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픔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는..."

[한미FTA저지 연구자의편지](4) - 이정우가 아들에게

이정우(한국철학사상연구회)  / 2006년05월30일 17시52분

아들아,
우리는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온갖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우리 생활을 메우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
그래서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5월은 역시 봄이로구나.
아름다운 계절이구나.

그러나 아빠의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단다.
이 아름다운 계절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쫓겨 가야 하는 것일까?
왜 무시무시한 장비들을 동원한 경찰들, 군인들에게
마치 죄 지은 사람들처럼 얻어맞고 밀려나가야 하는 것일까?

아들아,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진정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우리의 땅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있고,
북은 소련이, 남은 미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아픈 역사의 살아 있는 흔적이
바로 미군(米軍)들, 미국 군인들인 거야.
우리는 아직도 외국의 군대가 우리 땅의 아주 넓은 부분을
자기들 것인 양 차지하고서 버티고 있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남과 북이 통일되고 우리의 두 다리로 굳게 서는 날까지는
이런 슬픈 현실이 계속되겠지.
미국은 이렇게 멋대로 횡포를 부리는데,
한국의 어떤 관료들은
“FTA”라고 불리는 조약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그들은 이 땅의 사람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살벌하고 일방적인 경쟁의 장으로 사람들을 내몰고 있단다.

아들아,
아빠는 너의 시대가 아빠의 시대와는 다른 시대가 되기를 바란단다.
남북이 통일되고, 미군이 물러가고, 정의(正義)가 지금보다 더 힘을 얻는
그런 시대 말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 자신이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그것과 뜨겁게 싸움으로써만 올 수 있는 것이지.

아빠는 네가
우리의 역사를 폭넓게 인식하고
삶과 가치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또 세상의 아픔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2006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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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5월30일을 잘못 적은 게 아닌가 순간 놀랐습니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글이면 무조건 싣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쓰신 분과 상의해서 '소련' 이런 단어 정도는 수정하심이 어떨지요.
잘 읽었으나
2006.06.06 01:25

덧붙임

이정우 님은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으로, 범국본 정책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