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 기획, 그러나...

[기고] 사회연대적 노동운동, 자본가 세상 바꿀 수 있는가

이정현  / 2005년01월19일 12시09분

민주노총이 향후 10년의 운동방향을 내걸었다. 바야흐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다. 1995년에 창립한 민주노총으로서는 이제 10주년을 맞아 모름지기 본격적인 노동자계급운동의 중심으로 우뚝 선 것인가?

민주노총이 세상을 바꾸자고 하고, 더욱이 '노동자계급 중심'으로 '각계각층 민중연대전선을 구축'하고 '전체운동의 강력한 지도조직'으로서 서서 '민중의 고통을 종식'시키는 투쟁에 나서자고 하니, 그 말대로 듣는다면 그야말로 전폭적으로 환영할 일이 아니겠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무료급식'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하고, 조직노동자 중심에서 벗어나서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와 농민 빈민 등 기층민중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운동을 펼치기 위해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으로 노동운동 방향을 전환한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니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해 50억원의 기금모금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다. 그리고 더 들어가서 쳐다보니 '사회적 교섭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민주노총 출범 후 1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때까지 언감생심 '정리해고'는 생각지도 못하던 자본측이 버젓이 법제화까지 시켜놓고 수시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노동자들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에서 실업자로 떨어지는 것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현 정부는 이런 비정규직화 내지는 실업자화 되는 것을 아예 사회적으로 당연히 하게끔 법을 바꾸려고 하는 판이다.

아, 물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염두에 두면서 거기에 전선을 치고 있기는 하다. 민주노총에게 딜렘마는 조직노동자들이 '총파업'은 고사하고 '투쟁'에 대해 "동력이 없는" 데 있다. 그렇다면 '70만 민주노총 조합원만의 민주노총'이 아닌, '전체운동의 강력한 지도조직'을 염원하는 것은 혹시 그 때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조합원도 '투쟁동력이 없는' 이 바뀐 세상 속에서, 민주노총이 우뚝 서고자 하는 '전체운동'의 주체는 누구이며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과 '무료급식' 등 특히 빈곤층의 귀에 쏙 들어올 수 있는 이러한 '공약'들이 무성하게 쏟아진다 해도 그것이 당장에 먹고살기 각박한 현실에서 그림의 떡이 되지 말아야 진성 투쟁동력으로 일구어질진대 어떻게 그 동력을 만들어내야 할까? 민주노총의 고민이 아닐 수 없겠다.

민주노총이 '임단투 위주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말할 때, 노동자계급과 전체 민중의 '대표'로서 나서겠다고 할 때, 민주노총이 '연대'하겠다고 하는 민중들은 다름 아닌 7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이 연대할 대상이 아니라 바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자 임단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다수이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50억 원을 공들여 모금한다손 그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아니 시금석이라도 될 수 있을까? 세상은 이미 자본가의 천국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 저임금 노동자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이런 세상에... 세상을 바꾸려는 민주노총의 대의가 자본가 세상을 바꾸려는 것인 줄 안다면 잘못이었나? 민주노총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허우대만 커다란 공염불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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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정현 님은 노동자의힘 경제분석팀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