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청계천 복원 2년, 그곳에 다시 가다

최인기  / 2005년07월05일 23시17분

다쓰러지는 건물의 끝에서 포크레인이 고개질 한다. 거리는 여전히 무덥고 을씨년스럽다, 차도위에 갇힌 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채 끝간데 없이 이어져 있다. 복원공사의 막바지를 알리는 소리가 요란해도 청계천 8가 황학동 뒷골목은 옛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소위 빽판이라 불리는 음반을 유통하던 레코드사들도 그대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 80년대 모든게 척박한 시절 음악 좀 들었다는 이들에게 청계천은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던 샘물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중 필자가 자주 가던 ‘장안레코드사’ 의 간판도 그대로다. 교복의 갈래머리 소녀는 지금 아주머니가 되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니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가게 입구에는 중년의 신사가 신청한 듯 진공관식 아날로그 전축의 낡은 스피커에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그 앞 대로변에는 20년 넘게 신발을 만들어 파는 소순관(남52) 씨가 있다. 그를 만나 노점상과 상인들의 이주 문제에 대하여 들어봤다.

‘이곳에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은 떠났다. 가장 많을 때는 3천 명이 넘었다. 이중 2천 명은 어디로 뿔뿔히 흩어졌는지 모른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보나마나 어디에선가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지 않겠나 나머지 노점상은 동대문 운동장에 들어가서 장사를 하고 있다.

‘상인들도 이전을 시킨다는데’

‘그렇다 청계천변의 상인들은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을 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2003년 7월 1일 이후 상가에 입주한 세입자들은 이전하는데 있어서 대상이 아니다. 이전이 확정된 상인들도 현재와 같이 불황이 계속된다면 장사가 될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기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산 전자 상가와 같이 성공 사례도 있지 않은가?’

‘현재 황학동에 남아있는 업종은 고물을 수리해서 재활용해 팔거나 중고서적과 비디오판매 같은 사양업종들이다 이들 업종은 이전하면 모두 죽는다. 다만 이들은 문정동 지구에 상가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투기효과나 노려보자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것, 낡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 과거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 청계천은 고집스러운 사람들만 모여 사는 곳 인가? 자고 나면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속도의 시대에 어찌보면 그들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데이 서울에 실려 있는 영화배우 정윤희의 빛바랜 사진은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도톰한 입술과 노란수영복을 걸친 채 미소를 날리고 있다. 그렇다. 청계천은 지난한 시절의 슬픔과 기쁨의 아련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청계천은 없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7월 2일 청계천 삼일 아파트

부슬부슬 내리는 장마 비를 맞으며 약 50여 명의 학생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청계천 구석을 구석을 돌았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갔던 길도 갑자기 낮설다. 자고 나면 건물이 들어서서 그 길이 이 길인가 도통 헷갈리고 의심이 간다.

한 떼의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자 주민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들을 지켜본다. 어둡고 적막한 골목의 일상을 깨트리고 이들이 던지는 선동에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삼일고가도로를 따라 청계천 변에 줄을 지어 서있던 판자촌을 가리기 위해 지어졌다는 삼일 아파트는 숭인동만 남겨 진채 거의 철거를 당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콘크리트 더미 사이사이에는 부랴부랴 떠난 세간살이들이 앙상한 뼈를 들어낸 채 마냥 뒹굴고 있다. 철지난 달력과 찢긴 신문들, 연체료 고지서, 버리고 간 겨울옷과 신발, 교과서 몇 권과 주인 잃은 곰 인형, 곰팡이가 검게 피어오른 벽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가족사진은 집안의 내력을 알려준다. 멈춰버린 쾌종시계가 2시 즈음을 알리고 있다.

청계천 삼일아파트 철대위 임병근 (남 58세) 위원장에게 이곳의 상황을 들어 봤다.

"이제 몇 집이 있나?"

"약 50세대 명 정도가 있다"

"왜 아직도 이주를 못하고 있나"

"임대주택을 줘도 이들은 입주비 천5백여만이 없기에 들어 갈 수가 없다.
주민 대부분은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다 다시 말해서 더 이상 갖은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몇 년째 주거공간을 지키기 위하여 싸움을 하다보니 생활은 완전 파탄 지경에 왔다."

"지난번 종로구청에서 약속이 있었지 않았나?"

"지난 3월에 전빈련 차원의 투쟁을 통해서 가수 용 단지를 주는 것으로 약속을 얻어냈다 하지만 보다시피 전기도 수도도 모두 끊어버리고 주민들을 고립 시킨 채 계속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올 초는 장애인과 노숙자들까지 동원을 하여 없는 사람들끼리 싸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파렴치한 작태까지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구청과 건설회사에서는 7월 18일 이후 강제로 행정집행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연대를 호소하는 세대위 위원장의 간절한 눈길을 뒤로 우리는 삼일 아파트를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수고들 한다고 우리들에게 간단한 음료를 대접하며 어깨를 다독여 준다. 학생들의 온몸에서는 단내가 폴폴 난다 잔잔히 내리는 비를 맞아서 만은 아니다 열정으로 발산되는 열기 때문이리라

- 청계천 공구상가 -

우리는 무슨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마냥 텔레비전과 냉장고들이 층층히 쌓여있는 가게를 지나 공구상가 골목에 섰다. 스페너, 망치, 그리고 드릴 같은 것들이 천장 높이 촘촘히 쌓여 있다. 누군가 건들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위태위태한 모습이지만 천만에 끄떡 없다. 그들 방식의 경험과 지혜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망치 하나, 못 하나, 아무렇게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자리에 놓여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눈을 감고 손만 뻗어면 쥘 수 있는 적재적소에 공구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그 사이사이를 저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누볐는지 모른다. 때로는 공구사이의 틈바구니에 끼어 한낮의 달콤한 잠에 취했으리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문도 봤을 것이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한 끼의 식사도 마쳤을 것이다. 어두워질 무렵이면 자신의 전 재산일 수도 있는 물건들을 살아온 만큼이나 견고한 쇠사슬로 칭칭 동여매고 하루의 노동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를 붙잡고 막걸리 한사발로 시름을 달랠 것이다.

-10월이면 청계천이 새롭게 열립니다?-


서울시에서 내건 프랭카드가 거리 곳곳에 걸린채 부푼 몸을 날리며 펄럭인다. 청계천 복원사업 2년째다. 외국에서는 보통 10년을 걸려 완공을 한다는 사업을 2년 동안 밀어붙여 공정률 98%를 보이고 있단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수구 신문들은 이를 기념하듯 치적을 알리는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포털싸이트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가관이 아니다.

"처음에는 개발을 반대하고 극렬하게 투쟁하시던 분들이 지금은 서울시의 절대 지지자가 됐습니다. 상인들과 우리는 얼마 전까지 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서울시가 이렇게까지 우리를 배려해 줄 줄은 몰랐다고 감동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굴 만났기게 감동을 했다는 것인가.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밀려난 사람들 이들이 다시 수십 년 동안 군락을 형성해오며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촘촘히 엮인 그물망처럼 청계천에 생계의 터전을 닦아 왔다. 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의 2년 동안의 밀어붙이기 사업으로 이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노동현장에 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은 도시공간을 배외하며 이윤을 낳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서울 전역에 환경과 문화 역사복원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쓰고 도시곳곳을 휩쓸고 있다. 지난번 양윤재 부시장의 구속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명박 서울 시장의 정치적 야욕과 비리로 점철된 사업에 불과 하다. 서울 전역에 자본의 이윤을 넓히기 위한 그리고 이를 지리적으로 원활히 집중하고 배분하기 위한 민관합작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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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글의 일부는 필자의 청계천 관련 다른 자료에도 쓰여 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