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군]의 토마토 던지기
청량리에서 태어나 계속 청량리에서 살았으며 아직도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개기기, 여기저기 간섭하기, 음정/박자/가사 다 무시하는 노래 신나게 부르기, 큰 소리로 떠들기, 사람들 갈구기 등 눈치 없이 신.나.게.그.렇.게.아.무.렇.게.나 살고자 한다.

‘셧다운(shut down)제도’ 도입을 외치는 자들이여 '셧더마우스(shut the mouth)' 하라!

완군 ssamwan@jinbo.net / 2005년10월28일 7시52분

‘셧다운(shut down)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에 갔었다. 대부분의 국회 행사에서 반복되는 어이없는 식전행사(국민의례, 국회의원들의 축사 등등)가 싫어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셧다운(shut down) 제도'의 내용이 한심하기 그지없는 것이라 한 마디 하려고 참여했다. 가능한 느즈막히 갔지만 식전행사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셧다운(shut down)제도’는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과 같은 문제로 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습권을 신장한다는 명분으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다. ‘셧다운(shut down)제도’를 위반하고 심야시간에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을 제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믿어지시는가? 게임에 대한 가공할 찬사와 디지털 기반사회로의 가열찬 진입 노력 뒤로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좀 생각해보자, ‘셧다운(shut down)제도’의 도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는데 우선 온라인 게임의 이용 시간 증가와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의 사회적 문제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의 완전한 비약이다.

인터넷 중독의 경우 그 심각성이 있다고 해도 그 책임을 전적으로 온라인게임에 물을 수는 없으며,(이러한 방식의 논리 전개라며 언제라도 인터넷 자체에 대한 이용 규제도 가능해진다.) 폭력성 증가의 경우 이미지를 모방하는 여러 조건들(연령, 사회화의 정도, 심리적 상태 등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반드시 온라인게임과 인과관계로 연결할 수는 없다. 사회성 결여의 경우 완전히 다른 견해도 가능한데, 사회성을 획득하는 방식의 변화(오프라인 접촉 => 온라인 접속)가 존재할 뿐, 오히려 온라인게임을 통해 증가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 외에도 사회성 형성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온라인게임의 규제가 사회성 결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론적으로, 수면권, 건강권, 학습권의 보장을 위해 ‘셧다운(shut down)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헌법상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수단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목적이 침해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셧다운(shut down)제도’ 도입의 기본적인 발상은 온라인게임을 유해매체물로 규정하면서 시작되는데, 이는 청소년보호론자들의 감상적인 판단일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셧다운(shut down)제도’는 법,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지만 관두겠다. ‘셧다운(shut down)제도’는 이성적 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셧다운(shut down)제도’의 기반이 되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게임에 갖는 전통적 경멸이자 전체 청소년 인구의 97%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중 40% 이상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들이 보이는 착란 증세이다.

거의 대부분의 현대인은 미디어에 대한 중독 증세를 가진다. 이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셧다운(shut down)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알고 있는 대단히 상식적 수준의 사실이다. ‘셧다운(shut down)제도’ 도입을 외치는 진짜 목적은 청소년의 행동 규제와 통제의 욕구이다. 사실, 청소년보호법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지만, ‘청소년 보호 논리’는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 먹히는 논리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우리 사회의 자율화와 물질만능주의의 경향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음란, 폭력성 청소년 유해매체물과 유해약물 등의 청소년에 대한 유통과 유해한 업소로 청소년 출입 등을 규제함으로써,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을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 구제하고 나아가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은 제정 취지의 건전함(!)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보호법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는 문제인데, ‘음란유해매체규제에관한법’ 정도의 명칭을 얻었으면 좋았을 법률이 청소년보호법이란 그럴싸한 이름을 얻으며 청소년 관련 법률 체계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이다.

청소년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청소년보호’는 철저히 ‘청소년 행동에 대한 규제 및 통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의 원활한 부서별 연계와 실제적인 효과를 위해 개정되었다던 보호법은 사실상 ‘청소년보호’ 차원을 넘어서 청소년에 대한 법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통제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보호법은 청소년 폭력, 약물, 매매춘과 같은 범죄를 예방하는 계도적인 여과 장치가 아니라 분명하게 법적 강제력과 신체적, 감성적 자유의 구속력을 갖고 있다.

물론 보호법의 처벌 대상은 대부분 청소년들에게 유해매체나 물건이나 장소를 제공한 성인에 있지만, 정서적, 감성적 ‘감시와 처벌’로서의 청소년을 규제하는 효과는 여전히 존재하며, 최근에는 청소년들도 처벌되거나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보호’가 광범위한 청소년 통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청소년유해매체, 유해물건, 장소로 규정하는 심의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사실상 시효가 만료된 국가보안법을 대체하여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권리’를 억압하는 법률이다.

청소년과 관련된 가장 흔한 말은 ‘청소년은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는 문구이다. 최근 청소년 정책의 방향이 청소년의 오늘의 삶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이라는 구체적으로 호명하는 측면으로 점차 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청소년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청소년은 ‘미래사회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이 제대로 성장해야 한다는 기성 세대의 기대가 반영된 막연한 기대감으로 꽉찬 수사이다.

그러나 언뜻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 이 문구는 구체적인 청소년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지시하는 무시무시한 문구이다. 이는 미래사회를 위해서는 청소년의 오늘의 권리가 당연히 규제될 수 있다는 엄포이자, 후진적 청소년 보호 정책이 양산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청소년은 오늘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시민권을 포함한 모든 헌법상의 권리를 갖는다. 그것은 청소년이 미래사회의 주역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법률과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해당 주체의 참여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간 청소년 관련 법률과 정책이 청소년의 현실에 부응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소년이 주체로 인정되지 못하고 언제나 타자로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셧다운(shut down)제도’의 도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우려와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청소년들과의 직접적 소통이 배재된 상태에서 논의되는 것은 현실적 요구와는 전혀 다른 쓸모없는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관련 법률과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 지향은 청소년의 시민적 권리의 증진과 문화적 감수성의 확장에 있어야 한다.

‘셧다운(shut down)제도’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의 권리를 박탈하며, 청소년 문화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지금 필요한 청소년 정책은 문화적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청소년이 쳐해있는 현실적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학습의 부담과 존재에 대한 사회의 불인정이라는 이중고에 놓여있다.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을 범죄적 행위로 만들 수는 없다. 셧다운(shut down)제도의 도입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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