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14회 방송 대본 보기

Torukia -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Stand Alone Complex O.S.T

14. Solid State Society

지금 배경음악으로 듣고 계신, 매우 낯익은 이 곡은,
1995년 개봉한 '오시 마로우' 감독의 사이버펑크 재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원제: Ghost in the shell)'의 메인테마곡 입니다.
'공각기동대'는 잘 알려진 극장판 이외에도 'Stand Alone Complex'란 제목으로
3편의 TV 시리즈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사회를 감시와 통제가 전면화 된 경찰국가로 설정하고
그런 사회에 대해 '왜'라고 질문하는 대신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유희에 집착하면서
기술과 자아에 대한 철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유명한데요.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TV 시리즈는 더 나아가
오늘날 일본사회의 문제를 미래사회에 투영시킵니다.
두번째 TV 시리즈인 'GIG'는 난민의 문제를
세번째 TV 방영물인 'Solid State Society'는
저출산과 독거노인 그리고 아동학대등 노령화 사회를 다룹니다.
이쯤 되면, 단순히 미래에 대한 징후적 포착을 넘어서는 것이겠죠?

한 사회의 모순이 심화될수록,
그 사회는 체제에 불필요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난민화 시켜내고
마치 그들을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쯤으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를 자아의 불안정성과 공격성으로 치부하고,
관료사회의 음모론과 거짓말들로 환원시켜버립니다.
바로 전형적인 정통보수 논리와 빼닮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숭례문이 한 노인에 의해 전소된지 벌써 2주가 흘렀습니다.
사건 초기에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표적수사를 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얼마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노인들은 젊은이들처럼 감정 폭발 조절을 못한다며
최근 노인들의 묻지마 범죄 증가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왠지 어떤 징후처럼 느껴지는건
단지 저의 과민함 탓일까요?

그 노인이 자신이 살던 고향에서 쫒겨난 것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한 사람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버리는
영토에 대한 국가의 배타적인 권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밀어낸 난민들을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쯤으로 치부할 것인지.
국가와 사회의 문제속에서 반성적으로 바라볼 것인지.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견해의 차이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공각기동대'처럼 경찰국가라는 디스토피아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차이가 되지 않을까요.


점점 길어지고 있는 우연한 5분.
오늘은 약간 매니아틱한 분위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노래는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Stand Alone Complex OST 중에서 한 곡 골랐습니다.
극장판은 주로 카와이 켄지가 음악을 맡았었는데요,
TV 시리즈는 에니메이션 음악의 거장 칸노 요코가 주로 작업했네요.

Torukia 들려드리면서 14번째 시간 인사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Hola America
6하원칙
매니악
우연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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