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의 당장 멈춰!
감기부터 죽음까지,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모든 문제는 자본과 관련이 있다. 건강한 일터, 살맛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를 막아내고 해방을 이루는 중요한 행위라 생각한다. 골병과 죽음의 현장을 당장 멈추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는 단정과 울컥의 실무형 인간

16시간을 위한, 8시간을 이야기하자

[해미의 당장 멈춰] 노동자의 일상을 위한 16시간을 위해서

해미  / 2006년05월15일 18시31분

다시 돌아보는 메이데이

지난 5월 1일은 제 116주년 노동절이었다. 이번 노동절은 다양한 감상들을 불러 일으켰다. 예년과 다름없는 남성중심적 포스터나 집회중의 노래 및 복장 등 집회 본연의 내용과 크게 상관이 없는 것(하지만 난 절대 ‘작은’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부터 시민광장이라는 잔디밭이 가지는 공간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현 민주노총의 투쟁기조 및 선거에 연동된 그날의 집회기조에 대한 비판 등... 그 평가의 스펙트럼은 넓기만 하다.

이렇게 넓은 평가의 스펙트럼은 집회뒤의 술자리의 안주가 되거나 집회 불참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도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것은 아닐까? 현실 투쟁이 무겁고 버겁고 급박하지만 그리고 현실투쟁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 지금 노동운동의 상황이라지만 뭔가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거 아닐까?

기억을 더듬어, 메이데이 유래

잠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한번쯤 보거나 듣거나 배웠을 ‘메이데이’의 유래인 시카고 헤이마켓사건의 요구는 다름 아닌 ‘8시간 노동 쟁취’였다. 이 집회를 경찰이 유혈 탄압을 했고 이를 기념해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매월 5월 1일을 메이데이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인터내셔널이 채택한 연대 결의는 “기계를 멈추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하자”는 세가지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제 치하였던 1923년 5월 1일에 조선노동총연맹에 의해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동시간단축, 임금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로 행사가 이루어졌다. 일제시대, 한국 노동운동의 시작이던 그 시기에도 원산총파업과 같은 주요 파업의 요구사항은 ‘8시간 노동 쟁취’였다.

문제는 메이데이가 116년 째인 2006년에도 여전히 ‘8시간 노동’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다.

최장시간 노동의 명예(!) 대~한민국!

최근 OEC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길다. 뭐, 매년 1등을 해온 항목이라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2004년 기준 임금노동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한국이 2,380시간이었다. OECD 주요 22개국의 2004년 기준 연간 실근로시간은 평균 1,701시간으로, 한국 노동자가 679시간(39.9%)이나 더 일한다. 반면 가장 짧은 실근로시간을 보인 국가는 네덜란드(1,312시간)로 한국(2,380시간)과 1,068시간(81.4%)이나 차이나 한국이 1.8배 가량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느라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휴식조차 부족한 것이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인 것이다. 위 통계 연보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또 다른 지표는 사교육비 비중이다. “잔업·특근 안 하면 애들 학원비를 낼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푸념이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이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 비중은 OECD 국가 중 맨 꼴찌이다. 복지에 지출되는 돈은 최저수준으로 경제규모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다.

노동자를 쥐어짜는 자본의 시간기획

노동자들이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는 동안, 자본은 어땠을까?

자본은 다양한 공학적 또는 과학적 원리를 내세우면 시간을 자본 중심에서 기획하는데 성공해 왔다. 흔히 이야기 듣는 모답스, 여유율, 공수나 맨아워, 시간당 노동생산성등의 용어로 다양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장에서의 노동자의 시간은 자본의 것이다.

주 40시간 노동제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잔업·특근으로 장시간 노동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인해 “벌 수 있을 때 벌자”라는 생각이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2004년 167만원으로 2003년보다 소폭감소 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보다 10만원 정도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통계청 도시가계조사에서 도시근로자 가구당 가계수지 추이를 살펴보면, 1988~97년에는 10만원 안팎이던 가계수지 흑자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1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생활상태가 크게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후 2002년부터 가계수지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까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 하다. 1998년 이후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970년대 이후 최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생산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친다. 이렇게 임금 상승률이 저조하고 실질적 생활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잔업・특근으로 부족한 것을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저 술 먹고, 자고, TV 보는 것 외에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여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여가 시간은 ‘노동을 위한 준비’에도 부족하다. 건강관리나 자기개발, 문화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 참여 등은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 지치다 보니 할 수 있는게 없다.

얼마전 노동조합이 튼튼한 사업장에 갔다. 주변에서는 ‘해방’된 사업장이라고 할 만큼 노동조합의 현장장악력이 높은 사업장이다. 하지만 역시 노동자들의 삶은 아직 부족했다. 1200만 인구가 보았다는 ‘왕의 남자’를 본 사람은 교육을 받던 30여명 중에 5명에 불과했다. 잔업·특근에 영화보러 갈 시간이 어디 있는냐는 것이었다.

다시, 8시간 노동을 이야기하자.

2005년 현대자동차는 단협에서 2009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연간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동시간개선위원회의 구성에 합의했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심야노동을 하면 수명이 13년이나 단축된다고 한다. 그러니 작년의 합의는 고용안정과 건강권 확보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장시간 노동이 세계 자동차산업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교대제와 노동시간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자본이 먼저 제의하든 노동이 먼저 제의하던 간에 기준은 ‘노동자의 삶과 일상’이 되어야 한다. 심야노동을 철폐하더라도 여유시간만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비용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시간을 즐길만큼의 체력이 되어야 하는거 아닐까? 우리의 최소조건은 임금삭감 없고, 노동강도 강화 없는 심야노동 철폐일 것이다.

다시, 116년전의 그때처럼 우리의 노동시간에 대해 그리고 8시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리고 잊혀졌던 16시간을 이야기하자. 8시간의 노동이 자본의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16시간의 노동자의 ‘일상’을 위한 것임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8시간을 위한 16시간이 아니라 ‘16시간을 위한 8시간’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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