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한미FTA저지 연구자의편지](6) - 박정수가 월드컵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박정수(수유+너머)  / 2006년06월13일 13시19분

지난 6월 4일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여파로 한미FTA에 대한 이미지가 험악해졌습니다. ‘명’은 환상이었고 12년 동안 주욱~ ‘암’ 뿐이었죠.

상위 10%의 소득은 몇 배로 늘었지만 나머지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60%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80%까지 떨어졌고요. 정말 자존심 상하는 건 일개 다국적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분쟁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국가의 주권이 일개 기업의 이윤에 비참하게 무릎을 꿇는 현실.

놀라운 건 협상 진행방식이나 정부의 홍보내용, 미국의 요구사항 모두 한미FTA와 너무 똑같다는 것입니다. 상위 10%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만 논의에 참여하는 귀족제적 비밀주의!

KSS 스페셜로 구겨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그건 오해’라며, ‘개방한다고 무조건 미국에게 먹히는 건 아니라고, 한국은 멕시코보다 세다고, 해볼만 하다’고 얼르고 있습니다. 조앙일보가 한미동맹만이 살길이라며 정치적 근거를 댄다면, 중앙일보는 시장경쟁만이 살길이라는 경제 논리를 폅니다.

꼴수 친미주의는 제켜두죠. 문제는 이 ‘경쟁 이미지’인데, 야구월드컵을 기화로, 축구월드컵 바람을 틈타, 애꿎은 스포츠에 빗댑니다. 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야구월드컵 때 미국을 이긴 것처럼 미국과의 시장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호기 부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없습니까?’라고 들이대면, 참, 머쓱해집니다.

아무리 센 미국도 악으로 깡으로, 한민족의 승부근성만 발휘하면 해볼만 하다고 말할 때는 꼭 북한의 주체사상 같습니다. ‘그깟 미국놈들 미사일, 일 없슴네다. 조선민족의 대동단결된 깡으로 바셔버리면 그만임다’ 뭐가 다른가요?

모든 건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이 근거없는 낙관론의 사상적 근거는 놀랍게도! 주체사상입니다.

그러다가 이번 KBS 스페셜처럼 미국의 살기어린 포스가 느껴지면 비장한 ‘운명론’(대세론)으로 획까닥 바뀝니다. ‘피할 수 없다. 월드컵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자유무역은 세계적 대세다. 이기고 지는 건 하늘에 맡기자.’

근거없는 조증과 근거있는 울증을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국민들을 조울증에 빠뜨려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속지 맙시다. 한미FTA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졌다고 생존까지 위태로워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비유 자체가 틀렸다. 일전에 ‘중앙일보’ 칼럼에서 한미FTA를 ‘바둑’에 빗댄 걸 봤습니다. 말인 즉, 중국의 여기사 마오자쥔이 한국 진출할 때 처음엔 겁이 나서 꺼렸지만 막상 받아놓고 보니 국내 여기사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좋더라며, 한미FTA도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럴 듯 한가요? 아닙니다.

자유무역협정은 외국 기사를 국내 바둑계에 불러들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미국 협상 초안 중 하나만 보죠.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자동차세를 폐지하라” 뭔지 모르지만 일단 무슨 ‘법'을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우리 나라의 시장 ‘규칙’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다 이런 식입니다. ‘지하철 공채 매입의무를 폐지하라’ ‘관세환급제도를 폐지하라’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제도를 폐지하라’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제도를 폐지하라’

그러니까, 굳이 바둑에 비유하자면, 자기는 ‘오목’을 잘 하니까 한국의 ‘바둑’을 없애고 ‘오목’으로 붙자. 혹은 자기네는 체스에 강하니까 ‘장기’를 없애고 체스로 붙자, 자기는 포커를 잘 하니까 국내 ‘고스톱’ 판을 없애고 포커로 붙자. 아니, 고스톱을 치더라도 자기는 ‘광’을 좋아 하니까 ‘광값’을 올리고 ‘비광’을 3점으로 바꿔라. 왜 똥피를 쌍피로 하냐 그냥 일피로 해라, ‘따닥’ 가산점 제를 철폐하라....대강 이런 식입니다.

한미FTA가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도 그렇습니다. 케케묵은 ‘파이 키워 나눠 먹기’ 비유는 제발 그만.

솔직히, 이거 고전적이지만 순진한 사람들 ‘한번에 훅 갑니다.’

굳이 파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한미FTA는 ‘나눠 먹기’ 규칙을 폐지하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비유를 찾자면 차라리 ‘기차 게임’이 낫습니다. 세 칸짜리 기차가 달리는데, 일등칸(수용 승객 10%)과 이등칸(중간층), 삼등칸(빈곤층)을 쇠사슬로 연결할 거냐 고무줄로 연결할 거냐, 아니면 줄줄 풀리다가 끊어지는 개줄로 연결할 거냐는 국가정책은 각국마다 다른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 그래서 국민 중 15%가 의료보험이 없어서 병들어 죽는 나라, 영아사망률과 평균 수명이 후진국 수준인 최대 의료비 지출국 미국의 룰은 세 번째 ‘개줄 연결법’에 가깝습니다.

갈수록 고무줄스러워지는 한국의 기차게임을 아예 개줄로 바꾸라는 게 FTA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텐다드’입니다.

일등칸은 열라 빨리 갈 것입니다. 근데 뒤따라 오리라 믿었던 이등칸과 삼등칸은, 얼씨구, 어느새 저 뒤로 쳐지더니, 어라? 줄까지 끊어졌네? 엥? 삼등칸은 탈선해서 논두렁에 쳐박혀 버렸잖아.

일등칸이라도 빨리 갔다가 챙기러 돌아온다던 약속(선성장 후분배)은?

'어쩌지? 쇼핑 가야 되는데. 그냥 걸어와도 되잖아? 건강에도 좋구....’

월드컵 개막입니다.
TV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일등칸에 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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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에 가린 평택미군기지확장,한미자유무역협정이 마치 5공때 쓰던 수법같군요..
술 살
2006.06.13 16:21
글 잘 읽었습니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에 가린 평택미군기지확장,한미자유무역협정이 마치 5공때 쓰던 수법같군요..
술 살
2006.06.13 16:21
5공때 쓰던 방법 3S( Sex,Sports,Smoking) 그런데 요새는 사창가가 없어져서 5공 같지는 않아요 ^^,담배도 비싸서 그것도 안돼요^^ 보라! 5공과 틀리지 않은가!
..
2006.06.14 15:42
5공때 쓰던 방법 3S( Sex,Sports,Smoking) 그런데 요새는 사창가가 없어져서 5공 같지는 않아요 ^^,담배도 비싸서 그것도 안돼요^^ 보라! 5공과 틀리지 않은가!
..
2006.06.14 15:42
논리로 FTA를 반대하는 이런 글을 참세상이 채택할 이유가 있나요?
거위
2006.06.28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