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노점상 운동에 대한 몇가지 편견

전국노점상총연합 6.13대회를 앞두고

최인기  / 2005년06월01일 17시22분

이제 열흘 후면 한강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전국노점상총연합’ 주최의 18차 6.13대회를 개최 하게 된다. 이 대회는 18년 전 길거리의 개별적인 노점상들이 하나하나 모여 조직적인 투쟁을 벌임으로써 스스로가 단순히 단속의 대상이 아님을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이사회의 진보와 변혁을 이끄는데 있어서 운동의 주체임을 선포한 자리였다.

우리 사회에서 노점상은 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던 민주화 운동과 긴밀히 연관을 맺으며 최근까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에는 노점상들이 늘어나는 원인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노점상은 주요한 국가 행사 때 마다 거리환경 미화라는 명분으로 단속과 철거의 대상이 되어 왔다. 80년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대대적인 단속이 그랬고, 2002년 월드컵경기가 그랬으며 최근의 APEC 회담을 앞두고 부산지역의 싹쓸이 단속 계획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경제적으로 노점상은 과거 농촌경제의 붕괴를 통한 도시로의 이농민 집중, 그리고 90년대 후반 IMF 구조조정과 2천 년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배경으로 공식부문에서 끝없이 방출 되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노점상을 하기 전 직업들을 살펴보면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대단히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스스로가 잘 알기에 노점상들은 조직적인 대오를 유지하고 지금까지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 왔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넘어 진보와 변혁을 위해 노동자, 농민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열심히 참여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노점상 운동은 생소하다. 아니 나아가 사회단체의 편견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끔 나에게 조차 언제 그 일을 그만 둘 것인지 묻는 사람도 간혹 있다. 노점상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운동속의 소외를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노점상은 우리 주변에 쉽게 노출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점상에 대한 안 좋은 인식 이 있을 수 있다. 몇 가지를 들라면 거리의 보행 권을 침해하는 문제와 환경과 위생문제를 들 수 있다. 그리고 폭력배와 결탁이 되어 있다는 것들이다.

위의 세 가지 사례 가운데 보행 권과 위생에 대한 문제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폭력배와 결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일부 노점상에 대해 뻥튀기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태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사실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신규노점상에 대한 것이다. 신규 노점상과 기존의 조직된 노점상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자체적으로는 유도 구역을 지정하여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늘어나는 노점상을 감당할 수도 없는 일이며 현재로써 모든 노점상은 불법이기에 신규노점상과 기존의 노점상이 당장 거리에서 시시때때로 부딪히는 사안이기에 민감하고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노점상에 대한 사회단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사실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인색하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 있었던 청계천 복원 사업과 관련해서이다. 이때 노점상 약 2천여 명이 야간에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자신의 생계터전을 잃고 뿔뿔히 흩어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긴급히 이를 알리는 공문을 제 사회단체에 보내 함께 대응 해줄 것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5천 명이 넘는 공권력과 용역깡패를 막아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전노련의 고군분투 끝에 그 반절인 천여명 만이 현재 동대문 운동장 안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문제는 지금도 끝없이 비리가 흘러나오고 있지 않은가?

노점상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의제가 아님을 이곳에서 몸을 담고 일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노점상 문제를 넘어서 사회의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4월중에 개최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05년 빈민대회’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대회를 치루고 난 이후의 평가는 참혹했다. 사회적으로 빈곤문제가 주요한 화두이기에 많은 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참여를 했지만 노점상과 철거민,노숙인과 그리고 빈곤관련된 단체실무자 몇 명이 참석한 집회로 끝난 결국 ‘찻잔속의 태풍’ 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노파심에서 쓴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점상들도 이사회의 어엿한 변혁의 한 주체임을 그동안의 실천과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노점상 운동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내부의 역기능의 문제든, 아니면 이들을 둘러싼 용역 반에 의해 백주대낮에 생존권을 유린되는 문제든,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어깨를 걸고 연대를 해야 하는 문제든, 아니면 빈곤의 문제든, 직접적인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반기 APEC 회담을 앞두고 대대적인 단속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6.13대회를 시점으로 새롭게 투쟁을 준비할 예정이다. 동지들의 연대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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