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 등록금후불제 내건 교수들의 대장정

[공공연대 10대요구 연속글쓰기](2-2) - 교수노조 합법화

김한성(전국교수노조)  / 2006년07월04일 9시43분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 별별 일도 다 많고 걸출한 인재들도 많은데 바로 그런 중국인들이 아니면 해 낼 수 없었다는 평을 듣는 사건 중의 하나가 저 (대)장정(The long march)이라는 것이다.

장개석 국민당의 혹독한 토벌에 쫓겨 1934년 10월부터 약 1년 동안 2만 5천리(1만Km)를 이동한 공산당 홍군은 이 장정의 결과 힘을 길러 결국 중국 대륙을 장악하였던 것이다. 장정을 마친 1935년 10월, 모택동은 "홍군은 원정의 고난을 겁내지 않고 / 만수천산 넘는 것도 두렵지 않네"라고 읊었다.(「장정」)

때와 장소는 바뀌어 2006년 6월 대한민국-오뉴월 염천하에 연구와 교육 그리고 학기말 정리에 바쁜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5천리(2천Km)를 걸으며 스스로 ‘대장정’이라 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소속 교수들은 ‘등록금 없이 공부하는 대학 만들기 1000+1000Km 국토대장정’이라는 기치 하에 교수노동조합 합법화와 등록금 후불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하여 6월 7일 부산․순천 그리고 6월 13일에는 태백을 출발하여 6월 27일 여의도 국회 앞까지 3개 노선에서 21일 동안 연일 도보 행진하여 그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교수들이 교육개혁을 위하여 이렇게 대규모로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집회․시위를 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공무원노조․민주노총․민주노동당․학부모․학생 등이 곳곳에서 결합하여 같이 걷는다든지 차량․음료․식사․숙박제공 등 따뜻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았고 많은 언론사들이 호의적인 보도를 아끼지 않았다.

교권탄압, 교비횡령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패 사립학교 앞에서는 집회․시위를 하고 거점도시에서는 토론회․설명회 그리고 기자회견을 10여 차례 가졌으며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고 대화하였다. 시민들은 등록금 후불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교수가 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더니 수긍하였다.

또 김제에 도착하였을 때는 인근 모 대학 교수들이 찾아와 학교 측에서 일방적인 해임협박을 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였다. 이처럼 이번 행진은 교수사회와 시민들에게 교수노동조합의 필요성과 대학개혁의 절실성에 관해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준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학교일 때문에 전 코스를 걷지는 못하고 5일 정도 하루에 30내지 40Km를 걸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힘이 났다. 비록 발에 물집은 생겼지만 역시 걷는 것이 몸이 좋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황당(실망) 하였던 일이 하나 있다. 나는 걷다가 점심을 먹을 때는 꼭 그 지역 막걸리를 한 통씩 음미함으로써 힘을 얻곤 했는데, 군산에 도착하여 음식점 주인장에게 막걸리를 한 통 청하니 밖에서 사가지고 와 내놓는 것이 ‘포천 막걸리’였다!

그러나 이번 행진은 즐겁고 보람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우리 교수노동조합은 대장정 과정에서 여러분들에게 신세를 졌는데 내가 특히 감사하고 싶은 분은 정읍에서 걸을 때 하루 휴가까지 급히 내서 차량에스코트를 해준 전교조 정읍지회 ○○○ 동지다. 이런 분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우리의 이번 행진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번 행사를 도와주신 개인․단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연내 합법화를 목표로 진력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합법화가 될 때까지 아니 이 땅의 고등교육 개혁을 완수할 때까지, “발바닥이 다 닳아서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조태일, 국토서시).

공공연대 대정부요구안 해설 2-2. 교수노조 합법화

○ 전국교수노동조합의 합법화 시행

<해설>

o 교수는 대학교육의 실질적인 주체이고 현재 대학구조변화의 제 1차 조정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

o 그러나 지금과 같은 법제나 상황에서 교육부나 사립학교재단 및 학교행정당국에 대해 정책과 인사․재정․근로조건 등을 놓고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대응을 할 수 있는 집단은 없음.

o 현재 교수노동조합은 국가공무원법 제 66조, 지방공무원법 제 58조, 사립학교법 제 55조 및 제 58조 제 1항 등에 의해 금지되어 있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및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교수직종은 빠져있기 때문에 노조설립이 불허됨.

o 그러나 이것은 모든 근로자에게 노동 3권의 보장을 선언한 헌법 제 33조 제 1항에 어긋나며 이러한 위헌적인 규제는 국제노동기구(ILO)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선권고를 받고 있음.

o 그 동안 대학교수들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비합법으로 출범할 때 그 안에 대학위원회를 설치하고 5백5십여 명의 교수가 참여하여 노동조합의 씨를 뿌린 후, 2001년 11월 전국교수노동조합을 창립해 현재 1천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임.

o 그 동안 교수계약제․연봉제 철폐를 위한 투쟁, 공무원․교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 활동, 부당해직교수 지원투쟁, 세계무역기구(WTO) 교육개방저지 연대투쟁, 「사학비리백서」출간, 대학교육 개혁방안 보고서(「우리대학, 절망에서 희망으로」)간행 그리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1천 킬로미터 국토대장정 등의 활동을 하였고, 2005년 10월에는 노동부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반려 당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3월 27일 교수노조 합법화에 관한 정책권고를 결정하였으며(2006. 6. 9. 국회의장에 결정문 송부), 대국회 입법청원 등 합법화에 진력하고 있음.

※ 교수노조 합법화의 당위성과 기대효과에 대해서는 교수노조 주요요구 별첨참조

공공연대 10대 대정부 요구안 관련 연속 글쓰기를 게재하며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공공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조, 전국대학노조)는 6월 20일부터 ‘10대 대정부요구안’을 걸고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공공연대는 사회공공성 강화, 한미FTA 협상 저지, 공공부문 노동3권 쟁취를 목표로 국토종단 전국대행진, 공공노동자 결의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연대가 내세우는 10대 대정부 요구안은

1. 사회공공성 강화 및 한미FTA 협상 중단
1-1. 행정 · 의료 · 교육 · 공공서비스 사유화, 개방화 중단
1-2. 빈부격차 해소 · 사회보장 확대
1-3. 공공부문 민간위탁과 외주용역화 중단
1-4. 공공부문 인력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공공서비스 확대
1-5. 국민연금 ·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2. 공공부문 노동자의 완전한 기본권 보장
2-1.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ILO 권고 이행 및 공공노동자 노동3권 보장
2-2. 교수노조 합법화
2-3. 공공부문 노동유연화 및 구조조정 중단
2-4.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화
2-5.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제도 폐지
등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공공연대의 10대 요구사항에 기초해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내고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공공부문 현장활동가의 글쓰기를 마련했다. 10대 요구사항과 관련한 투쟁사례나 현장 경험, 또는 요구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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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김한성 님은 연세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