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13회 방송 대본 보기

Shawn Colvin - Sunny come home(보너스 Shawn Colvin - This Must Be The Place)

13. Home

안녕하세요.
우연한 5분 13번째 시간.

드디어 저희 프로에도 신청곡이 들어왔습니다.
익명의 청취자 님께서 Shawn Colvin의 Sunny come Home을 신청해주셨는데요.
12회만에 드디어 결실을 맺은 거 같아,
왠지 고향집에서 먹은 떡국보다 더 두둑해 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Shawn Colvin은 싱어송라이터 포크 뮤지션답게
가사를 아주 잘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
80년대 미국의 모던 포크를 주도하던 가수 중 한 명입니다.
96년에 발표된 Sunny come Home은 그녀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자서전적인 노래이기도 하죠.

이 노래는,
남편의 음주와 견딜수 없는 성폭행들 때문에 이혼을 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 지내던 시절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황지우 시인이 그랬던가요?
"폐인들 앞에 노스탤지어보다 먼저 와 있는 고향"이라고
불우한 생에 병들었던 그녀에게 고향은 그런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글쎄요,
이젠 돌아가기 조차 죄스러운
망명객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겐
"옛 집은 제 자리에서 나이와 함께 커져가는 흉터"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매번 "고향에서 밥을 구하는" 이 구차함은
과연 저의 이기심 탓일까요.
아니면 변덕스러운 그리움 탓일까요.

익명의 청취자님, 듣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배철수 아저씨가 라디오에서 자주 틀어 주셨는데,
요새도 틀어주시나 모르겠네요 ^^
신청곡. Shawn Colvin의 Sunny come home 들려 드립니다.

13-1. 보너스 트랙.
아~ 아~
혹시 아직 듣고 계신가요?
서프라이즈~

형식과 틀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한 방송.
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
한곡만 틀라는 법 있습니까?

처음으로 신청곡이 들어왔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죠.
그래서~ 답가를 준비했습니다.

Shawn이 부른 노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요.

원래 이 곡은 70년대 영국의 유쾌한 아방가르드 락밴드 Talking Heads의 곡이기도 합니다.
Talking Heads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실험적인 음악에도 불구하고 괜실히 어깨가 들썩이게 하던,
원시적인 멜로디를 팝뮤직에 접목하여 새로운 예술혼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받던 괴짜 밴드입니다.

This Must Be The Place는 그나마 말랑말랑한 편이기는 합니다만,
진보적인 사운드가 무엇인가를 웅변하는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바로 지금 배경음악으로 듣고 계시지요.

이렇듯 아방가르드한 음악이 대서양을 건너 Shawn에 의해 다시 불리웁니다.
아방가르드와 포크.
왠지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주 맛깔나게 불러 냅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
'어라~ 이 여자 봐라!'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도 신청곡 많이 올려주세요.
혹시 압니까 오늘처럼 꽂히면,
또 서프라이즈 답가를 들려드릴지?

Shawn Colvin이 라이브로 부릅니다. This Must Be The Place 듣겠습니다.
Hola America
6하원칙
매니악
우연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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