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기고] 상위 계층 직접세 강화로 사회복지 확충해야

김재홍(민주노동당)  / 2006년02월07일 12시36분

세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보수언론은 세금 ‘폭탄’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으며 국민들을 전쟁분위기로 몰아가고 있고 정부는 종합적인 개혁안은 외면한 채 민감한 개별사안을 내놓으면서 논쟁을 더욱 소모적으로 이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사회양극화가 우리사회의 핵심과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세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일주일 뒤 대통령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논리를 내세워 ‘증세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세출합리화, 탈루소득 과세, 조세특례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정부도 뒤이은 조치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소득 자영자의 탈루소득을 거두고, 조세특례를 정비하고, 재정지출을 알뜰히 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행정과제이다. 이것만으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면 굳이 조세재정개혁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정부는 소득공제축소 등 민감한 사안을 들고 나옴으로써 보수언론의 공격 빌미를 계속 만들어 주면서 국민의 조세불신을 부추기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연일 지면을 세금폭탄논리로 채우면서 정작 중요한 사회양극화 해소의 본질을 희석시켜 가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 수준으로 미국 36%, 일본 37%, 영국 44%, 스웨덴 57%인 데 비해 턱없이 작고, 복지예산도 정부재정의 1/4로 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조세부담 역시 외국에 비해 낮다. 2003년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4%로 OECD 30개국 중 26위, 사회보험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25.3%로 28위에 머물고 있다.(OECD 평균은 28.2%, 37.6%)

이처럼 조세부담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이유는 취약한 직접세 때문이다. 2001년 한국의 GDP 대비 직접세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 15.7%에 비해 5.3% 포인트가 낮고 금액으로는 현재 약 40조 원의 직접세를 더 거두어야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조세 누진율을 강화하는 직접세 증세는 그 자체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지닌다. 또한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복지예산을 확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조세재정개혁 구호의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보수언론이 부추기고 대통령이 인정하고 있는, 국민들이 증세를 반대한다는 논리도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직후인 지난 2004년 5월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1%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25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6%가 "더 많은 복지를 위해 세금 더 낼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국민들의 반대는 ‘더 많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복지의 확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자에게 제대로 세금을 걷지 않고 그 공백을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에서 메우려는 데 있다. 과연 공평하게 세금이 부과되고 있으며 그것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느냐고 국민들이 정부에 되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서민들의 지지와 부유층의 적개심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

결국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의 반대란 절대다수의 서민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부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며 직접세 증세의 포기는 양극화 해소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부유층을 끌어안으려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보수언론이 한술 더 뜬다. 대통령의 신년연설이후 일주일동안 보수언론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보수언론의 논법은 간단하다. 세금이 인상되는 총량을 개산한 후 이를 납세자 수로 나누어 1인당 얼마의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식이다.

이는 직접세 강화에 따라 고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늘어나고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늘어나는 누진성을 숨기려는 논리이다. 더구나 소득자의 49%는 면세점 이하에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의 절반이 세금을 낼만한 소득이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지난해 발의한 소득세 인상법안의 효과를 분석한 표를 보면 결국 소득이 있는 1,630만 명 중 면세자를 포함한 1,310만 명은 재정지출에 의한 혜택이 증가하고 318만 명은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부담이 늘어나는 318만 명의 경우도 소득이 높을수록 누진적으로 세금이 높아진다.


감세의 경우는 역으로 대다수의 부담증가와 함께 혜택은 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4년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소득세율 1% 포인트 인하와 특별소비세 24개 품목의 폐지 등에 대한 효과가 저소득층의 부담증가와 고소득층의 혜택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소득 하위 60% 계층은 경제적 후생이 3조 7,606억 원이 감소한 반면 상위 40%는 4조3,136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결국 감세 정책의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어 가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2003년과 2004년에 법인세와 소득세율이 각각 인하됐고 고소득층의 소비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도 폐지되는 등 지속적인 감세정책이 추진됐다. 이것이 사회양극화를 더욱 확대시켜 온 것이다. 그러나 사회양극화 해소에 대한 참여정부의 해법에는 직접세 강화를 통해 자신들의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찾아 볼 수 없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에서 부유세 운동을 사회적 의제로 제기해 왔으며 정부의 감세법안에 맞서 감세의 부당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부유세 운동은 부유세라는 하나의 조세 세목을 추가하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조세개혁 운동을 통칭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04년 조세인프라 개혁방안으로 10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동산세 등에서 부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증세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증세는 ‘부자 증세’로서 서민들의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위계층에 대한 직접세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복지를 확충해 나가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진정 사회양극화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사태의 본질을 흐릴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법안부터 다시 한 번 살펴보기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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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정도가 누진세라니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4천만원 이하는 줄이던지 유지하던지 하고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것 같네요. 천만원 단위로 차등 세율을 적용하고 1억 2억...
지금은 10억이상의 고액연봉자도 많은데 그런걸 제대로 반영해야 될듯. 10억에서 11억 사이는 80% 11억에서 12억은 81%...정도는 되어야..
육담
2006.02.14 09:53

덧붙임

김재홍 님은 심상정 의원실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