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의 고통과 투쟁, 그리고 2006 여름 빈활대

[2006 여름빈활 참가기](2) - "연대의 힘으로 주거권을 쟁취하자"

성표(빈활참가단)  / 2006년07월04일 14시12분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가 주관하고,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중복지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빈민연합 등이 공동주최하는 2006년 여름 빈민현장활동이 7월 1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번 빈민현장활동은 '절망의 빈곤, 희망의 연대'라는 표어아래 일주일 동안 미아동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 개발의 문제, 삼각수하동·동대문풍물시장과 청계천 개발,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을 통해 돌아 본 최저주거기준, 노숙인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참가학생 및 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빈민당사자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한국사회 다양한 빈곤문제를 알려낼 예정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빈민현장활동에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직접 전하는 참가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2006 여름 빈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첫날의 설렘은 뒤로하고 본격적인 빈활의 시작에 모두들 조금씩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침밥을 먹고 마을로 이동하는 내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을 주민 분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오늘따라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땀범벅이 된 우리는 드디어 미아 6동 12지구에 도착했다.

무대책, 무분별 뉴타운 개발

사실 뉴타운 개발에 아는 것이 없던 나는 그저 단순한 재개발, 건물을 새로 짓고 도로를 정비하는 것만 생각했었다. 그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그 안의 주민 분들, 세입자 분들, 영세 노점상 분들의 삶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빈활대의 오전 일정은 주민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교양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뉴타운 개발에 관한 이야기와 뉴타운 개발이 확정된 미아 6동의 실황을 직접 주민 분들에게 듣는 자리였다. 시간에 쫓겨 긴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두 번째 강사로 나오신 주민분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침에 들었던 긴장이 한층 더 강해졌다. 마을주민의 시선에서, 마을주민의 마음으로 뉴타운 개발에 대해 전해주시는 모습에서 강력한 의지와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민 분들이 새마을 운동이라 부르는 뉴타운 개발은 말 그대로 마을을 새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마을을 철저하게 모조리 엎어버린다. 집과 학교, 가게들이 다 철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주민 분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서울시가 내놓는 대책은 보증금을 받고 이사를 가는 것과 국민임대주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겉으로 봤을 때 그럴듯한 이 대책은 실제 주민들에게는 억지스러운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 제대로 이사를 갈만큼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설사 받는다 하더라도 일자리와 자녀들의 교육터전을 한 순간에 잃고 이사를 가는 것은 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상금을 받고 이사를 가도 도시 변두리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럴 경우 또다시 무분별한 뉴타운 개발에 의한 강제 철거의 위협을 또다시 겪을 수도 있다.

반대로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입주권이 보장되더라도 주민 분들의 실생활을 고려하지 않는 높은 보증금과 월세로 인하여 세입자 분들의 실질적인 주거대책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돈을 굴리고 또 돈을 벌 생각에 눈이 먼 기업들과 그런 기업들에게서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추기며 외면하는 서울시의 횡포가 개발의 폭력과 고통의 싸움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세요!

뉴타운 개발의 실체를 알고 나자 주민 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마을 주민 분들의 안내로 마을을 돌기 전에, 미아 6동 12지구 철거민 투쟁의 중심이 될 대책위 사무실 공간 꾸미기를 했다. 빈활대가 마을을 떠나기 전 사무실은 깃발을 올리고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다음날 깃발 침탈을 당하기도 했던 이곳은 앞으로 미아 6동 12지구 투쟁의 핵심 공간이라 할 수 있다(다행히 침탈 깃발은 강력한 투쟁으로 곧 되찾았다). 사무실을 떠나 마을을 돈 우리는 집을 방문하고 거리를 걸으며 주민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철거민 투쟁에 대한 우리들의 지지와 주민 분들의 활동의 동참을 호소했다. 누추한 집에 들이게 해 미안하다며 연신 고맙단 말을 해주시는 할머니의 따뜻함도 있었고, 세입자로 겪는 탄압에 대항해 투쟁하시는 분과 진지하고 진솔한 대화도 나누웠다. 그리고 호기심으로 말을 걸어오시며 격려와 고마움을 전하시는 분들과 경계의 시선을 보내시는 분들도 만났다.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우리 빈활대가 몇 백의 대오를 모을 수도 없고 강력한 투쟁을 이끌어 낼 수 없지만, 조금은 식어있는 마을에 열기를 불어넣고 소란스러움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뉴타운 개발에 맞서고 지지하는 분들에게 더 강한 힘을 실어드리고, 지금은 머뭇거리지만 싸움에 동참할 수 있게끔 얘기를 전해드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우리 빈활대로 인해서 마을이 좀 시끌벅적해지고 생기가 돌았다는 느낌은 내 착각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달빛에서 연대의 힘을 느낍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마을 주민 분들과 함께하는 작은 문화제! 한 은행 옆 주창에 마련된 조금 초라한 문화제지만 예상보다 많은 주민 분들이 와주셨다. 철거민 투쟁의 가장 선두에 서시는 위원장님과 지부장님들의 말씀은 또 한 번 나를 긴장시켰다. 빈활대와 주민 분들 앞에서 연대 발언을 하시던 지부장 어머님이 설움의 눈물이자 강력한 각오의 눈물을 글썽거리시며 끝까지 멋진 말씀을 들려주셨다. 그때의 느낌은 애절한 멜로드라마의 슬픔이 아닌, 반성과 깨달음의 가슴 가득한 숙연함이 들었다. 내가 이제껏 허투루 알고 있었던 무관심을 반성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주거권을 폭력적인 개발과 철거로 짓밟는 자본과 무능력하고 기만적인 서울시에 분노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연대의 힘, 함께하고 나누는 강한 힘이 있다. 우리가 준비한 어수룩한 공연에 즐거워하고 기뻐하시는 주민 분들과 반성과 깨달음을 겪으며 노력하는 우리 빈활대가 연대로 함께 힘을 합치는 그런 장의 의미가 더욱 컸다. 문화제 도중에 하늘 저편에 뜬 달이 우리들에게 더 큰 기운과 희망을 실어주었고, 그 힘으로 주민 분들과 함께하는 문화제는 정말 힘찬 외침과 믿음으로 끝을 냈다.

미아 6동 12지구에서 우리는 주민 분들이 해주신 밥을 먹고, 마련해주신 숙소에서 잠을 잤다. 내가 준 것 보다 너무 많은 것을 받고 느낀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화제를 통해서 느낀 힘으로 가슴은 따뜻했다.

뉴타운 개발에 의한 강제 철거와 철거민들의 싸움은 높은 빌딩 속 곳곳 우리들이 미처 보지 않는 가운데 더 많은 강제 철거와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뉴타운 개발의 거짓 허울과 철거민 분들의 고통과 투쟁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 수 있다. 가정의 생존권과 인간 기본 인권의 침탈의 현장을 더 이상 그들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싸움으로 함께 같이 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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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성표 님은 인천대 소속으로 2006 여름 빈민현장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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