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의 당장 멈춰!
감기부터 죽음까지,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모든 문제는 자본과 관련이 있다. 건강한 일터, 살맛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를 막아내고 해방을 이루는 중요한 행위라 생각한다. 골병과 죽음의 현장을 당장 멈추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는 단정과 울컥의 실무형 인간

끊임없이 죽음 부르는 건설 현장

착취 피라미드 맨 꼭대기 자본의 사용자성 인정 돼야

해미  / 2005년10월10일 9시15분

잘 나가는 건설 회사들의 계속되는 안전사고

지난 6일 경기도 이천시 GS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 2층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중 2층 바닥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공사장 인부 양모씨(59) 등 9명이 숨지고 전모씨(69) 등 5명이 다치는 등 모두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2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GS건설(구 LG건설)은 이미 작년 4월에도 중동신도시 LG백화점 공사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 사고로 경모씨(43) 등 3명이 30여 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지고 노모씨(43) 등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LG건설은 이 때문에 지난 해 10월 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포함되었지만 1000만원의 과징금 처분만 받는 솜방망이 제제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시공 중인 소양감댐 여수로 공사현장에서는 지난 3월과 4월 연속으로 터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도 2003년 3월에 경기도 분당 ‘I-SPACEⅡ’ 신축공사 중 근로자가 사망해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병들고 죽어 가는 건설 노동자

이와 관련해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561명이었던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는 2003년에는 638명, 지난해에는 660명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 말까지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자는 모두 273명으로 집계돼 건설현장의 안전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고로 인한 급작스런 죽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7월에는 여수 산단에서 일하던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산재신청을 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사고와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건강의 주범인 ‘중층의 하도급구조’

원청 건설업체를 정점으로 하는 ‘중층의 하도급구조’는 1차적으로는 하청업체간의 입찰 경쟁을 유발하고, 2차적으로는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하청업체간의 경쟁은 저가낙찰과 무리한 공기단축을 가져오고, 하청업체는 장시간 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시켜 왔다.

중간단계에서의 하청 및 도급업체에 대한 리베이트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이런 중층의 하도급 구조는 ‘비용절감’을 최대 목표로 하게 된다. 가장 싼 원자재를 써서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밑에 있는 하도급 또는 용역업체가 이윤을 남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어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해 초 건설교통부에 설치된 ‘건설근로자 민원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임금체불 민원이 97.4%였고 다음이 안전관련 민원이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건설산업 노조와 체불 임금 사건 786건을 분석한 결과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인 것이 515건, 6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황당한 것은 현재 일용근로자에 대한 체불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사용자 처벌 등으로 구제되고 있지만, 원도급업체가 하도급 업체에게, 또는 하도급업체가 시공참여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규제를 받지 않게 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중층하도급 구조의 맨 밑에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임금도 체불되는 마당이다 보니 4대 보험의 가입이나 충분한 안전보호장치의 설치, 정기적인 건강검진, 노동자를 생각하는 작업환경 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2003년 여수의 플랜트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00% 가입되어 있어야 할 산재보험의 가입율은 40.4%에 불과했다.(각주1). 보호구는 지급하지도 않고 서류 상으로 지급한 것으로 만들어 놓고, 안전화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사 신게 만든다.

올해 초 장기간의 파업을 벌였던 울산 플랜트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는 이러한 중층하도급 구조 속에서 이중삼중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살아남기 위한 외침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주범, 고용불안정성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도 빼앗아 가고, 부실공사와 공기단축으로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끔찍한 안전사고의 위협에 시달리게 만드는 것은 중층하도급 구조가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2003년 여수 산단의 플랜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의 실직기간은 평균 3.1개월이었고, 92%가 실직의 경험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최장 근무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약 35%만이 1년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각주2)

이러한 극도의 고용불안정 속에서 자본의 비자금과 리베이트를 위해 ‘사라지는’ 돈을 메꿀 수 있는 노동강도의 강화와 착취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고용구조로 인해 원청 사업주는 기업복지 및 노동3권 보장 등 고용상의 기본 의무를 이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언제든 고용되기를 바라는 조직되지 않은 실업자 군이 이렇게 많은데 자진해서 노동자들을 생각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게 되었다.

사용자성 인정이 시작이다.

지난 5월 언론에서는(각주3) 석유화학공장 설비를 보수하는 전문 건설업체들이 작업반장들과 불법 하도급 계약을 맺은 뒤 실제보다 부풀려 임금을 지급하고, 이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다시 돌려 받는 불법 관행을 보도한 바가 있다. 노무지급비 명세서에는 한 작업반장 소속 작업자 39명에게 5600여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이 중 10여명은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유령의 인물이었다.

해당 작업반장은 “리베이트 관행이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리베이트 상납을 거절하면 다른 전문건설업체와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여기에 원청사는 하도급계약을 맺으면서 “산재 이외의 추가 보상이나 민·형사상 이의제기가 있으면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명시하는 등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공상 처리비와 퇴직금 등 법정 부담금을 작업반장에게 떠넘겼다. 작업반장을 뺀 나머지 38명은 법적 의무사항인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157.5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의 약 75%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각주4)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건설 노동자의 '이용 가능한 또는 해고된 임금노동자가 값싸게 많이 존재한다'는 외적인 조건이 ‘중층의 하도급구조’와 맞물리며 건설노동자들은 끊임없는 사고와 질병 그리고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기 위해서는 착취의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자본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에 있어서 자본에게 먹히기만 하는 노동자들은 작업반장을 상대로 싸워도 작업반장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중층의 하도급 구조와 반복되는 실업 속에서 원청의 착취는 은폐되고 노동자들은 분산되어 통제를 받게 되고 죽음과 사고는 증가할 뿐이다. 이제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서 모르는 척 착취를 양산시키는 자본에게 책임을 묻자. 이것이 시작이다.


1) 손미아 외, 비정규직 근로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04
2) 손미아 외, 비정규직 근로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04
3) 한겨레. 2005년 5월 19일
4) 윤정향 외,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 산업별 심층사례연구』,한국노총중앙연구원/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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