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진]의 복지는 죽었다
치과의사로 치아 치료에 소문난 명의는 아니지만, 우리사회의 빈곤과 복지문제의 썩은 곳을 치료하는 데에는 정평이 나있다. 썩은 이를 치료하듯 복지로 치장된 우리사회의 허상을 속시원하게 드러내 보자.

아드보카트 감독과 국민연금

[강동진의 복지는 죽었다] 비정규직 국민연금 가입자 40% 미만, 평생 불안정

강동진  / 2006년03월09일 21시01분

제목을 보고 다들 의아해 할 거 같다. 축구감독과 국민연금이 대체 무슨 상관이길래 하고 말이다. 다름이 아니라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축구가 아닌 다른 주제로 새삼스레 뉴스꺼리로 등장했다. 다름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국민연금을 내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월부터 국민연금 가입자로 가입했다고 한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외국인도 국내에서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에 따라 축구협회와의 계약에 의해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감독은 당연히 국민연금에 가입되게 되어 있다. 물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가입 중 장애,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가 국가대표 감독을 10년 동안 맡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가입기간을 채울 수 없을뿐더러, 일시적으로 돌려받으려 해도 이러한 조항을 담보해주는 사회보장협정을 우리 나라는 30여 개 나라와 맺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모국인 네덜란드와는 맺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뉴스에 등장한 사실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아드보카트 감독의 국민연금 가입을 통해서 몇 가지 현 국민연금의 문제점을 알아볼 수 있다. 축구만큼 재밌지는 않을 지 모르겠다. 먼저 보험료와 관련된 문제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32만4천 원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이다.

이를 단순 추산하면 아드보카드 감독의 월 소득은 360만 원 가량 되는 셈이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아드보카드 감독의 수입은 연봉으로 따지면 10억 원이 넘는다. 월 소득으로 따져도 1억 원 정도인데, 보험료율을 적용하면 달마다 900만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현재 내고 있는 금액과는 엄청난 차이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상한액이 월 360만 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최고 등급인 45등급의 상한액이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월 소득이 360만 원이든, 천만 원이든, 1억이든 상관없이 32만5천 원의 보험료를 납부한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만약 소득상한액을 정하지 않으면 이후 늙어서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경우, 수령액수가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하기 때문에 수령액수가 너무 많아진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런 경우 아무런 수입원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젊어서 소득격차가 나이가 많아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볼때 언듯 생각하면 소득상한액을 정해서 보험료 액수를 정하는 것은 노령연금 수령액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과 소득재분배 성격을 도외시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소득격차, 성별에 상관없이 소득을 가진 자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한 기여를 하면 노후의 소득을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능력만큼, 기여한 만큼 무한정 비례해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각 나라마다 제도의 설계와 내용을 정하는 것이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이렇다. 따라서 보험료는 정해진 보험료율에 따라 많이 벌면 그만큼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게 당연하다. 심지어는 누진요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납부한 보험액에 따라 이후 수령액을 정할 경우 노후 이전 소득이 그대로 노후 소득으로 이어져 소득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후 수령금액의 상한액을 정하면 될 일이다.

지금 한국 사회 국민연금제도처럼 소득상한액을 정해서 내는 보험료의 상한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수령하는 연금액의 상한액을 정하는 것이다. 이 상한액은 가입간의 합의에 의해서 정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할 경우 이른바 기득권층의 조세저항이 거센 것처럼 소득이 많은 이가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지 않겠는가 하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가 없진 않겠지만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로서 강제가입의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 만약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면 그에 걸맞는 댓가를 치르게 하면 될 일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그만큼의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성립, 이를 지속케 하는 역량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한국사회의 경우 국민연금의 도입은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과 역량에 의해서 가능했다기 보다는 지배세력의 통치전략에 따라 민중들의 불만을 무마할 수단으로서 도입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가장 국민연금을 필요로 하는 집단, 다시 말해서 지금도 빈곤하고, 늙어서는 더욱 더 빈곤한 계층보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일정한 기득권을 지닌 집단부터 ‘퇴직금’ 대신에 우선 도입되었던 게 그 예이다. 전 국민 국민연금은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도입되었다.

두 번째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국민연금 가입은 지역가입자로 되었다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이 되었으니 당연히 직장가입자(대한축구협회는 사단법인이다)로 되는게 아닌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고용계약을 맺은 계약직, 기간제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특수고용상태에 있는 ‘자영업’자이다.

레미콘, 덤프트럭, 학습지 노동자들처럼(이들은 일인업체이다) 특수고용상태에 있는 ‘사장님’인 셈이다. 그에 따라 ‘직장’ 가입이 아닌 ‘지역’가입자로 되었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율 9%의 절반인 4.5%만을 납부하면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경우 32만4천원의 절반인 16만2천원을 내면 된다는 뜻이다.

이를 보면 기업주들이 왜 정규직 고용형태를 피하고 특수고용 형태와 파견노동자 같은 고용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직접고용을 안하고 특수고용과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 관계를 맺는 경우 기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의 t비용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연금, 건강보험, 고용, 산재 등의 보험료에 드는 비용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거꾸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피고용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상으로는 자영업으로 분류되어 혼자 모든 보험료를 떠안게 된다.

특히나 이들 특수 고용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의 저임금인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보험료 마저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중으로 부담을 떠안는 셈이니 사회보장제도로부터 탈락하는 이른바 ‘사각지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아드보카트 감독같이 소득이 워낙 많은 경우야 신경도 안 쓰겠지만 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납부예외자가 40%에 달할 정도로 사각지대는 광범위하다. 비정규직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되어 있는 수가 40%를 넘지 못한다. 나중에 이들은 노후에도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해 불안정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논의가 2-3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070년 재정고갈이 예상되므로 지금 돈을 더 걷어들이고, 덜 나가게 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국민연금 개혁의 총대(?)를 메라는 주문을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현 정부와 보수정치세력의 국민연금개혁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꿸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을 사회보장제도로서가 아니라,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사회적 기제로서 파악하고 있음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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