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준]의 떨꺼둥이 세상
떨꺼둥이란 '의지하고 지내던 곳에서 맨손으로 쫓겨난 사람'을 뜻하는 말로 homeless와 비슷한 순 우리말입니다. 누군들 노숙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노숙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노숙인이 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통해 우리사회 불평등구조를 들춰낸다.

한국철도공사는 공공역사에서의 위기계층 지원대책을!

문헌준  / 2005년04월06일 10시52분

지난 1월 22일 서울역에서 발생한 노숙인들의 집단투쟁으로 더욱 부각된, 공공역사를 생활의 근거지로 이용하고 거쳐 가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의 문제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여전히 철도공사는 오히려 가능하지도 않은 노숙인과 시민들의 접촉을 차단하려는 추방과 단속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철도공사가 공공역사로 유입되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을 지원할 체계나 근거가 전혀 없고, 이해도마저 부족한 상황이며,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여론의 악화로 인해 개입의 어려움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는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철도공사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개입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이다.

노숙인들의 서울역 집단투쟁 이후 구성된 노숙연대모임이 진행한 「거리생활자 인권 및 생활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는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시사점을 드러내 주고 있다. 결과보고서에는 공공역사를 주요하게 선택한 이유로 ①마땅히 가 있을 곳이 없어서(44.4%), ②동료들이 있어서(15.9%), ③인근에 인력시장이 있어서 (12.7%) 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최초 노숙 시기를 분석해 보면, 1995-1999년(28.3%) 보다 2000년-2004년도에 처음 노숙을 한 최근 노숙인구가 57.5%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공공역사가 지니는 불가피한 의미가 크다는 것과 이후에도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노숙생활자들이 확대·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속 위주나 일회성 대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도 역사의 이용에 대한 충돌과 갈등이 계속 될 것이고, 이번 집단투쟁에서 드러났듯 잠재적 폭발성을 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실업과 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져 감에 따라 더욱 구조화 될 수밖에 없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의 문제에 대해 공기업이 직접 개입해 다양한 관련주체들과 함께 협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권옹호와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국철 역과 그 주변, 그리고 열차에까지 일자리가 없어 배회하는 사람들과 노숙생활자가 현저히 증가해 공공서비스 기업이 직접적인 대책을 수립해야할 상황에 직면 하게 되자, 이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응급성에 대응하는 활동으로 규정하고 전문조직과 단체뿐만 아니라 국철, 각지의 공공교통공사, 그리고 프랑스 가즈 전력공사 등의 공공서비스기업까지 참여하는 국철의 연대위원회(1993년 조직)를 구성하고, 일시적으로 곤란함에 맞닥뜨린 여행자(증명서와 약물의 분실 또는 도난, 길을 잃음, 혹은 몸이 아픈 여행자), 그 외의 역이용자(홈리스생활자, 배회자, 빈곤자, 성매매 남성과 여성 등)와 조치 필요자에 대한 상담과 원조를 수행하기 위해 공공역사내에‘여행자 SOS’를 설치해 ①기본적인 정보제공(경찰, 도시교통서비스 등의 정보), ②단순한 원조(주소, 전화번호 찾기, 역의 동반활동, 휴식, 상담 등)부터 특별한 원조(이후 상황에 대한 상담, 상황을 검토한 후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조직과의 연계조정)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대책 수립과 지원활동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철과 같은 공공역사가 전쟁 또는 식민지로부터의 입국자, 농촌으로부터 도시에 직업을 찾기 위해 유입되는 사람들, 실업과 빈곤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공기업의 사회공헌과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당연한 활동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98년 이후 한국적 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서울역과 같은 공공역사는 다중이용시설로서의 일차적 기능 이외에도 가출청소년, 폭행피해 부녀자, 노숙생활자, 인근 쪽방 거주민 등 한계 상황에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도 거쳐가는 관문이자, 이용의 공간으로 피난처와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만취자’,‘건강악화자’,‘조치필요자’등과 같이 즉각적인 위기개입이 필요한 계층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서울역 등 대도시 공공역사에서는 무료진료소, 가출청소년 상담소, 부녀자 보호소, 법률구조공단의 무료법률상담, 주취자 보호소 등을 운영했거나 현재도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일부 지원 기능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기능은 흩어져 있거나 행정적 지원과 사회복지·공공서비스 자원과의 연계 기능 결여로 인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일회적 대책으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역사를 관리하는 주체와 공공역사를 이용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도공사는 민자역사로 탈바꿈하며 대부분의 공간을 이윤창출을 위해 내어 주고, 문제의 원인을 생존을 위해 공공역사로 몰려드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에게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늘 한계적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언제나 역사를 제일 처음 떠올리고 찾아온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추방과 단속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공공역사에서의 위기계층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적극 나서야 한다.

이미 작년부터 노숙관련 단체들은 계속해서 문제의식을 제기해 왔으며, 노숙인들의 서울역 집단투쟁이후, 특히 최근에는 철도공사의 현실적 부담을 고려해 철도공사의 의지만 확인이 된다면, 언제든 노숙관련단체와 노숙연대모임을 비롯한 제 사회단체들과의 우선 협의구조를 마련하고 「철도공사의 사회공헌과 공공역사에서의 노숙인 등 위기계층 지원대책안」마련을 위한 협의를 함께 진행해 갈 수 있음을 제안해 놓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언제까지 미루고 회피할 것인가? 이것은 철도공사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응급성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민자역사의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참새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세상 편집국이 생산한 모든 콘텐츠에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 또는 내용중 중요한 단어들을 골라서 붙여주세요.
태그:
태그를 한개 입력할 때마다 엔터키를 누르면 새로운 입력창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