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식]의 내 맘대로
자본과 권력이 꿈꾸는 유비쿼터스 사회. 모든 사물에 전자칩이 깃들고 온라인을 통해서 무엇이건 제공받을 수 있는 이 사회는 희망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극단화된 감시사회의 전형이다. 필자는 지문날인 폐지를 필두로 전자감시 반대활동의 선두에서 일해 온 사람이다. 모든 감시에 반대해 싸우고 있는 필자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들어보자.

주민등록번호 그만 쓰자

언발에 오줌누기... 발 썩는다...

지문반대 finger@kdlp.org / 2005년11월01일 2시36분

정보통신부 큰 거 한 건 했다.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다. 무려 5가지나 된다. 장하다. 그나마 행정자치부보다 정보통신부가 쬐끔이라도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잠시, 그 5가지 내용이 어차피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적잖이 실망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언발에 오줌누기만 할 것인가?

5가지 안 모두 기본적인 구조는 제3의 인증기관으로 하여금 신원확인을 한 후 여러 가지 인증도구를 부여받아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제3의 인증기관은 주민등록번호 포기할 것인가? 주민등록번호 없이 다른 방법으로 신원확인 하고 인증도구 부여할 거라는 확신이 있나? 결국 문제는 주민등록번호를 지금과 같은 사용범위로 계속 쓰게 할 것인가 아닌가이다. 이거 결정할 권한은 행정자치부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행정자치부, 아직까지 용가리 통뼈처럼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확인 및 신원인증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회원가입이나 서비스 이용시 본인확인, CMS 용,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시 이용, 성인인증 등. 이 수다한 이유들 중 뭐니뭐니 해도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는 청소년의 보호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의 확인을 통해 성인인증을 함으로써 청소년이 유해한 인터넷 환경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예방한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 보호될 청소년 같으면 대~한민국 청소년들, 곱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즐기며 천사같은 심성을 가진 순백의 성자로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가? 웃기는 소리다. 차라리 청소년들의 뇌에 표백제를 뿌리지 이게 무슨 되먹지 않은 짓인가? 싯달타가 궁정의 담장을 뛰어 넘은 것은 애초부터 그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자 했던 아비의 검열행위 때문이었다. 좋은 것만 보고 자란 싯달타,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그 충격으로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고 속탈해버리고 만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전부 싯달타로 만들자는 심산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똑똑똑똑~~ 아제아제 바라아제 극락왕생 원왕생... 웃기고 자빠졌다.

청소년 유해환경 주절거리고 떠드는데, 사실 요즘 뉴스 애들 볼까 두렵다. 정작 성인인증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폭탄주에 정신을 잃고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을 떠들고 그래도 잘났다고 큰소리 떵떵치는 모습, 이거 성인인증한 다음에 봐야하는 거 아닌가? 남의 나라 애꿎은 민간인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트리는 자들을 돕겠다고 군대 파병하는 모습 보면서 애들이 좋은 거 배우겠다.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시하고 도끼든 경찰특공대가 시시각각 폭력과 위협을 행사하는 모습, 완전 엽기 호러물 아닌가? 이건 15세 미만 시청 불가판정 해야하는 거 아닌가?

아예 TV수상기 마다 성인인증 장치 만들어 놓고 ON/OFF 스위치 누를 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치게 해라. 게임방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용 온라인 게임 거의 다가 돈놓고 돈먹기다. 현찰 박치기 해서 아이템 사면 승률 높아지고 오프라인에서 돈 없는 녀석들은 온라인에서도 돈 없는 설움을 만끽해야한다. 사행심 조장하는 이런 게임들에 청소년용이라고 딱지붙여주는 등급위원회부터 싹을 자르지, 애꿎은 주민등록번호는 왜 자꾸 치게 만드나?

주민등록번호 성인인증 시스템 덕분에 대~한민국 청소년들 상당수가 주민등록번호 도용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일가친척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아는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훔치는가 하면 심지어 지명수배자 전단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베껴가기도 했다. 노동자들 수배할 때는 꿈쩍도 없이 수배전단에 주민등록번호 기재하던 경찰이 지난번 경찰 살해사건 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이 관행을 없앴다. 그 이후 범인 잡는데 뭐 더 큰 문제 생긴 거 있나?

'볼링 포 콜럼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거기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보이는데 그건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비교다. 특히 캐나다 청소년들을 붙잡고 인터뷰한 대목은 이 다큐멘터리의 압권이다. 수업 땡땡이 치고 나온 세 명의 청소년, 우리 입장으로 보자면 홀라당 발라당 까진 '비행청소년'쯤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이녀석들 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보다 백배 낫다. 사회복지 당연히 해야하고 남의 나라에 폭탄 떨어트리면 안 된단다. 걔들은 인터넷 들어갈 때 항상 주민등록번호 때리고 들어가 밝고 건전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의 세례라도 받은 건가?

걔네들이라고 해서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치부되는 인터넷 사이트 못들어가란 법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처절하게 '보호'되고 있는 우리 청소년보다 더 쉽게 그런 사이트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런데 왜 걔네들은 그렇게 똑소리 나는 소리를 '비행청소년'급의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가? 그게 바로 교육의 힘이다. 포르노 사이트 검열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성인교육이나 먼저 시키자. 우리 청소년들 어디를 봐도 '볼링 포 콜럼바인'에서 인터뷰한 캐나다 학생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 지들이 알아서 좋고 그른 거 판단하고 가릴 거 가릴 능력이 되는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굳이 상당수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범법자로 만들면서까지 주민등록번호로 성인인증할 필요가 없다. 죽으나 사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땐 그 번호 만든 목적범위 안에서 쓰면 된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하루 속히 행정자치부가 결단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사용 제한하면 기업하는 사람들이 울상짓는다는 핑계 좀 고만 대고 말이다. 딴 나라 기업들은 도대체 어떻게 영업해서 먹고 산단 말인가? 자기 생각도 가지지 못하는 존재로 취급받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 새삼 불쌍해진다. 백년지계의 동량들이 어른들에게 인형으로 취급받고 있는 이 현실, 언제쯤 해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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