다.

어디 하이텍알시디코리아 뿐이랴. 고대학생들의 반발로 또다시 도마위에 오른 삼성의 노동자 감시, 회사에 불리한 말 한마디 할 때마다 50만원씩을 내야했던 이마트 노동자들, 지속되는 감시로 인해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KT 노동자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살인적인 감시활동은 노동조합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며 노조원들을 미쳐가게 만들고 있다.

작업장 안에서는 업주와 관리자들에 의해 신경이 곤두서고, 밖에서는 손배가압류라는 사법살인이 횡행하고, 그 덕분에 가족들과의 관계조차 소원해지는 현상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노조원과 비노조원들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위해 치졸한 분리정책은 계속 되고, 노조를 하면 당연히 손해본다는 도식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미친놈들이나 하는 것이 노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현실에서 노조원들은 당연히 꼭지가 돌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CCTV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앉아서 미쳐가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첨단 경영기법을 가장한 노동자 감시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눈뜬채 뒤통수만 맞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감시와 통제, 폭력의 강도가 높아질 수록 노동자들의 저항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다. 진짜 확 돌아버린 노동자들의 다음 행동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본가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끝까지 모르고 있어주길 바란다. 도둑처럼 그날이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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