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없는 전진만이 승리를 가져올 것

홍콩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을 돌아보며

배성인(명지대)  / 2006년01월05일 10시11분

죽음을 부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아직도 홍콩에 있대. 그래, 지난 번에 풀려 나오지 않았나." 학점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계절학기 수강생들의 일부 대화 내용이다. 일부 언론 외에는 홍콩에서 구속되었다 보석으로 풀려난 11명의 한국 민중투쟁단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보통 사람들에게 이들은 과거가 되어버렸다. 벌써 망각의 강을 건넌 것이다.

이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매일매일 인터넷을 열어본다. 11명의 한국투쟁단이 5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구속은 전용철 농민에 이어 홍덕표 농민의 사망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홍덕표 농민의 혼이 홍콩으로 날아가 이들의 투쟁역량을 고양시킨 것이다. 당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농민들을 비롯한 투쟁단이 전원연행을 감수하고 온몸이 부서져라 투쟁하였던 것이다.

가을철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새해 농사 준비에 전념해야 할 농민들이 투쟁단을 만들어 이역만리 홍콩에까지 날아가서 상여를 앞세우며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고 삼보일배까지 해서 생존권을 지켜야만 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2만불 국민소득을 내다보며 21세기 IT, BT강국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무기로 거침없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초국적 독점자본이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농촌을 파괴하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여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이윤율 상승을 위해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세계 민중들을 삶의 고통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 민중들은 마음대로 숨쉬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 WTO 각료회의와 DDA협상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동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이제 민중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빈곤과 폭력을 무한정 양산하는 WTO를 중단케 함으로서 생존권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다. 꺼져 가는 목숨을 살리고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투쟁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들의 분노는 온 산하를 뒤덮고도 남을 우렁찬 함성으로 나타났고, 물 부족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가가 자상하게도 아낌없이 쏟아 붓는 물대포를 맞으며 결사항전으로 나타난 것이다.

친절한 한국정부와 WTO 첨병을 자처한 홍콩

이번 한국투쟁단에 대한 과잉진압은 사전 계획에 의해 철저히 준비된 상태에서 예고된 것이었다. WTO 각료회의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현지 언론은 한국 시위대에 초점을 맞춰 각 종 괴담을 퍼뜨렸다. 그들이 홍콩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자살극도 벌일 거라는 소문이다. 또한 공항에서 일부 투쟁단을 구금하고 모욕했으며, 특정 민중들을 겨냥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달 부산에서 열린 APEC회의에 사람들을 보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농민들의 전원연행은 친절한 한국정부가 홍콩 경찰당국에게 전해준 폭동진압 훈련의 성과이고 40여명의 정보과 형사를 파견한 정보전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이다.

이번 한국투쟁단의 해상시위, 삼보일배, 촛불집회, 문화행사 등 다양한 시위 전술은 홍콩인들과 언론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홍콩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들어 홍콩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수반인 행정장관의 직선제 도입과 정치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에는 홍콩 시민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12월 16일까지 WTO 투쟁에 유연하게 대응하던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동원하면서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투쟁단의 연행과정에서 홍콩 경찰의 반인권적 행위가 난무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투쟁단에게 강제로 손목을 묶고 구타를 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고, 속옷 차림의 몸수색을 강요당하는 등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로 일관했다고 한다. 심지어 기본적인 생리문제 요구조차 외면하면서 범죄자 취급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명백한 인권탄압이며,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지 영사관의 초기 대응은 미온적이었으며 오히려 사건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한국 정부가 신원보장을 해주었으면 이들이 이국 땅에서 묶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부호형을 원했던 홍길동이 한이 맺혀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한국인을 한국인이라고 확인해주지도 못하는 정부는 한국 정부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중단없는 투쟁만이 승리를 가져온다

이번 사태를 통해 홍콩은 WTO의 첨병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화도 없고 양식도 없는 홍콩에서 기대할 것이 없지만 이들이 세계화의 덫에 걸려 초국적 독점자본의 충직한 시녀를 자처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생존을 위해서 바다에 몸 던지고 삼보일배하는 투쟁이 폭력이라면 세계 민중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WTO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초민족적 독점자본들의 조직적인 음모 속에서 세계민중들의 목숨은 가볍게 여겨지고 있으며, 민중들은 절망 끝에서 하나의 희망의 실 날을 찾고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것인가?

우리의 투쟁은 서울에서 시작되어 홍콩으로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해서 중단 없이 전진할 것이다. 중단 없는 전진만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첩경이다. 민중들의 죽음을 공모하고 방치하는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정부는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민중들을 동원하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현혹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세계화의 장벽을 걷어낼 때까지 싸워야 한다. 더불어 홍콩경찰이 인권탄압을 사과하고 한국투쟁단을 석방할 때까지, 민중들의 목숨을 담보하는 WTO가 해체될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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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배성인 님은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