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좋은 말이지요"

[기고] 유류가, 그리고 또다른 '김동윤'...

이승기 (화물연대전남지부)  / 2005년10월31일 10시28분

유류가, 그리고 또다른 '김동윤'...

저는 올해로 17년째 화물트럭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름에 화물차 양쪽 문에 모기장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신 분 계신지요? 올해 날개 돋힌 듯 팔렸답니다.

10원 인하하고 몇일 있다 40~50원 인상하는 살인적인 고유가(화물노동자 표현)에 밤새 시동걸고 에어컨 켜기가 아까워 창문 열고 열대야에 시달리며... 요즘같이 쌀쌀한 밤 날씨에도 히터도 못 켜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새우잠을 잡니다.

요즘 경유가는 리터당 1200원대입니다. 근래 국제유가 상승과 정부에서 대기환경 오염을 줄여보겠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추진하며 경유가를 휘발유가의 85% 이상까지 인상하였습니다. 경유 승용, 승합차의 운행을 자제시키겠다는 목적인데 그러면 화물차를 운전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화물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장거리 운행 차량의 경우 이를 왕복 1회전을 하여 평균 매출 80만 원 경유 360리터 432,000원이 유류대로 지불됩니다. 또한 적게는 (도로비, 식비) 등의 직접 비용,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타이어, 보험료, 엔진오일, 각종과태료, 수리비, 할부값)등의 고정비용, 한 달에 9회전에서 11회전을 하지만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유류대, 직간접 비용, 대중 교통 수단인 버스나 택시는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일정 부분 반영하여 조절하여 주는데 비해 화물운송료는 기준이나마 될 수 있는 표준요율 조차 마련되지 않고 알아서 먹고 살아라는 듯 내평겨 쳐져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이익은 점점 줄면서 화물노동자의 10명 중 4명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으며 최저생계비는커녕 적자 운행을 하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위반하고 싶지 않은..

대부분의 화물노동자들은 전과자입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아! 뭐 그렇다고 강도, 살인 이런 흉악범은 아닙니다.^^

국도나 고속도로 입구에 운행 제한 표지판 보셨을 겁니다. 축중 10톤, 총중량 40톤, 높이 4.2미터, 폭 3미터, 길이 16.7미터 라고 쓰여 있는데 이 중 한가지라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물론 우리도 위반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답니다. 운송사나 화주들은 '이것 아니면 짐이 없다', '같이 일 못하겠다', 심지어 중량을 허위로 이야기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속이 되면 벌금도 수백만 원이나 됩니다. 차도 빨리 고장나고 기름도 더 들어가고 마음도 불안한데 어떤 화물노동자가 과적을 하려 하겠습니까? 내 자신이 떳떳해야만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또한 우리 화물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운송사나 화주들에 대한 각성과 이러한 악의적인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더 이상 화물노동자들이 전과자가 안 되었으면 합니다.

'심야의 무법자'라는 별칭에 대해

화물차들은 주로 심야시간 대에 운행을 합니다. 밤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3축 이상의 대형 화물차에 한해서 시간대에 따라 20-50%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지요. 화물을 일찍 상차에 놓고도 할인 몇 푼 받아보겠다고 할 일 없이 밤 10시까지 차에서 시간을 때웁니다. 샤워 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은 뻔하구요.

김대중 정부 시절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교통사고를 줄인다고 화물차를 심야에 운행하게 하기 위하여 할인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후로 대전-전주, 서해안, 중부내륙, 중앙고속도로 등이 개통되고 대도시 주변에도 외곽도로 등이 잘 닦여있기 때문에 출, 퇴근 시간대 외에는 정체현상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의식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장거리 차량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쉬지 않고 갔을 때 평균 6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통행료 몇 푼 할인 때문에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운행한다는 것은 오히려 안전운행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진정 화물차 운전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충을 덜어주고자 한다면 통행료 전일할인제를 시행해야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화물은 다음날 오전까지 도착하면 되는 것이고 정체되는 시간대를 알고 있는데 짐 싣고 가다 서다 할 화물노동자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아, 정말 일찍 집에 가서 발닦고 쉬고 싶다'....

"우리딸 미안하다"

심야에 운행하다 졸리기라도 하여 휴게소에 들아가보면 주차할 공간이 없어 그냥 나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주일 한두 번 집에 들어갔다 갈아입을 옷이나 챙겨서 나오곤 합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들르러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내 자신이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우리 큰아이가 통닭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우현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라고 기분좋게 이야기 했던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사람 만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겼던 참 예뻤던 사랑하는 나의 아내,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아내 얼굴의 어두운 그림자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우리 딸...... 미안하다.

동북아물류중심국가, 좋은 말이지요. 우리 화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불합리한 제도들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우리 화물노동자들이 허울 좋은 사장이었듯이,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살라야만 했듯이...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허울 좋은 개소리이며, 당연히 투쟁으로써 정면 돌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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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동지의 글 잘 보았습니다.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만 너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 화물연대는 열사들과 지금도 꿋꿋이 생활하는 조합원이 지켜온 것입니다. 마지막 남은 자신의 생명을 던지면서 외쳤던 열사의 외침을 마주하지 못하고 어제 화물연대는 정부, 여당 발표를 찬성했습니다(94.4%투표, 59.4%찬성). 열사와 동지들앞에 정말 부끄럽습니다.
박정호
2005.11.01 07:24
글 내용은 훌륭하고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편집자주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결국은 지우기는 했지만 내용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편집자주를 다는 배짱은 도대체 뭡니까.
그리고 박정호 당신 당신혼자 투쟁하나?
잘난척좀 그만하지
오만과 편견
2005.11.03 10:16

덧붙임

이승기 님은 화물연대 전남지부 문화차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