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주도

참여정부, 진정 국민건강을 포기하려 하는가!

허진영(제주참여환경연대)  / 2005년11월10일 12시42분

제주도의 특별한 자치 ---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이미 보도가 되었듯이 입법안에 대한 지역 사회단체의 격렬한 항의로 11월 9일 제주 공청회는 무산되었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의 항의의 핵심은 의료분야에서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문제였다.

지난 10월 14일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제주특별자치도추진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첨예하게 찬반대립이 맞선 안건은 국내자본의 영리병원설립 허용 여부였다.

이해찬 총리는 ‘제주도가 희망(!)할 경우 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하여 의료분야에서 가능한 모든 규제를 완화’하려 했으나 보건복지부가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사회적 갈등 심화를 이유로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맞서 결국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 하기로 결론이 났다. 따라서 국내영리병원 도입이 일단 제주특별자치도 정부계획 최종안에서 유보되면서 도민 건강권의 사활을 걸고 대응해오던 제주지역사회에서는 한 고비를 넘긴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 내 영리병원 도입 의지는 너무도 집요하고, 강력하다.

경제부처, 총리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영리병원

10월 28일 입법예고하겠다던 정부의 제주특별자치도 법률안은 정부 부처간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발표가 연기되고, 이날 오전 김병준 청와대정책실장, 윤성식 정부혁신지방균형발전위원장 등이 참석한 제주특별자치도 관련회의가 청와대에서 있었다.

‘국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허용은 의료산업화의 핵심 사안으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며, ‘의료산업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의료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장관회의에서 매듭짓지 못한 영리병원허용 문제를 특별자치도 법안에 반영하기로 급선회 하였다 한다.

‘돈 없어 병원 못가는 일은 없게 만들겠다’며 취임한 대통령이 이제는 ‘의료만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도 없다’는 발언을 앞세워 영리병원 추진 정책에 결정적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는 위기이다.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참여정부가 한일이 무엇이 있나!

90%가 민간의료기관인 우리나라 의료체계, 의료기관들의 지나친 영리화, 의료의 과잉 공급과 과당경쟁, 그리고 이로 인하여 나타나는 OECD 국가를 상회하는 국민의료비 증가율 등은 곧바로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9%나 감소한 건강보험 보장성, 정부예산의 1%도 안 되는 의료예산, 지역별 소득별 의료 불평등 심화 등 의료와 관련된 긍정적인 지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지나친 시장화, 영리화로 위기에 처해있는 국내의료체계에도 불구하고 “ 영리병원 이미 다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인천에 이어, 부산, 전남 등의)경제자유구역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10월27일 국회 대정부 질의 대한 이해찬 총리의 대답은 의료를 바라보는 정책 당국자들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무너진 민주적 거버넌스, 정당하지 못한 참여정부의 정책추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내의 국내자본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이미 제주도의 손을 떠났다. 정부관계자는 모든 자료에서 ‘제주도가 희망한다면’ 이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는다. 과연 그러한가?

2004년 11월에 제출된 ‘제주도의 계획안에는 교육, 의료는 전략산업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의료를 핵심전략산업으로 하는 계획이 나왔다’고 제주도 관계자도 인정한다.

제주도는 8월 30일 제주도 기본계획안이 공개되기까지 어떠한 의견 수렴 노력도 없이 철저하게 밀실에서 추진되었다. 단 보름의 기간 동안 관련 단체에 서면으로 의견 제출을 요청하고 실무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제주도의 계획안에 배치되는 의견은 배제함으로써 제주도의 장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도민합의 과정을 철저하게 무시하였다.

8월 22일 제주도를 방문한 윤성식 ‘정부혁신지방균형발전위원장’은 ‘권한은 최대한 주되, 운영은 제주도가 알아서 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며 여기에 핵심전략산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압박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의료시장 개방, 영리화 정책 시행의 정부 책임을 특별자치도라는 미끼로 제주도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사실상 전무한 타당성검토,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공개토론회, 지역사회 파급효과에 대한 어떠한 연구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발 제대로 된 정책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 검토 보고서 하나만이라도 보여 달라” 제주도청에 수도 없이 요청했지만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의료 영리화 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싱가포르, 태국 등의 화려한 외형만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장밋빛 정책 전망만이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 “제주도의 공공의료가 30%이며 이미 선진국 수준(OECD국가 공공의료 평균 70%)”이라며 의료실태를 왜곡, 조작까지 하면서 영리병원허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당위적 주장만을 늘어놓고 있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영리법인 병원 허용을 주장하고 추진하는 당국자은 주장의 근거를 분명히 밝히고 사회적 논쟁에 임해야 한다. 현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당국은 “민주적 거버넌스”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론을 모아나가기 보다는 요식적 절차로서 형식적 논의를 거친 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음을 강력히 항의한다.

본질은 의료서비스영역에 자본 참여와 이윤 창출 보장--- ‘자본’참여정부로 간판을 바꿔야

영리병원 도입정책은 건강보험 진료수가 자율화 정책과 동전의 양면이며 국민의료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재벌병원,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일부 대학병원, 전경련, 대형 보험회사, 제약회사, 의료계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 선진화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이며 참여정부의 영리병원 도입, 진료비자율화 정책은 사실상 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의료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료산업 발전이라고 보는 것인가? 커지는 만큼의 의료비 부담은 거의 전부 국민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막대한 의료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인 자본의 돈벌이 터가 되도록 할 것인가? 국민의 질병치료와 건강과 생명이 여기에 의존할 것인가?

제주특별자치도 의료개방, 영리병원 도입 문제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료체계를 위협하는 국민적, 전국적 사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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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gdc
2005.11.10 17:12

덧붙임

허진영 님은 푸른치과 의사로,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와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글의 주요 내용은 한겨레신문에 실린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