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환경과 문화의 허울을 쓴 우리 사회의 신개발주의

최인기  / 2005년03월14일 12시58분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일이다. 건국 대 앞 전철 출입구를 둘러싸고 구청과 노점상들 간의 한판 힘겨루기가 진행된바 있었다. 이유는 지역의 주민들이 출퇴근 할 때 이용하는 멀쩡한 전철 출입구를 허물고 쇼핑몰을 통하여 이동하게끔 구청 쪽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 때문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이 싸움은 장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노점상들의 투쟁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전철을 이용 하는 시민들의 장소라 할 수 있는 공공의 시설을 지방자치 단체와 유통자본이 결탁 하여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거나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어떻게 유착되어지는지 잘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도봉구 창동 민자역사를 비롯하여 노량진역 민자역사 건설을 둘러싸고 위와 같은 대립이 예상된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들어서고 제일먼저 눈에 띄는 공사들이 바로 민자역사 공사나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과 젊음의 거리 또는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한 명분을 쓰고 나타나는 사업들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임기기간에 겉으로 보여지는 치적 중 가장 손쉽게 지역의 주민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고 성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대립은 비단 노점상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변의 재래시장은 물론 불경기로 세조차 내지 못하는 영세상인들 심지어는 수십 년 동안 역사 주변에 형성이 되어 있던 소위 쪽방이라 불리는 곳의 거주민들까지 내몰리고 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듯한 대립으로 보이지만 이들과 건설자본 또는 유통자본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공간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삶의 전반이 공간을 구성하고 동시에 공간에 의해 제약이 되는 특성에 주목을 한다면 인간은 '공간적 동물임에 틀림없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는 매일매일의 공간이용을 통해서 이윤 축적의 이가능성이 엿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을 뻗치게 되는 것은 이제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바야흐로 도시개발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등장과 함께 '뉴타운' 건설 계획이 제출이 되자 강북지역 곳곳은 포크레인과 삽질이 시작되기 직전이고 수도이전계획으로 아직까지도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러한 ‘개발선호’의 현상은 하루아침에 일이 아니다. 지난 시기 우리사회는 '새마을 운동' 이라는 구호아래 새로운 개발이야말로 행복한 미래 사회를 열어 제키는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해하였고 과거의 것에 대한 집착은 낡은 것으로 통용되기 일쑤였다.

군부독재는 자신의 비민주성을 은폐하기 위하여 단번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개발정책을 수립하였고 재벌 간의 비리와 유착관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사회는 최소한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은 채, 복지국가의 경험도 결여된 속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지금의 도시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최근 근대화의 영웅들은 개발 지상주의의 모습을 '신개발주의' 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바꾸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 개발주의’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추진이 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위와 같은 개발사업 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해당지역의 이해 당사자들과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놓고 추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청계천 복원 공사를 놓고 보더라도 모델로 상정을 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중심거리를 흐르고 있는 ‘도톤 보리천’의 경우를 보면 청계천복원구간 5.4km보다 훨씬 짧은 1.4km구간으로 고가도로조차 없지만 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하천복원을 완수하기 위하여 기술적인 측면 뿐 만 아니라 그곳에서 거주를 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기나 긴 합의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공사 설계도를 수정해 나가며 하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사업은 어떤가 불과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공정 90%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러한 사업을 가능케 하는 것은 소위 '신개발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밀어붙이기 식의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개발 주의’는 우리사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즉 자본주의적 발전 과정에 따른 모순을 은폐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주요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미지들 예를 들어서 ‘생태, 환경문제 역사, 문화 복원’ 등 삶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주제들로 포장하여 제시되고 있다. 최근 청계천 복원과 관련한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이게 얼마나 허구인지 알 수 있다.

청계천 공사를 통해 발굴되는 광통교터, 수표교터, 오간수문터의 주변에 대하여 문화재청은 사적으로 지정을 예고하였다. 이 유적지들이 사적으로 지정되면 주변 건축물들은 높이 제한을 받게 된다. 조례에 따르면 사적지 주변은 반경 20m의 보호구역을 포함해 유적으로부터 120m까지 앙각 27도의 규정을 적용받아 유적지 인근지역은 2층 정도의 건물만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건물높이 제한에 대해 서울시와 건설업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가 도심 재개발 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에 대해 용적률과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함에 따라 건설업체에서는 3534평 규모의 지상 38층, 지하 8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로 하고, 서울시에 정비구역 변경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위의 내용대로 건물을 짓게 된다면 현재 강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종로구 서린동 33층 에스케이 빌딩과 높이는 148m로 같지만 층수가 더 높은 건물이 사적지 주변에 마구잡이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 개발주의' 의 한계는 명명백백하다. 건설과 개발로 인하여 결국 환경파괴는 계속되고 있고 역사문화제는 은폐되거나 덥여지고 있으며 이곳에 생존을 영위하던 노점상과 재개발지역의 원주민을 비롯한 저소득 도시빈민은 철새처럼 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서울시에서는 자본의 이익과 이윤창출 위하여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불도저식의 경영마인드가 반복되고 건설자본의 민간개발을 통하여 공공성을 최소화 시키며 수익성과 수월성을 강조하고 이윤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장의 정치적인 야욕과 욕망이 ‘신 개발주의’를 앞세워 청계천변과 강북지역의 뉴 타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투영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지방 지역 곳곳의 행정 관료들까지도 우리사회의 주요한 화두 이자 담론인 ‘환경과 생태’ 그리고 ‘삶의 질’을 운운하며 개발을 통한 이윤을 확보 하기위한 겉치레와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는 길거리라 할지라도, 또는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는 몇 평짜리 공간이라 할지라도, 철거지역의 고립된 세입자들의 투쟁일지라도, 서울역사 안 노숙자들의 한 뼘 누울 자리라도, 우리의 의식을 떠나 이 얼마나 정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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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청계천유적 관련 글은 한겨레 신문 기사 내용 발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