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제로. 우연한 5분입니다.

우연한 5분

쌀쌀한 늦가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길거리 옷가게나 레코드점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에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의 감정들은 뭐라 말로 표현되거나 기억되지 못하고, 찰나의 흔적만을 남기고 사라지곤 하지요.

옳고 그름보다는 내 지갑에 들고날 일에 더 편협해지고,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해지는 요즘. 가끔은 특별히 거대하지도 작지도 않은, 생의 순간순간에 사라져버릴 단 한곡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 소소한 감정들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또는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문득 귀에 들어온 노래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 방송 : 매주 금요일 14:30
  • 연출 : 조정민
  • 기술 : 김지희
  • 웹제작 : 정서
  • 구성 : 올빼미 (IT노동자)
  • 목소리 : 변정필

우연한 5분 7회 방송 대본 보기

이상은 - 어기야 디어라

취해도 쉽게 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는
오랜만이라며 서로 눈빛을 던지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비어버린 자리들을 세며
서로들 식어가는 것이 보인다

이상은 5집에 수록된 '벽',

김수영 시인의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첫 구절로 찾아뵙습니다.

요 맘때 즈음이면 누구나 그렇 듯.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계획하느라 맘만 바쁜,
왠지 긴장되고 어딘지 모르게 들떠있을 때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주변의 울타리들를 한번쯤 다져주는 시기이기도 하죠.

바로 넘쳐나는 년말년시 술자리들 입니다.
어쩌면 이런 울타리짖기는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외로움을 넘겨버리려는
세상에 편승한 사람들의 성숙한 방법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또 어쩌면,
세상에 익숙해져버린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그림자에 숨어 식어버린 벽돌을 쌓으며,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상은 앨범중, 6집 '공무도하가'와 7집 '외롭고 웃긴 가게'를
그녀가 아티스트로서 자리잡게한 최고의 명반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5집에 더 애착이 갑니다.
5집 darkness는 지금 흐르는 '벽'이란 곡 외에도 그 유명한 '언젠가는'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입니다.

이제 막 어른이 된 20대 후반,
마치 너무 빨리 늙어 버린 듯 과장된 우울함과
세상을 관통하고 싶어하는 순수함이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앨범이죠.

오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노래는 그녀 앨범중 최고라 손꼽히는 7집 '외롭고 웃긴 가게'에서 골랐습니다.
시작이라 불리울 만큼 그녀의 뛰어난 작사능력을 엿볼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라 하겠습니다.

이상은의 '어기야 디어라'와 함께 우연한5분 2007년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남은 한 해 차분하게 잘 마무리하시고요,
새해에는 보다 밝은 노래로 찾아 뵙겠습니다.
Hola America
6하원칙
매니악
우연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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