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식]의 내 맘대로
자본과 권력이 꿈꾸는 유비쿼터스 사회. 모든 사물에 전자칩이 깃들고 온라인을 통해서 무엇이건 제공받을 수 있는 이 사회는 희망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극단화된 감시사회의 전형이다. 필자는 지문날인 폐지를 필두로 전자감시 반대활동의 선두에서 일해 온 사람이다. 모든 감시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필자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들어보자.

어린이집 CCtv 설치? 놀고 앉았다.

- 감시가 대안인가? -

지문반대 finger@jinbo.net / 2005년06월15일 17시08분

#1. 꿀꿀이죽
한 어린이집 원장이 음식자원 재활용을 실천하기 위해 먹고 남은 잔반을 따로 모아 냉동관리 하면서 원생들에게 죽을 끓여 먹인 사실이 밝혀졌다. 자원재생공사의 표창장을 받고도 남을만한 업적이다. 원장님의 헌신적인 자원재활용 노력 덕분에 원생들은 속앓이를 하고 피부병을 앓게 되었다. 동시에 애들을 그 어린이집으로 보낸 부모들, 평생 자식에게 죄지은 기분으로 살아야할 판이다.

#2. CCTV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있다. 전국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서 우리 애들이 잘 놀고 있는지, 혹시 선생님들에게 혼이 나거나 왕따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을 부모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단다. 보육노동자들이야 감시의 대상이 되건 말건 그건 관계없다. 내 자식만 안전하다면야 뭔 짓을 못하겠는가? 아이들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는 것은 부모들에게 전혀 문제되질 않는다. 애들이 무슨 비밀이야?

#3. 아이러니
꿀꿀이죽을 아동들에게 제공했던 그 어린이집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CCTV 카메라 앞에서 아이들은 자원재활용정신으로 중무장한 원장이 제공하는 꿀꿀이죽을 먹고 있었고, 부모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구 우리 새끼 잘먹네~!"하고 즐거워 했다.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이나 그랬단다. 원장은 따뜻하고 아름답고 친절한 모습으로 자신의 재활용사업을 감추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냈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왜 아픈지도 모른 채 지내야 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다. 재밌다고 하기엔 너무 서글프고, 황당하다고 하기보다 노여움이 앞선다. 국회의원 18명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법률안의 취지에 이렇게 되어 있다. "보육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일부 영유아들이 성추행, 폭행을 포함한 아동학대, 관리소홀로 인한 사건 및 사고, 부실한 간식 등에 무방비 노출되어 있음" 그래서 이거 개선하려고 한단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씩이나 해먹으려면 이렇게 사건의 본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을 국가적 중대사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살인적인 보육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저임금, 열악한 국가지원 및 보육정책 등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임을 그들은 외면한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몇 십억을 지원해서 CCTV를 설치하겠다고 난리가 났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이 완전히 닭대가리성 사고방식이라는 사실은 이번 꿀꿀이죽 사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부실한" 식사가 몇 달이나 계속 되고 있었고, CCTV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의원들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추켜세우던 CCTV는 애들이 먹는 것이 꿀꿀이죽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 개정법률안의 취지가 지적하고 있는 현재 보육시설의 문제점들은 CCTV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다. 성추행을 다른 선생님들과 애들이 보는데서 버젓이 저지르겠는가? CCTV 있으면 없는데서 학대할텐데 그거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부실한 간식??? 꿀꿀이죽 사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 고명하신 국회의원들님들이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면 이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를 닭대가리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닭들에 의해 지배되는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것이 대단히 "쪽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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