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숙]의 가방
'92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인권이야기는 이제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말만큼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필자가 가리키는 인권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아직 우리사회가 얼마나 많은 인권의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죽었니 살았니?

류은숙  / 2004년06월23일 3시02분

*이 글을 마치고 난 직후, 김선일 씨가 사망했다는 속보를 접했다. 눈시울이 벌개진 동료의 얼굴, 가슴속을 칼로 긋는 것 같다. ‘무섭다’는 말이 한숨으로 나온다. 고인과 가족에게 무슨 위로를 하랴, 이 고통을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의 심정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파병철회를 위한 저항으로 만나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죽었니 살았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죽었니 살았니? 넋 놓고 앉아 있다보니 어릴 때 놀이하면서 부르던 이 구절을 혼자 읖조리고 있다. 죽었니 살았니, 죽었니 살았니, 죽었니 살았니....?
"난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한 생명을 두고도 '파병은 파병대로'라 하니 살아있는 시체들의 공화국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떤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아예 추가 파병 자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다."는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서 속내를 들킨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려본다.

고결하다는 생명, 양심, 인권과 평화는 현실과는 무관한 것이고, 현실은 세계최대깡패집단과의 동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뭘 모르는 것들이 촛불을 들고 저 난리라고 여기는 사람들, 명분이 밥 먹여 주냐고 냉소하는 사람들, 납치 당한 사람이야 안됐지만 국가를 경영하려면 뭐 어쩔 수 있느냐는 사람들을 해부하고 해부한다. 미국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들어갔다'가 '나온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형님이 저지른 살인, 뒷감당은 제가 하겠습니다'고 합창을 하고 있다. 흔히 듣던 조폭영화의 대사가 아니던가. '살인의 공모'라는 영화출연을 고대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 정말 무섭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을 까닭도 없다.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너무나 뻔한 것이었다.
세계 최대의 테러리스트 국가인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싸우겠다는 논리적 모순이었다. 미국은 세계 2위의 석유를 품고 있는 이라크에 계속 눈독을 들여왔고 9・11은 울고 싶은 놈, 뺨때려준 일이었다. 미국은 계획하고 있던 일을 실행할 구실을 얻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도, 이라크가 9・11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도 그들의 각본에서는 사소한 트릭에 불과했다. 세계 최강의 미국을 맞아 이라크가 자위하고 저항할 방법은 테러밖에 없다는 것도 CIA가 친절하게 예보해주었다. 종이 위에 그려진 사람 위에 낙서를 하고 북북 찢어버리듯이 살아있는 사람의 몸으로 장난을 치고 논 것은 살인집단의 카니발이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지켜보지 않았던가.

작년 이라크 침공을 저지른 날 아침 태연한 얼굴로 유엔인권위원회에 나타난 미국은 "무력 사용이 이라크의 인권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랬나. 유엔인권위에 참가한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인류와 평화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개탄했다. "전쟁은 언제나 실패일 수밖에 없으며 유엔헌장을 벗어난 전쟁은 큰 실패다"고 경고했다. "무력의 사용은 특히 생명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여 여타의 모든 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인권의 주장은 법의 지배, 보편적인 관할권, 비폭력,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 및 상호의존성이라는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정당하고 평화로운 방법에 의해서만 추구돼야 한다"는 세계 양심들의 권고는 미국에게만이 아니라 미국과 공모하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 헌법조차 부정하는 그네들이니, 그토록 맹신하는 미국이 자기 나라를 세울 때 한 얘기를 들여다봐라.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떠한 형태의 정부이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언제든지 정부를 변혁 내지 폐지하여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그러한 원칙에 기초를 두고 그러한 형태로 기구를 갖춘 새로운 정부를 조직하는 것은 인민의 권리인 것이다.(미국 독립선언문)

살아있는 인간의 양심으로 우리는 다시 쓰고 싶다.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이라크인과 한국인은 동등하게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유린한 미국과 그와 공모하려는 노무현 정권은 인민의 저항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 이라크 침공은 이미 범죄로 판명 났으며, 미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심판은 이라크인과 한국인, 세계 양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참새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세상 편집국이 생산한 모든 콘텐츠에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 또는 내용중 중요한 단어들을 골라서 붙여주세요.
태그:
태그를 한개 입력할 때마다 엔터키를 누르면 새로운 입력창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