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학부모강제동원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급식에서 청소, 교통정리까지 비용절감이 최선인 학교

잡상  / 2005년03월29일 17시24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 매일 아침 어깨띠를 매고 아이들에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하는 학부모들을 본 일이 있는가? 아마 많을 것이다. 전엔 이렇게 생각 했다. 얼마나 아침이 널널하면 애 때문에 아침마다 저런 일을 할까. 저 들은 과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진심에서 우러나서 할까. 이런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꺼다. 그런데 이게 일종의 ‘학부모강제동원시스템’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도깨비뉴스 3월13일자에 이렇게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부모강제동원시스템’에 대해 제보된 것이 있어 소개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일종의 학부모 청소 당번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청소를 잘 할 수 없어서 아이들의 부모가 학교에 와서 대신 청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리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도깨비 뉴스에 제보된 “애들은 '볼모'가 아니고 '학부모'는 노예가 아니다”라는 글과 덧글에는 단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학교가 얼마나 부모를 괴롭히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인천에 사는 평범한 서민이고 자영업자다. 오늘도 애들 교육 문제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지금도 가게를 보고있는 나는 집에 전화했더니 애만이 있고 애 엄마는 학교 가고 없단다.
우리애는 초등학교(인천 소재) 저학년이기 때문에 난로라도 넘어지면 큰일 일텐데….얼마전 뉴스가 떠 올라 불안하다.
그나저나 애 엄마는 언제 올려나. 한 번 가서 청소 하다보면 몇 시간 걸릴텐데, 그렇다고 안갈 수도 없고. 학교에 전화해서 교장 선생님하고 얘기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했다가 가볍고 젊은 목소리에 좀 놀랐다. 교장 왈...학부형들이 자진해서 청소하고,,봉사하는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뉴스.시사 프로에 에 보도됐듯이 애들 볼모로 불이익을 암시해서 학교에 근로봉사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다소 용기를 낸 질문엔 "도대체 몇학년몇반 누구 아빠냐"고 아주 불친절하게 대꾸했다.“

이 글의 마지막을 보면 ‘도대체 누구 아빠냐?“는 교장의 질문 내용이 나온다. 이대목에서 쫄지 않을 학부모가 있겠는가. 그래서 ’학부모강제동원시스템‘은 아이를 볼모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들은 부모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아서 아이가 왕따당할것을 가장 걱정한다. 그러니 강제동원시스템은 얼마든지 작동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강제동원시스템은 고스란히 가난한 학부모들에게 가중치가 되어 돌아온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집이나, 아이들이 많아서 집을 비울 수 없거나. 이러저러하게 학교 가서 청소할 사정이 안 되는 집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문제는 단지 학부모들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은 비용절감과 교육에 대한 지원이 없이 지속되는 교육정책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을 끊임없이 동원해 내고 개별 가정에 비용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교육당국은 더 이상 살아가는데도 힘든 가난한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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