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깍두기 형님들과 행정대집행 법

최인기  / 2005년11월01일 17시44분

한 노점상이 있었다. 아니 철거민이라고 하자. 그는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거나 산동네나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직전에 놓여있는 사람이다.
바람이 매몰차게 부는 한겨울, 그것도 아무도 없는 새벽녘, 아니면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 머리에 하이바를 쓰고 푸른색 청 카바를 입거나 또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스총을 차고 등장한다. 손에는 쇠파이프를 든 채 들이 닥친다. 겁에 질린 주민들이나 노점상이 경찰에 전화를 해도 시간이 지난들 경찰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뒤에는 젊은 애들이 붉은 모자를 쓴채 들이닥친다. 어린 애들이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을 넘었을까 귀때기는 새파랗지만 눈초리가 시퍼렇다. 뒤로 가오를 잡는 덩치들 소위 행동대원이라 불리는 놈들이 선다. 호루라기를 불면 앞뒤 안 가리고 붕붕 날뛰기 시작한다. 손수레를 뒤집어 엎는다.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달려가 짓밟는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까지 사전에 구청이나 경찰들의 경고조차 없었다. 아무도 모른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한 것이다. 선두에는 깍두기 머리를 한 어마어마하게 한 덩치 하는 놈들이 웃통을 벗고 문신을 드러내 보이며 험악한 얼굴로 포악을 떨어댄다.

‘누가 여기서 장사를 하라 그랬어 ×년들아-’

본보기로 한 놈만 골라서 죽이겠다는 투다.
욕을 먹는 사람들은 환갑을 한참지난 노인네들이다.

소설 쓰냐고 ? 천만에 말씀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현실이다. 거짓말 말라고? 대한민국에 그런일이 있을 수 있냐고 ?

지난해 경기도 풍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촛불을 켜놓고 둘러앉은 아이들의 눈망울, 이들을 감싸고 있는 가족들, 밖에는 전쟁 중이다. 옥상으로 화염병이 날아들어 불이 붙는다. 쇠구슬로 된 새총을 철거민들을 향해 쏘기도 한다. 진입을 막고자 가수용 단지에 방어벽을 설치하고 저항하지만 철거민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습은 올 초 경기도 오산 수청동에서 판교로 그리고 전국의 철거지역으로 계속 이지고 있다.

지난 8월 부천 역사 앞! 한 장애인 노점상 이야기를 해보자. 단속을 받고 자포자기에 빠진 장애인 노점상, 자신의 차에 불을 붙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파출소는 바로 10M 앞이지만 경찰은 코빼기도 나와 보지 않는다. 지나가다 다급해진 시민이 차문을 부수고 장애인 노점상 부부를 극적으로 구출한다. 이러한 일은 작년 이맘때 의정부에서도, 올 초 명동의 명품관 에비뉴엘 백화점에서도, 아니 며칠 전 건국대 전철역 앞에서도 자행되었던 사건들 중 일부다.

위와 같은 ‘행정대집행’ 법을 노점상 철거민들은 ‘강제철거 법’ 이라고 부른다. 이법이 만들어진게 1954년 제정된 이래 불과 한차례 밖에 개정하지 않았다. 시행령까지 합쳐도 종이 두 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법의 위력이 정말이지 대단하지 않은가?

이법을 ‘노무현’ 정부는 ‘행정자치부’를 통해 ‘강제철거 제도 대폭 손질’ 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부분을 손질하여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하려하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정부의 개정안은 오히려 강제철거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악을 시키고 있다.

‘행정대집행’이라 함은 국가가 국민의 사유재산을 강제로 집행을 할 수 있는 법이기에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이법을 직접 집행하는 곳은 다름 아닌 민간사설업체다. 다시 말해서 용역회사다. 소위 뒷골목 건달들이나 형님들이 용역회사를 차려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며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이 쏠쏠하니 전국적으로 철거단속 전문 용역회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면 ‘민중의 지팡이’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분쟁이 생기면 경찰들이 나서서 인권유린과 폭력이 발생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간 ‘직무집행법’ 등에 의해 사건현장에서 일방적으로 용역반의 편을 들었던 경찰이 이제는 ‘행정대집행법’을 통하여 노골적으로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민중의 몽둥이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 이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중요한 대목을 한 가지 더 언급을 하고 마칠까 한다. 길거리에서 두들겨 맞고 집에서 쫒겨나고 심지어 몸까지 상해도 집행과정에서 들어간 모든 비용을 피해당사자에게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법에는 간단하게 나와 있던 ‘행정대집행’ 비용의 청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권력과 용역깡패를 투입하는데 들어간 제반비용을 청구하고 이를 내지 않으면 법적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대집행법’을 개정한다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뻥이었다. 오히려 강제철거를 제대로 하기 위한 개× 같은 법이다. 이런 개× 같은 법에 맞서 싸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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